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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아빠는 감독, 엄마는 삽화가… 나는? "캐리커쳐 작가 정은혜입니다"

[人더컬처] 영화 '니얼굴' 정은혜
성은 다르지만 우린 한 가족, 영화 '니얼굴'이 주는 힐링

입력 2022-06-27 18:00 | 신문게재 2022-06-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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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얼굴’을 만든 주역들. 왼쪽부터 서동일 감독, 장차현실 프로듀서 그리고 주연배우 정은혜.(사진제공=(주)영화사 진진)

 

영화가 개봉 하기 전 통상적인 인터뷰는 주연배우 혹은 감독 위주로 진행된다. 하지만 이 영화는 두 사람 외에 프로듀서까지 합세했다. 언제나 세 사람이 함께 다니기에 가능한 만남이었다. 배우에게 질문을 하려면 PD의 입을 거쳐야 했다. 질문을 이해는 하지만 ‘한번 더 쉽게 풀어서’ 설명해야 대답이 나오는 식이었다.

영화 ‘니얼굴’의 발달장애인 정은혜씨 이야기다. 카메라를 든 아버지 서동일 감독과 만화가인 어머니 장차현실 프로듀서는 그렇게 배우인 딸의 인터뷰 자리에 함께 했다. 사실 은혜씨는 서동일 감독의 친딸이 아니다. 대기업 광고회사에 다니던 그가 자료조사차 7살 연상의 장차현실을 만나 한눈에 반해 결혼했고 그렇게 은혜씨에게는 순하디 순한 남동생이 생겼다. ‘니얼굴’은 문호리 리버마켓에서 본명 대신 ‘은혜씨’라 불리며 진정한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정은혜씨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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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혜는 인터뷰 내내 친구의 여자친구에게 줄 목도리를 직접 뜨며 “나는 잘하는게 많다”면서 평소 주변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일상을 밝히기도. (사진제공=(주)영화사 진진)

 

얼마전 인기리에 종영된 tvN ‘우리들의 블루스’에서 영희 역할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은혜씨는 이미 캐리커처 작가로 유명인이다. 서 감독은 “작년에 딸이 모은 돈으로 두 번째 개인전을 종로에서 열었는데 우연히 노희경 작가님이 오셔서 ‘유기견 지로’라는 그림을 구매했다”면서 “그 동안 장애인을 작품에 여러 번 그렸지만 다운증후군은 한번도 다뤄보지 않았다고 하시더라”고 운명 같았던 첫 만남을 회상했다.

 

드라마가 먼저 화제가 되기도 했지만 ‘니얼굴’은 이미 2년 전 촬영이 끝난 작품이다. 개봉일이 지난 23일로 잡힌 건 팬데믹이라는 상황도 있었지만 캐스팅이 주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작가의 의도도 있었다. 그 예상은 적중했다. ‘우리들의 블루스’ 중 한지민이 연기하는 해녀 이영옥과 쌍둥이 자매인 영희의 존재는 그만큼 강력했고 대중들에게 다운증후군이란 장애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갖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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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얼굴’(사진제공=(주)영화사 진진)

 

“사실 그동안 4대강 사업이나 해직교사 등 여러 사회문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주로 찍었어요. 많은 사람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제작이 되지만 막상 영화로 나오면 보지 않아요. 굳이 힘든 걸 영화로까지 또 보고 싶지 않은 마음인거죠. 지금에야 연예인급의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은혜씨의 일상을 담고자 한 건 저 역시 릴렉스하려는 마음이 컸던 것 같아요.”

 

400시간이 넘는 촬영분을 3시간 남짓으로 줄였을 때 엄마인 장차현실 프로듀서의 분량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도 서동일 감독이었다. 서 감독은 “장애를 주제로 한 영화들과 다른 톤으로 만들고 싶었다”면서 “그들이 속한 세상에서 겪는 사회적인 모순과 차별, 소외가 아닌 철저히 은혜씨를 중심으로 이 아이가 가진 개성과 매력에 흠뻑 빠질 수 있는 캐릭터 중심의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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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동일 감독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본지와 만나 딸이기에 앞서 주연배우인 정은혜에게 끝까지 존칭을 붙이며 “ 무엇보다 매사에 당당하고 위트가 생겨서 뿌듯하다”고 말했다.(사진제공=(주)영화사 진진)

 

처음 만났을 때 열 다섯이었던 딸은 인사성 밝고 착한 아이였다. 하지만 정규교육이 끝난 스무 살 이후부터 가족들의 고통은 시작됐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끊어진 다운증후군의 세상은 환청과 환시로 가득찬, 퇴행의 연속이었다. 한달 통신료는 0원. 상상 속 친구들과 대화하는 장면이 ‘니얼굴’에 나오는 건 한국 장애인들의 현실이다. 장차현실 프로듀서는 “그런 상황을 견디는 부모의 입장도 당사자 만큼이나 우울하고 힘들었다. 문호리 마켓에 데리고 나간 것도 사실 ‘우리도 좀 살자’는 의미가 있었을 것”이라고 처음으로 캐리커처를 그리게 된 상황을 추억했다.

 

그림 한장당 5000원을 받는데 완성하는 시간만 두 시간이 넘는 나날들이었다. 하루에 많이 받아야 두세명. 자유롭게 번 돈에서 기부하는 문호리 리버마켓의 운영비를 빼고 세 가족이 밥을 먹으면 돈을 더 쓰고 오는 적자의 시간이었지만 점차 은혜씨가 변하기 시작됐다. 영화에도 나오지만 딸이 처음으로 갱지에 그린 향수모델은 지금도 액자에 보관하고 있을 정도로 ‘아티스트 정은혜’의 탄생은 벅차기만 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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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니얼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2회 광주여성영화제 초청 및 제18회 서울환경영화제 우수상을 받으며 독립·예술영화 예매율 1위에 올라 화제를 모았다.(사진제공=(주)영화사 진진)

  

“리버마켓에 나가는 걸 투덜거리는 입장이라 처음부터 기록을 하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은혜씨가 강바람, 비, 추위와 벌레, 더위 등을 견뎌내며 오랜 시간 불평불만 없이 꿋꿋하게 그리는 게 대견했습니다. 마켓에서 생애 처음으로 평등을 겪은거죠.”

 

이렇게 말하는 서동일 감독 옆에서 조용히 뜨개질을 하던 은혜씨는 “아빠가 먼저 엄마에게 반했다. 그래서인지 나는 엄마를 닮아 예쁘다”고 말했다. 6년 만에 어느덧 4000명을 그리며 독특한 그림세계를 완성하고 있는 그는 아빠의 차기작 ‘예술도 노동이다’에 출연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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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니얼굴’(사진제공=(주)영화사 진진)

  

“중증 장애인들이 들어갈 시장이 사실상 전무한데 작년부터 경기도에서 하는 일자리 지원사업으로 지금은 동료작가들이 생겼어요.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그림을 그리고 최저시급기준 월 90만원을 받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작업하며 주고받는 재미난 에피소드들을 담고 있어요. ‘생산품이 없는 장애인에게 왜 월급을 줘?’라는 개념이 강했지만 권리 중심의 맞춤 일자리가 생긴거죠.”(장차현실 프로듀서)

 

은혜씨의 일상은 여전히 바쁘다.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 양평매일상회로 이름이 바뀐 문호리리버마켓에 주말마다 나간다. 서 감독은 “월 4회씩 열리는 6시간짜리 팬미팅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하루 그려주는 인원이 한정돼 있는데도 내륙을 넘어 제주도, 심지어 해외에서도 온다”고 말했다. 그는 “은혜씨가 아티스트로 성장하는 걸 지켜보고 싶다. 이렇게 매력적인 캐릭터와 함께 살고 있으니 행복할 따름”이라고 미소지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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