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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전기요금 인상과 물가안정, 정책적 지지율의 트릴레마(Trilemma)

입력 2022-06-27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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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희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2009년 미국 피치버그 G20 정상 회의에서 2020년까지 화석연료보조금 축소 및 폐지가 합의되었다. 화석연료보조금이 자국 에너지 가격의 경직성을 조성시켜 시장을 왜곡시킬 뿐 아니라,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을 유도하여 글로벌기후변화를 악화시킨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즉 시장경제학적으로나 글로벌기후환경학적 관점에서 모두 화석연료보조금은 축소 및 폐지가 바람직하다고 판단된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현실에서 화석연료보조금은 여전히 거대한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 IMF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현재 세계 화석연료에너지 보조금은 약 5.9조 달러로 추정되는데, 이는 세계 GDP 규모에서 무려 6.8%에 해당되는 규모이다. 심지어 2019년 OECD 국가의 화석연료보조금은 오히려 30% 증가하였으며, 2022년 현재까지 WTO가 주도하는 화석연료보조금폐지를 위한 동참 노력에 세계 경제의 양축이라고 일컫는 미국과 중국의 참여는 매우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장경제학적으로나 기후환경학적으로나 축소 및 폐지가 정답인 화석연료보조금 정책이 현실적으로는 유지되는 이유는 바로 에너지요금 상승에 대한 각국 정부가 직면한 물가 상승과 정책적 지지율 하락이라는 부담 때문이었다. 화석연료보조금 축소와 폐지는 곧 생활필수재인 전기의 요금을 상승시키게 되고, 결국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을 유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빈번하게 발생되었던 다양한 경제적·정치적 위기를 관리하기에 급급했던 선진국들에게 화석연료보조금 축소를 단행하여 물가 상승까지 가중된다면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다. 피선거권자인 국민에게 경제적 고통을 준 대가는 투표로 심판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국의 정책 최고결정자들은 글로벌 사회에서 화석연료보조금 축소를 합의하였어도 현실 앞에서 화석연료보조금 축소를 수행하기 어려웠던 각국 정부정책 결정자들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이는 단순히 정책의 최고의사결정자가 정치가(statesman)냐 아니면 정치꾼(politician)이냐의 개념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모든 정책의 최고의사결정자 역시 호모이코노미쿠스라는 인간일 뿐이고, 그렇다면 그 인간이 가지고 있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본연의 행동이자 모습을 보였을 뿐으로 해석하는 것이 적합하다.

2022년 6월 현재 대한민국에서 전력요금 인상에 대한 논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생산단가보다 낮은 전력 가격은 시장왜곡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시장경제학적으로 온당치 않으며, 재생에너지시설이 확충되지 않은 상태에서 전력소비가 확대되면 전력생산을 위해 화석연료사용 증대가 유발한다는 점에서 기후환경학적으로도 낮은 전력 가격은 바람직하지 못한 정책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력 요금을 과감히 올릴 수 없는 이유는 앞서 소개한 화석연료보조금을 유지하였던 선진국들의 최고정책의사결정자들이 직면한 상황과 유사하다. 전력 가격 상승으로 빈곤층이 잃게 될 에너지 복지 부분을 메꿔줄 추가적 정책도 설계할 시간이 필요하고, 우리나라 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물가상승률과 공조될 수 있는 구체적 전기요금인상분은 얼마인지도 면밀하게 검토할 시간도 필요하다.

가뜩이나 “해외발” 물가상승 요인들로 인플레이션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자칫 국내전기요금 상승이라는 “국내발” 물가상승 트리거가 발동되면 외국 평균 보다 훨씬 높은 물가상승률로 인해 우리나라만 고물가의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2022년 3월 대한민국은 새로운 정부 구성과 함께 새롭고도 매우 어려운 정치경제적 과제에 직면하고 있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결정자들은 작금의 전기요금 인상의 필요성도 알고 있고, 인플레이션 관리의 중요성도 알고 있으며, 무엇보다 새 정부의 정책적 지지율 관리의 중요성도 알고 있을 것이다. 소위 전기요금인상과 물가안정, 정책적 지지율의 트릴레마를 균형 있게 풀어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트릴레마의 해결은 앞으로 5년 간 성공적인 대한민국 경제 운영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할 것이다.

단순히 화폐적으로 계산되는 재무적 관점에서만 전기 요금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거나, 정치적 논리는 철저히 배제하고 경제적 논리로만 전기 요금을 결정하려는 것도 최선의 해법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한다. 서민 중심의 사회적 후생을 고려한 에너지 복지정책과 물가 안정, 그리고 국민들의 정부 정책 신뢰까지 제고시킬 수 있는 균형 있는 의사결정을 통해서 전기 요금 인상과 물가 안정, 국정 운영의 원동력 확보라는 트릴레마를 균형 있고 현명하게 풀어나가길 기대한다.

 

최성희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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