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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100대1 경쟁률 뚫은 30인의 글로벌 공예가를 만나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입력 2022-07-0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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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유사 이래 최초의 한국인 우승자를 탄생시킨 ‘로에베 재단 공예상’(Loewe Foundation Craft Prize)이 최종결선에 오른 30명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7월 한달 동안 서울공예박물관 전시1동 1층에서 진행될 전시회에서 작품을 선보이는 30명의 작가들은 역대 최대 규모인 3100여명의 응모자 중 최종 낙점된 이들이다.

이들 작품에는 2016년 조나단 앤더슨(Jonathan Anderson)을 영입하며 구축한 ‘전통성’ ‘역사성’ ‘재료’ ‘기술’ ‘혁신’이라는 로에베 재단(이사장 쉴라 로에베)의 철학이 깃들었다. 이 중에는 우승을 차지한 정다혜 작가를 비롯한 김민욱(나무), 김준수(가죽), 정명택(가구), 정소윤(섬유), 정용진(금속), 허상욱(도자) 등 7명의 한국 공예가들 작품도 포함된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우승자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사진=허미선 기자)

 

우승을 차지한 정다혜 작가의 ‘성실의 시간’은 조선시대 갓을 만들던, 사라져가는 말총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조선시대 중기 사방관(四方冠)에 장식된 마름모꼴 무늬를 활용해 작품에 시문해 말총 공예의 역사성을 담아냈다.

 

작가 본인이 좋아하는 빗살무늬토기에서 영감을 받아 가느다란 말총을 입체로 빚어내 그림자와의 어우러짐, 흔들림까지 섬세하게 표현한, 조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작품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조명, 주변 환경과의 어우러짐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정다혜 작가는 우승 상금으로 5만 유로(한화 약 6800만원)와 더불어 영국 은공예가 알렉스 브로덴(Alex Broden, 2016)이 작업한 트로피를 수여받았다. 알렉스 브로덴은 영국 왕실의 은기를 비롯해 불가리, 제라드 등 명품 브랜드들과 협업해 온 은공예 거장이다.
 

로에베 재단 공에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엘리노어 레이클린의 ‘더 랜드스케이프 오브 메모리’(사진=허미선 기자)

 

이 전시를 기획한 조혜영 큐레이터는 “로에베의 전시회 디자인은 항상 같다. 심플하고 군더더기 없으며 기물 그 자체가 제일 중요한 전시”라고 설명했다. 

 

유기적인 형태와 물성, 재료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시작해 신기슬로 구현된 작품들로 나눠 배치된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영국의 엘레노어 레이클린(Eleanor Lakelin)이 세쿼이아 나무와 철 등으로 표현해낸 ‘더 랜드스케이프 오브 메모리’(The Landscape of Memory, 2021년)다. 나무의 결을 그대로 활용하며 일일이 나무를 깎아 완성한, 조형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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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타나베 치쿤사이의 대나무 작품 ‘Connection’(사진=허미선 기자)

 

김민욱의 ‘본능적’(Instinctive, 2021)은 한국산 참나무와 동을 이용한 작품이다. 일상적인 용기 형태지만 나무 본연의 결, 벌레 먹은 자욱 등까지를 그대로 살려 표현했다. 조혜영 큐레이터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에서 유명한 장인으로 무형문화재 급인 작가로 대나무를 갖고 못하는 게 없는”인 타나베 치쿤사이(Chikuunsai Tanabe)의 대나무 작품 ‘커넥션’(Connection, 2020)도 만날 수 있다.

조 큐레이터는 “디테일이 살아 있고 완벽에 가까운 기술로 표현한 작품”이라며 “대나무가 그렇게 말랑말랑한 재료가 아닌데도 내외부 패턴들의 디테일 살아 있다. 사이사이 꺾인 부분들은 놀랄 정도로 재료를 잘 활용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타나베 치쿤사이의 작품에는 메트로폴리탄에 설치된 작품의 사진 자료도 함께 배치돼 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김준수 작가 ‘숲의 감각’(사진=허미선 기자)

 

김준수 작가의 ‘숲의 감각’(Sense of Forest, 2021)은 가죽을 얇게 잘라 띠로 말아 구현한 항아리다. 언뜻 나무나 토기처럼 보이지만 식물성 무두질을 한 가죽으로 표현해낸 디테일이 흥미롭다. 일본 오나기 마유미(Mayumi Onagi)의 ‘코스모스’(Cosmos, 2020)는 흙, 린넨, 밥풀, 목재 등을 겹겹이 올리면서 칠하기를 반복해 완성한 함으로 실제 사용이 가능한 작품이다.

벽 정면에는 산수화를 연상시키는 정소윤 작가의 ‘누군가 당신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Someone Is Praying for You, 2021)가 전시돼 있다. ‘모노필라멘트’라는 물에 녹는 소재를 물에 적셔가면서 형태를 만들어 꾸린 작품이다. 

 

그 앞에는 대만 작가 파오 후이 카오(Pao Hui Kao)의 ‘우루시 페이퍼 플리츠 벤치’(Urushi Paper Pleats Bench, 2021)가 자리잡고 있다. 종이와 밥풀로 원형을 만들고 옻칠을 해 탄탄하게 만든 작품으로 실제로 앉을 수도 있을 만큼 견고하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안딜레 다알반의 ‘코니시 월’(사진=허미선 기자)

 

이번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두명의 남아프리카공화국 작가 작품이다. 안딜레 다알반(Andile Dyalvane)의 ‘코니시 월’(Cornish Wall, 2019)은 유약을 입힌 도기로 남아공 전통 토기에서, 마도다 패니(Madoda Fani)의 테라코타 ‘도끼’(iZembe, 2021)는 벌레 등껍질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분청을 도입한 허상욱의 ‘파초가 그려진 화병’(Vessel with Plantain Surface Decoration, 2019)도 의미가 깊다. 조혜영 큐레이터는 “20세기 초 영국과 더불어 일본, 미국 등의 공예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한국의 분청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중요한 작품”이라고 의미를 더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경 중 허상욱의 ‘파초가 그려진 화병’(사진=허미선 기자)

 

3D 설계, 레이저 커팅과 금속 전통 기법을 활용해 구조를 만들고 수작업으로 표면을 마감한 정용진의 ‘거꾸로 된 그릇’(Wavy Inverted Bowl, 2020) 그리고 인공적인 것과 자연 그대로를 비교해 보여주는 정명택 작가의 ‘덤벙주초’(Dumbung-jucho, 2021)도 연달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의 특징 중 하나는 신기술을 활용한 작업들이다. 프랑스 팀으로 영국에서 활동하는 블라스트 스튜디오(Blast Studio)의 ‘블루 트리’(Blue Tree, 2021)는 사용한 커피컵을 물에 녹여 다시 펄프로 재가공해 3D 프린팅한 업사이클링 작품이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마리안느 후오타리의 ‘Ananasakaama’(사진=허미선 기자)

 

전시의 마지막은 핀란드 마리안느 후오타리(Marianne Huotari)의 ‘Ananasakaama’(2021)가 장식한다. 필란드 전통 섬유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도자를 활용해 화려한 색감과 펑키한 감각을 선보인다.

더불어 호주의 유명 공예가 멜 더글러스(Mel Douglas)가 평면과 입체를 실험한 ‘디비테이션’(Deviation, 2020), 영국의 금속작가 데이비드 클라크(David Clarke)의 ‘스태시’(Stash, 2020), 아프리카 특유의 섬유에서 모티프를 따 버려진 지퍼로 표현한 피터 T. 매카시(Peter T. McCarthy)의 ‘Etoffe de Gloire / Royal Kita’(2021) 등을 만날 수 있다. 

 

로에베 재단 공예상
‘로에베 재단 공예상’ 전시 전경 중 마도다 패니의 테라코타 ‘iZembe’(사진=허미선 기자)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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