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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굿바이, 고로… 수소환원제철로 '친환경 철강' 대혁신

[트렌드] 철강업계, 탄소중립 혁신기술 주목
철 생산할 때 석탄 대신 수소 활용…탄소 배출 '0'

입력 2022-08-10 07:00 | 신문게재 2022-08-1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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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포스코 파이넥스 3공장 전경.(사진제공=포스코)

 

탄소중립 시대를 맞아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기업 경영 활동의 중심축으로 굳건히 자리잡았다. 그 일환으로 기업들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에너지로 사업 기반을 전환하려 안감힘을 쓰고 있다.

‘탄소배출량 1위 산업’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철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철강업계는 현재 지구 온난화의 위기 속에 시장과 고객의 저탄소 제품에 대한 요구가 늘면서 수십 년간 지속해 온 제철공법을 설비부터 기술, 원료에 이르기까지 저탄소 체제로 대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철강사의 ‘생존’이 탄소중립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철강업계가 ‘수소환원제철’에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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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환원제철은 철광석으로부터 철을 생산할 때 수소를 활용하는 혁신적 기술이다. 지금은 화석연료인 석탄에서 발생하는 가스, 즉 일산화탄소를 사용한다. 고로라고 불리는 큰 용광로에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1500°C 이상의 고온에서 녹이면 일산화탄소가 발생해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반응이 일어나는데, 이때 탄소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은 석탄을 대신해 수소가 철광석에서 산소를 분리시키는 환원제 역할을 하기에 탄소 발생이 제로에 가깝다.

환원제로 석탄 대신 수소를 쓴다는 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변화처럼 보이지만 사실 매우 커다란 변혁의 시작이다. 더 이상 제철소에서 탄소가 발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철강 생산공정의 많은 부분에도 큰 변화가 생긴다.

첫 번째 변화는 제철소에서 고로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 기술을 사용하면 고로에서 석탄과 철광석을 한 데 녹이는 제선공정이 없어지기에 고로와 함께 부속설비(소결공장, 코크스공장)가 더이상 필요없게 된다.

지금은 철강제품을 △제선(철광석과 석탄을 고온으로 녹여 쇳물로 만드는 공정) △제강(쇳물에서 불순물을 제거해 강철로 만드는 과정) △연주(액체 상태의 철이 고체가 되는 공정) △압연(철을 강판이나 선재로 만드는 과정) 공정을 거쳐 만든다.

그렇다면 수소환원제철은 수소와 철광석의 환원반응이 어디에서 일어날까. 바로 ‘유동환원로’를 통해서다.

유동환원로는 철광석을 환원해 환원철(DRI)을 만드는 설비로, 지금은 포스코 고유 기술인 파이넥스(FINEX) 공정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파이넥스는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석탄을 고로에 넣지 않고, 유동환원로와 용융로라는 설비를 통해 쇳물을 생산한다. 이는 수소환원제철 구현에 가장 근접한 핵심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수소환원제철과의 차이점이라면 파이넥스는 공정 중에 발생하는 수소 25%와 일산화탄소 75%를 환원제로 사용하는 반면, 수소환원제철은 수소를 100%를 사용한다는 점이다.

수소환원제철에는 전로도 필요없다. 유동환원로에서 생산된 환원철을 전로가 아닌 전기로에 넣어 녹이고 불순물을 정제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로에서 생산된 쇳물(용선)이 전로를 통해 정제된 쇳물(용강)로 변환된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공정에서는 환원반응과 용융반응이 고로가 아닌 환원로와 전기로라는 두 가지 설비에서 각각 분리돼 일어난다. 먼저 환원로에서 철광석을 고온으로 가열된 수소와 접촉시켜 고체 철을 제조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제조된 철을 직접환원철(DRI)이라고 부른다. 이후 이 DRI를 전기로에 넣어서 녹이면 쇳물이 생산되는 것이다.

수소환원제철의 핵심이 환원로인 이유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100% 수소만을 사용해 DRI를 생산하는 환원로가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기술로는 석탄 또는 천연가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를 일부 활용해 DRI를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기술도 석탄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소가 철광석의 환원에 약 25% 사용되고 있다. 포스코는 파이넥스에 적용된 유동환원로 기술을 기반으로, 수소를 100% 사용하는 하이렉스(HyREX) 기술 개발을 정부를 포함한 국내 철강사들과 함께 추진 준비 중이다. 반면, 유럽과 미국, 중국 등 해외 철강사들은 천연가스(CH4)를 일산화탄소와 수소로 개질해 사용하는 샤프트환원로(Shaft Furnace)를 기반으로 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두 번째 변화는 신재생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수소환원제철의 기본 개념은 ‘그린 수소’(생산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전무한 수소)를 전제하고 있다. 즉, 유동환원로에 투입되는 수소도, 설비를 구동하는 전기의 생산도, 모두 탄소배출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데에는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 에너지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때문에 그린 수소를 자체 생산할 수 없는 국가는 앞으로 철강 제품을 수입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

이처럼 수소환원제철은 탄소 발생이 제로에 가깝지만 상용화되기 위해서는 아직도 관련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과 실증, 산업용 수소 단가 현실화, 수소 공급망 구축 등 선행돼야 할 과제가 아직 많이 남아 있다.

박기태 기자 parkea1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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