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뉴스 > 오피니언 > 사설

[사설] 北 비핵화·日 관계개선보다 급한 내치(內治)

입력 2022-08-15 15:20 | 신문게재 2022-08-16 19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제77주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북한과 일본에 대한 새로운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에는 핵 개발 중단을 전제로 한 경제·민생 지원을, 일본에는 새로운 한일관계 개선 노력을 촉구했다. 특히 북한에는 취임식 때 밝힌 ‘담대한 구상’의 구체 실천 방향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를 약속하면, 단계에 맞춰 북한 경제·민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도록 돕겠다고 했다. 대규모 식량 공급,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교역을 위한 항만·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및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등 구체 계획도 소개했다.

새로운 한일 관계 구상도 제시했다. 일본을 지울 수 없는 적대의 대상이 아닌, 자유를 위협하는 도전에 맞서 함께 힘을 합쳐야 하는 이웃이라고 선언했다. “보편적 가치를 기반으로 양국 미래와 시대적 사명을 향해 나아갈 때 과거사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며 과거에 얽매이지 않고 빠르게 한일관계를 회복, 발전시키겠다고 약속했다.

북한, 일본과의 얽힌 매듭을 푸는 것은 우리 정치적 안전과 경제적 성장에 절대적이다. 하지만 지금도 두 나라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핵 도발은 여전하고, 야스쿠니신사 공물 헌납은 올해도 멈추지 않았다. 전 정부의 과도한 굴종 외교, 경제를 도외시한 지나친 반일주의가 낳은 결과다. 윤 대통령의 이날 제안이 그 새로운 돌파구가 되길 기대한다.

하지만 이런 외교적 난제들에 앞서 먼저 풀어야 할 숙제는 내부에 있다. 강한 외교도 확고한 내치(內治)의 기반 위에서 이뤄지는 법이다. 국민들이 체제를 인정하고 대통령과 정권을 존중해 주어야 외교도 비로소 힘을 발휘하고 지지를 얻을 수 있음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윤 대통령이 이날 “이제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나라를 세우기 위한 새로운 ‘독립운동’을 할 때”라고 언급한 것에 주목한다. 강력한 내치 결의를 천명한 것으로 읽힌다. ‘윤핵관’의 전횡과 힘 겨루기, 이준석 전 당 대표의 ‘양두구육’ 파문, 수해 현장의 의원 막말 등으로 얼룩진 내부를 추스르고 정치적 안정을 도모할 전열 정비 태세가 엿보인다.

17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윤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은 바닥권 지지율이다. 최근 간신히 30%대를 회복했지만 부정평가가 여전히 70% 안팎일 정도로 국민적 지지기반이 취약하다. 교육부 장관 경질로 시작한 ‘주변 정리’로 내치 기반부터 확실히 다지는 것이 지금으로선 더 중대한 과제임을 인식하길 바란다.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