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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파친코’의 출발점! 이민진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재출간

[책갈피]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입력 2022-11-24 18:00 | 신문게재 2022-11-25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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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민진 저(사진제공=인플루엔셜)

 

윤여정, 이민호 등의 출연으로 주목받았고 김민하라는 걸출한 신인을 탄생시킨 애플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파친코’는 이민진 작가의 2017년작인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다. 그 ‘파친코’의 출발점인 이민진 작가의 2007년작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Free Food for Millionaires)이 재출간된다. 

 

절판돼 구하기 어려웠던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그의 대표작이 된 ‘파친코’를 비롯해 현재 집필 중인 장편소설 ‘아메리칸 학원’으로 이어질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의 출발점이다.

1990년대 뉴욕을 배경으로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도 로스쿨 진학도, 좋은 일자리 제안도 마다하고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는 재미교포 2세 케이시 한을 중심으로 그의 엄마 리아 조, 친구 엘라 심의 이야기다.

능력을 증명해도 성별, 피부색, 인종, 학벌 등으로 여전히 차별받는 한국계 미국인 케이시, 자신의 자식들이 의사, 변호사 등 미국 내 엘리트로 자리잡고 한국인과 결혼하길 바라는 전형적인 미국 이민 1세대인 아버지, 케이시의 아버지가 바라는 삶을 살고 있는 친구 엘라, 절망적으로 얽히는 케이시의 엄마 리아 등을 통해 미국인에도 한국인에도 속하지 못하고 여전히 경계에서 서성이는 이들의 고뇌와 아픔을 풀어낸다.

여전한 편견과 차별에 따른 절망, 그에 대한 분노, 부모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딸로서의 죄책감 등으로 얼룩진 채 살아가는 케이시, 가부장적인 남편에 순종하는 현모양처였지만 다른 남자의 아이를 유산한 리아, 미국 내 한국인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는 한국인 남편과 이혼하고 진정한 사랑을 찾는 엘라까지 세 여자의 고군분투를 비롯해 그 주변인들의 삶을 통해 미국 내 빈부격차, 세대 갈등, 문화 차이, 인종차별 등을 다루고 있다.

재출간을 앞둔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의 이야기들은 2007년작이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아시안 혐오 범죄가 늘면서 더욱 심해진 편견과 차별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불어닥친 K콘텐츠 강풍으로 어디선가는 환영받는 극과 극의 현실에서도 유효하다. 

비단 미국 뿐 아니다. 하루 한번씩은 인종차별적인 폭언을 견뎌야 한다는 프랑스 파리에 사는 한국인 파티셰, 폭우로 중지된 칠레 산티아고 에스타디오 모누멘탈에서 열린 K팝 콘서트에서의 한국인 혐오 혹은 조롱 증언들 등 현실은 이방인에게 여전히 냉혹하고 적대적이다. 그럼에도 그에 맞선 한국인들의 고군분투 역시 계속되고 있다. 이민진 작가 역시 출간 당시에는 “사람들이 케이시 한을 불편해 했지만 이제는 그들이 제 시대를 만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초기작이다 보니 어디로 튈지 모를 시점들, 매끄러운 연결이나 촘촘한 관계성 유지 보다는 순간 상황들을 서술하는 데 충실한 묘사 등이 불편하거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는 있다. 하지만 탁월한 재능의 소유자이자 젊은 지식인이며 독립적인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속 케이시는 이제 세월이 흘러 50세 안팎 중년이 됐다. 

당시에도 울분을 토했던 그가 맞닥뜨린 2022년의 미국은 어떤 모습일까. 그 상상만으로도, 그런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보듬고 치유하며 깨달아가는 새로운 삶의 방식도 흥미롭다. 그렇게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은 기시감 속에서 혼란스러우면서도 서로를 보듬고 연대하는 2022년 케이시들의 이야기가 된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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