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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죽을 때까지 지켜줄게? 스스로 포로가 되지 마세요

[100세 시대] 치매환자 가족이 알아둬야 할 슬기로운 간병법

입력 2022-12-06 07:00 | 신문게재 2022-12-06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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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몰래, 조용히, 그리고 아주 서서히 환자의 삶을 장악하고 자유를 빼앗는 질병. ‘치매’다. 치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이미 상당히 진전된 상태이기에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문제는 치매가 환자 뿐만아니라 가족들 삶까지 힘들게 만들고 피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다. 어찌 보면 환자보다 더 큰 희생양일이 될 수 있다.


40년 동안 치매를 연구한 임상·노인 심리학자 휘프 바위선이 쓴 <치매의 모든 것>을 중심으로 치매 간병가족들이 유의해야 할 사항들을 정리해 본다.


◇ 간병 가족의 고단한 삶

미국에서는 치매를 ‘구경해야 하는 사람들의 질병’이라고 부르며, 환자 한 명당 그런 구경꾼이 평균 다섯 명에 이른다고 한다. 그만큼 주변을 고통스럽게 만든다는 얘기다. 간병가족이 치매 환자보다 혈색도 안 좋고 건강을 해치고 정신적 부담은 훨씬 더 크다.

치매가 왔다는 첫 신호를 접하면 환자와 가족 모두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불신’과 ‘부정’이다. 믿으려 하지 않고 현실을 일단 부정한다. 그 다음 나타나는 감정은 ‘죄책감’이다. 충분히 돌봐주지 못했다는 자책이다.

그 다음이 ‘분노’다. “왜 하필 나(또는 내 가족)야”라며 묻고 또 묻다가 이내 자신 혹은 의사를 책망한다. 종국에는 환자에 대한 원망과 분노를 터트린다. 간병의 한계를 느끼게 되면 심지어 환자가 죽어 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생긴다. 그래서 치매노인 학대가 나온다.

많은 경우 간병의 가장 큰 몫이 한 사람에게 돌아간다는 점은 큰 문제다. 여러 가족 가운데 한 사람이 부담을 모두 떠안는 게 대부분이다. 아들 보다 딸이 대부분 선택된다. 어느 새 그 한 사람의 ‘희생’을 당연시하게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합당한 인정이나 정서적 지원은 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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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자칫 집 안에 환자 한 명 더 생긴다

간병인 셋 중 하나는 심리 치료가 필요한 정도라고 한다. 두통이나 어지러움, 위염, 목과 어깨 결림은 물론 매사에 신경이 곤두서고 잘 까먹고 잘 흥분한다. 매사에 의욕이 없고 담배와 술이 는다. 불평과 하소연에 과로와 만성피로가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집 안에 환자가 두 명이 되는 것이다.

간병은 힘들다. 아무리 사랑 하는 가족이라도 “영혼이 빨리는 느낌”이라는 고백도 나온다. 힘에 부칠 때가 많다. 이럴 땐 이 악물고 참기 보다 서둘러 주변에 도움을 청해야 한다. 병에 대해 잘 알면 무력감이 덜하고 환자가 특이한 행동도 이해된다. 가정의나 관련서적, 인터넷 등을 통해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는 노력이 중요하다. 주간보호센터나 재택간병 서비스를 이용할 수도 있다.

치매가 진전되면 대부분 다음 선택은 ‘요양병원’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하지만 환자를 이해시키고 설득시켜 입원토록 하는 것이 쉽지 않다. 환자 몰래 진행하다 보니 죄책감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생소한 환경에 갖다 버리는 듯한 기분에 가족들의 발걸음은 무겁다. 환자가 입원 후 자신의 상황을 인지하고 집에 가겠다고 버티면 마음은 더 미어진다. 야박하다는 비난도 있겠지만, 전문기관의 도움을 받는 것을 터부시할 필요는 없다.


◇ 고립감은 피하되 환자가 과하게 의존하지 말게 하라

고립감은 치매치료의 최대의 적이다. 환자를 위해서나 간병가족을 위해서도 사람들을 꾸준히 만나 관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외출하기 힘들면 지인들을 집으로 초대하면 된다. 이 때는 치매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좋은 지, 어떻게 대화를 나눠야 하는 지를 반드시 미리 일러두어야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때론 치매 간병에 ‘불필요한 사람’이 되라고 권한다. 24시간 늘 환자 옆에 꼭 붙어서 지켜봐야지 절대로 환자를 혼자 두어선 안된다고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자칫 과도한 걱정과 책임의식이 장기적 과보호로 이어져, 환자와 간병인 모두에게 ‘속박’이 되고 무력감만 키울 수 있다.

바위선은 “당신과 가족을 서로의 포로로 만들어선 안된다”고 말한다. 간병인 가족들 눈에는 서툴고 못마땅하더라도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조건 직접 하게 두라고 강조한다. 환자의 느린 행동에 속 터지는 경험도 하겠지만, 잠시 시선을 다른 것에 둔다거나 자리를 비우라고 말한다.

특히 지나친 자책은 기분만 더 나쁘게 만들고 스트레스만 가중시킨다. 그래서 바위선은 “당신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라”고 조언한다. “죽을 때까지 지켜주겠다”는 약속은 절대 하지 말라고 말한다. 환자가 모든 일을 의존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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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긍정적인 생활태도가 중요하다

간병가족의 긍정적인 생활태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보아선 안된다. 어렵고 견디기 힘든 상황을 무시할 수도 무시해서도 안되겠지만, 치매를 대하는 긍정적인 자세는 간병의 수고를 덜고 환자에 큰 도움을 준다.

간병 과정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이 드는 것은 간병 자체가 아니라 앞 일을 걱정하는 것이라고 바위선은 말한다. 안 좋은 미래만 생각해 봐야 득 될 것은 없고 힘만 더 들고 행복만 떨어진다. 현재에 집중해 너무 걱정하거나 오래 고민하지 말고 치매간병의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간병가족 가운데 간병 후 자신이 유익한 사람이 된 것 같고, 특히 전에 없이 환자와의 유대관계가 더욱 공고해 졌다고 긍정 평가하는 연구 결과도 있다.

잠시라도 짬을 내 매일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간병 가족 역시 자신을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간병 부담에 지쳐 정작 간병에도 소홀할 수 있다. 간병가족이 피곤하고 지치면 환자를 제대로 살갑게 대할 수 없다.

매일 잠시 억지로라도 즐거운 일을 시작해 간병가족이 즐거워 지면 환자도 덩달아 즐거워 질 수 있다. 자신의 노고가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스스로 인정해 주는 것이 가족간병에 있어 대단히 중요하다.

조진래·안상준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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