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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섬주민의 발' 여객선 중단 없어야

입력 2022-12-01 14:30 | 신문게재 2022-12-0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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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지난 17일 아침부터 충남 보령시 대천항 여객선터미널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천항∼외연도 항로를 운항하던 해운사가 여객선 면허를 반납하면서 대천항을 출발해 호도와 녹도를 거쳐 외연도까지 오가는 정기 여객선 웨스트프론티어호의 운항이 다음 날부터 중단될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이 여객선은 외연도, 호도, 녹도 등 섬 주민 757명을 육지 생활과 이어주는 유일한 교통편이다.


18일 여객선 운항 중단이 현실화되자 대산지방해양수산청과 충남도·보령시는 임시방편으로 행정선과 어업지도선 등 3척을 투입해 승객수송에 나섰다. 가까스로 긴급한 상황에 부닥친 섬 주민 67명을 수송했지만 정원 180명인 웨스트프론티어호를 대체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다행히 19일 선사가 운항을 재개했다. 하지만 사태의 불씨가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특히, 이번 사태는 지난 8월부터 예견됐지만, 당국의 안이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

여객선사는 2018년부터 대천항에서 51㎞ 떨어진 외연도 주민과 관광객, 공공기관 직원들의 편의를 위해 여객선의 운항 횟수를 하루 1편에서 2편으로 늘렸다. 그러나 관광객이 줄어든 데다 유류비 등이 급격히 상승해 경영상황이 어렵다며 지난 8월 23일부터 여객선의 운항을 하루 2편에서 1편으로 감축하겠다고 대산해수청에 신고했다.

해운사는 “코로나로 여객 수요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했으나 지난해 11월부터 정부가 보조금을 대폭 줄이는 바람에 더는 운영할 여력이 없어졌다”며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11월부터 운항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해수부와 충남도·보령시는 지난해까지 일일생활권 보장과 적자운항 보전 등 두 가지 명목으로 연간 3억원의 예산을 이 해운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해수부 지침이 일일생활권 항목만 지원하는 쪽으로 변경되면서 지원 예산이 기존 2억2500만원에서 7500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그 결과 해운사는 경영 악화를 이유로 항로 중단을 예고했다. 당국은 이때 선사의 애로사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이며 심도 있는 대책을 마련했어야 했다.

당시 대산수산청 관계자는 “해수부 지침 변경은 어렵다”며 “충남도와 보령시가 줄어든 예산에 대한 지원책을 마련하지 못해 선사가 항로 단절을 선언한다면 공모를 통해 대체 선사를 찾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해운사는 급기야 지난달 10일 폐업신고서를 통해 17일까지만 운항하겠다는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에 대산해수청은 부랴부랴 공모를 통해 대체 선사를 물색했으나 마감일까지 지원자가 없는 상황이 초래되면서 18일 항로 단절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섬 주민과 관광객 등은 발이 묶였다.

현재 관계 당국과 해운사는 유류비와 인건비 등 운항 결손비를 보조하는 쪽으로 협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노선을 국가가 운영하는 국가보조항로로 지정받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안은 예산 확보와 선박 건조 등에 많은 시간이 걸린다.

현재 우리나라 섬은 육지보다 인구소멸 속도가 빠른 편이다. 정부는 지속 가능한 섬을 만든다며 많은 예산을 지원해 섬에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고 관광과 귀어를 장려하고 있다. 하지만, 섬 주민이 어느 때라도 자기 삶터를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되는 한 정부 정책은 도로 아미타불에 그칠 것이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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