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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탐구생활] 예산부터 기관·인력까지… 30년 기다린 유보통합 ‘첩첩산중’

유치원·어린이집 관리체계 일원화 시동
주도권 싸움·재정·인력… 30여년간 잡음
재정 15조 필요한데… 정부 예산안 ‘0원’
‘왜 해야 하는가’ 본질적인 고민 필요해

입력 2022-12-25 14:32 | 신문게재 2022-12-2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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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배우는 어린이<YONHAP NO-3338>
(사진=연합)

 

유치원과 어린이집. 자녀가 없는 사람이라면 이 두 기관의 차이를 알기란 쉽지 않다. 이들에게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공통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아이를 돌봐주는 곳’이라는 대답이 돌아온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유치원은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관할하는 교육기관으로 만 3~5세의 유아교육을 담당한다.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와 지자체가 관할하는 사회복지시설로 만 0~5세의 영·유아보육을 맡는다.

통상 부모는 자녀의 돌봄이 필요할 때 어린이집을 찾다가 자녀가 만 5세가 되는 해 유치원과 어린이집 두 갈래의 길에서 고민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기관성격, 교육과정, 관할조직, 교사 자격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대다수의 부모들은 자녀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유치원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교육기관인 유치원 출신 아이와 보육기관인 어린이집 출신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교육 편차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정부는 지난 2012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공통 교육과정인 ‘누리과정’을 도입했으나 이같은 인식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오래전부터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으로 나뉜 유아 교육·보육 체계 일원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곤 했었다.

다만 ‘유보통합’을 위한 사회적 합의는 아직도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유보통합’의 ‘통합’이 정책과 기관 모두 다 해당하는 지도 불투명하다. 정부의 발표에는 ‘왜 유보통합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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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의 숙원… 주도권·재정 확보 난항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11일 “2025년 1월부터는 유치원·어린이집 관리 체계를 교육청으로 완전히 통합하려고 한다”며 “부처 간 협의가 완료됐고 그렇게 로드맵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 부총리는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누리과정’을 도입한 인물로 ‘유보통합’에 대한 의지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껏 유아교육계의 숙원이었던 ‘유보통합’을 윤석열 정부에서 완료하겠다는 모양새다.

앞서 ‘유보통합’은 지난 김영삼 정부의 ‘5·31 교육개혁안’에서 처음 제시됐지만 보육계 반대로 무산됐다. 김대중 정부에서도 ‘만 3~5세 유아학교 통합 정책’을 추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 노무현 정부 때는 유아 보육업무를 복지부에서 여성부로 이관하는 데 성공했으나 초등입학연령을 만 5세로 하향하는 ‘유아교육 학제개편’은 정치권과 학부모의 반발을 받고 포기했다.

이명박 정부는 유아 보육업무를 다시 복지부로 가져왔으며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표준보육과정을 ‘누리과정’으로 통합했다. 박근혜 정부에선 임기 내 ‘만 0~5세 교육’을 통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실행해 옮기지 못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선 ‘유보통합’에 한발 물러서 ‘유보격차 해소’ 중점 정책을 펼쳤다.

이처럼 지난 30여년간의 ‘유보통합’ 역사는 이해당사자들로 인해 번번이 좌초되기 일쑤였다. 특히 ‘유보통합’을 추진하는 주도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당장 이 부총리가 발표한 ‘유보통합’ 관련해서 복지부가 패싱당한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또 교육부의 ‘유보통합’ 추진 발표에 앞서 각 시·도 교육청과 충분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 방안대로라면 교육청이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감독을 가져가게 되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전무한 상태다.

지역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유보통합’ 방안을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에 보고했다고 하는데 교육청 일선 현장에는 전달이 되지 않아 당혹스러웠다”며 “지금으로선 구체적인 로드맵이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재원 확보 역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지난 7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유보통합’을 위한 재정은 15조2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유아교육과 보육재정을 합한 후 2022년 교육부 확정예산을 고려한 결과다.

육아정책연구소는 재원 확보를 위해 증액교부금, 특별회계, 보통교부금 등을 제시했지만 안정성 결여, 기존 유·초·중등 교육재정 잠식, 다른 부처의 저항 등을 전망했다. 반면 2023년 정부 예산안에선 ‘유보통합’ 관련 예산이 반영되지 않았다.


◇교사 처우·기관 통합 문제는 섣불러… “교육과정 마련 신중해야”


‘유보통합’의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인력 통합 방안이다. 현행 자격제도에서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정교사 자격을 취득한 교원이지만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학점은행제를 통해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보통합’ 과정에서 유치원 교사와 보육교사의 자격을 동등하게 한다고 했을 때 유치원 교사들이 역차별이라고 반발하는 이유다. 또 보육교사의 급여를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맞추게 되면 연간 수조원의 재정이 필요하다.

다만 현장에선 교사 처우문제와 기관 통합 문제가 섣부른 일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유보통합’이 교육과정의 통합이지 기관의 통합이라고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사 처우 문제에 관해서도 반발이 심한 만큼 인력 통합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거란 의견이다.

유아교육 한 전문가는 “교사 처우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말하기에 매우 성급한 부분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그대로 두되 관할 부처만 교육부와 교육청으로 바뀌는 것”이라며 “기관을 통합한다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유치원 교사들의 억울함은 알겠지만 유보통합이 된다고 한들 보육교사와 동등한 취급을 받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보육교사 또한 정해진 교육을 성실하게 이수해 자격을 취득한 만큼 그에 관한 처우개선 논의는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유보통합’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바로 다양한 경험과 성장이 필요한 영유아기 시기에 정형화된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게 옳냐는 지적이다. 현재 만 0~2세가 그 대상이다.

전문가들은 이들에 대한 교육과정을 누가 만들 것인지, 그렇게 만들어진 교육과정을 새로 교육할 교사 양성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 없이는 ‘왜 유보통합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세종=이정아 기자 hellofeliz@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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