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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그 많던 욜로, 어디로

입력 2023-01-26 14:22 | 신문게재 2023-01-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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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몇년 전만 해도 욜로(You Only Live Once!)족이 대유행이었다. 현재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를 갖고 있는 욜로족은 한번 사는 인생 마음껏 즐기자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실제로 많은 MZ세대가 월급의 노예로 살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다양한 직업인으로 변신했다. 이들은 회사를 그만두고 모아놓은 돈으로 1~2년씩 세계 여행을 즐기며 선망의 대상이 됐다. 그 경험을 SNS에 호화로운 경험을 인증하는 글과 사진을 올리고 책으로 펴내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그 많았던 욜로족이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맞이하게 된 변화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의 공장인 중국 실물경제를 거의 붕괴시켰고 미국 실업건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4배가량으로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2022년 이후 물가와 금리가 급등하자 욜로족을 꿈꿨던 사람들은 하나둘씩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영환경의 변화는 욜로족의 소비관도 바꿨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전국 25~59세 남녀 1인 가구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월 소득에서 저축이 차지하는 비율은 44.1%로 2년 전 같은 조사보다 9.8%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소비는 13.4%포인트 떨어진 44.2%를 기록했다. 대출을 갚는다는 비율도 8.2%에서 11.2%로 올랐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의 영향으로 각종 보험에 든 사람의 비율은 2년 전 75.3%에서 올해 들어서는 88.7%로 늘었고 ‘보험 가입은 필수’라는 인식도 51.6%에서 60.3%로 늘었다.

그동안 욜로 현상을 주도한 1인 가구의 경우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줄이는 움직임이 확연히 드러나게 된 것이다. 즉 경제 상황이 바뀌자 미래에 대비하는 쪽으로 빠르게 변신을 꾀하고 있다. 부자들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의 소득 상위 0.1%의 가계 자산은 2020년 12조1300억 달러에서 2021년 4분기 18조4600억 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2022년 1분기에는 2000억 달러 감소한 데 이어 2분기에는 1조2100억 달러가 더 증발했다고 밝혔다.

국내 시장조사기관 트렌드모니터 조사에 의하면 ‘나는 욜로족이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2017년 31.9%에서 2021년 23.1%로 줄었다. 통계에서 드러났듯 욜로 열풍은 일시적 트렌드였다. 하지만 그들은 노후의 여유로운 삶을 가까운 미래에 무조건 보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우쳤을지도, 냉혹한 경제 사이클과 규칙에 의해 이끌려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호화로운 경험보다는 더 적은 것에 만족하고 눈앞에 보이는 작은 성과에 기뻐하는 방법을 배웠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최근 소확행에 대한 이야기가 다시 들린다.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의 수필집에서 행복을 이렇게 정의한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넣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욜로도 한번 사는 인생, 나의 행복을 찾는 것이고 소확행도 일상의 작은 행복을 누리는 것이다. 결국 이 둘의 지향점은 ‘행복’이고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진짜 행복이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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