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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北 권력의 암투와 숙청… '백두혈통' 파헤친다

[책갈피] 김정은과 김여정

입력 2023-02-24 07:00 | 신문게재 2023-02-2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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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과 김여정|마키노 요시히로|글통

마키노 요시히로는 일본 아사히신문 기자다. 북한이 기자 실명까지 거명하며 공개 비난하고 문재인 정부는 청와대 무기한 출입 금지 처분을 내렸을 정도로 양 진영에 대해 비판적 기사를 써 왔다. 2007년 한국 특파원 근무 때부터 북한의 내부 승계 과정을 깊이 있게 들여다 본 기록들을 이 책에 담았다.


저자는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 죽음을 감지한 김정일이 3남 김정은에게 권력을 이양하려 할 때, 김여정이 자신도 정치에 몸담고 싶다고 아버지에게 호소했다고 전한다. 김여정을 아꼈던 김정일도 “여정이가 남자라면 내 뒤를 이을 수 있을텐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 역시 집권 후 인맥과 경험이 없던 터라 김여정에게 많은 것을 의지했다고 한다.

저자는 김여정이 누가 뭐래도 ‘백두혈통’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북한에서 여성의 역할이 극히 제한적이지만 김여정은 이 불가침의 성역을 등에 업고, 2인자를 용납 않는 북한 정치사회에서도 김정은의 호위 아래 큰 존재감을 드러냈다고 적었다. 건강이 안 좋은 김정은으로선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혈육인 김여정 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김여정은 김정은의 후계자가 될 수 있을까? 한 때 후선으로 밀린 듯했던 김여정이 최근 외교 전면에 다시 등장하고 대남·대미 비난 발언을 연일 쏟아내며 실질적 2인자 역할을 재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저자는 김여정이 김정은의 ‘탑 스페어(Top Spare)’일 가능성을 언급한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비(非) 백두혈통’이 김정은 자리를 이어야 북한이 변화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는 비운의 황태자 김정남을 둘러싼 암투와 테러 뒷얘기, 김정남과 고용희·장성택과 고용희 간 내부 권력투쟁과 박근혜 정부의 김정은 암살 작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내막 등 이제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김정은 정치의 실체적 본질도 파헤친다. 대외적으로 ‘애민정치’를 내세우지만 사실은 ‘인민 억압적 체제’에 불과하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이밖에 이른바 ‘붉은 귀족’의 노골적인 이권 챙기기 사례와 북한 사회 전반에 만연한 ‘뇌물 문화’도 폭로한다. 뇌물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자살한 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의 얘기도 흥미롭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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