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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일상에서 건져 올린 사유의 바다,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

입력 2023-03-1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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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에서 11점의 ‘B.Q.O.’ 연작 선보이는 바이런 킴(사진=허미선 기자)

 

“제가 바다 수영을 회화 작품의 주제로 떠올린 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 가장 컸어요. 2022년 1월부터 1년여 동안 제가 태어난 곳이자 아흔이 넘은 제 부모님이 살고 계신 섬에서 지내면서 시작됐거든요. 그 전까지는 바다 수영을 본격적으로 해보진 않았어요. 팬데믹으로 갇혀 있는 답답함에서 벗어나고 싶었죠.”

1993년 휘트니 비엔날레에서 첫 선을 보이며 주목받은 ‘제유법’(Synecdoche), 하늘 그림에 몇줄짜리 일기를 곁들인 ‘선데이 페인팅’(Sunday Paintings) 연작에 이은 바이런 킴(Byron Kim)의 ‘B.Q.O’는 그렇게 시작됐다. 

 

바이런 킴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B.Q.O’는 3개의 캔버스가 나란히 수직으로 배열된 구조로 위부터 바다 속에서 바라본 하늘, 물의 표면과 그에 반사되는 풍경 그리고 물속을 표현하고 있다.

개인전 ‘마린 레이어’(Marine Layer, 4월 23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점)에서 새로운 연작 ‘B.Q.O’ 11점을 선보인 바이런 킴은 제목에 대해 “세편의 소설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초성”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 중 버튼(Berton), 허먼 멜빌의 ‘모비딕’ 중 퀴케그(Queequeg), 호머의 ‘오디세이아’ 중 오디세우스(Odysseus)의 초성을 딴 제목이죠. 세 캐릭터는 각 작품에서 다른 역할과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바다와 분투했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에서 11점의 ‘B.Q.O.’ 연작 선보이는 바이런 킴(사진=허미선 기자)

이어 “이번 ‘마린 레이어’에서 보여드리는 작품들은 3년 전의 바다에서 진화한 상태”라며 “처음에는 ‘솔라리스’ 속 미래 가상 행성의 바다를 연상하면서 작업했다. 하지만 이번에 선보이는 것들은 제 체험에서 나온 작품들”이라고 덧붙였다.


“제가 61년 전 태어나 성장한 라호야 지방의 바다, 코네티컷 주 토비 호수, 샌디에이고 등에서 수영을 했던 경험에 관한 것이고 그 경험에서 연상된 바다를 작품으로 만들었습니다. 제가 직접 보진 못했지만 라호야 지방에는 최근 백상아리와 청상아리가 출몰한다고 해요. 아마도 기후 변화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상어가 위험하긴 하죠. 하지만 제가 생각할 때는 운전을 한다든지, (교통수단을 이용하며) 도로 위에 있는 것보다는 안전하지 않을까 싶어요.”

바이런 킴은 나란히 걸린 ‘B.Q.O. 36’ ‘B.Q.O. 29’와 그 건너편에 배치된 ‘B.Q.O. 28’에 대해 “가끔 사진을 필터링해 작품을 그리기도 하는데 이 세 작품이 그렇다”며 “제 아이폰으로 사진을 찍고 그 사진을 필터링해 그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영을 하다보면 하늘이 제일 잘 보이고 수중도 깨끗하게 보여요. 반면 수면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제한적으로 보이죠. 그래서 ‘B.Q.O. 37’은 맨 위와 아래 캔버스(28인치) 보다 가운데(26인치)가 살짝 짧아요. 눈으로 보기에는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지만 분명 (차이가) 존재하죠.”

수영장을 기반으로 한 ‘B.Q.O. 31’에 대해서는 “시간으로 따지면 바다보다는 수영장에서 더 많이 수영한다”며 “수영장에서 느꼈던 현상을 연못이나 바다처럼 나타낸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제가 자라온 근처의 대학교 수영장으로 어려서부터 저의 놀이터나 다름 없는 곳이었다”며 “그 경험과 기억을 되살린 그림”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런 킴
바이런 킴 개인전 ‘마린 레이어’ 전경(사진=허미선 기자)

 

‘B.Q.O. 41’은 “유일하게 시각적으로 가장 구체적인 순간을 포착한 작품”이다. 그는 “바다 수영 경험에서 연상된 감정, 개념 등을 표현한 다른 작품과 달리 실제 수면과 제 팔 위로 비쳐든 빛을 나타낸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전시회 제목인 ‘마린 레이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B.Q.O. 34’는 자칫 바다가 아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에 대해 바이런 킴은 “라호야는 안개가 많은 지방”이라며 “보통 오전에 안개가 자욱한 상황이 많다”고 전했다. 이어 “너무 안개가 자욱해서 구름과 구별이 안갈 정도. 그걸 ‘마린 레이어’라 표현했다”며 맨 위와 가운데 캔버스는 안개가 자욱해 잘 보이지 않는 하늘과 해수면을 그렸다”고 부연했다.

 

하지만 안개가 낀 날은 위험해서 수중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어떤 풍경인지 알 수가 없어요. 단순히 좀 어둡겠거니 상상을 하고 그렸죠. 제 이야기를 들은 해양학자인 딸이 ‘진짜 같다’며 ‘좋다’고 해서 지금 형태의 색깔로 표현이 됐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제가 깨달은 게 있는데요. 회화작업을 하면서는 항상 주제 요소에 충실하게 그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경험을 통해 가끔씩은 주제 요소에 집착하기보다 회화 작품 자체가 좋으면 그것을 흐름으로 봐도 된다는 걸 깨달았죠.”


부산=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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