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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송혜교 아니었으면 '바로 너'였어! '더 글로리' 차주영

[人더컬처] 넷플릭스 '더 글로리' 차주영, "우아하고 고급진 날라리"라는 평가 가장 기억남아
가진 건 몸매밖에 없는 역할 위해 일부러 6kg 찌워 오디션 봐

입력 2023-03-20 18:30 | 신문게재 2023-03-21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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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주영은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 인터뷰를 통해 촬영 에피소드를 전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영민함 그리고 단단함. 배우 차주영을 만난 첫 느낌은 이랬다. 최근 시즌 2 공개와 함께 전세계 화제성 1위에 오른 넷플릭스 ‘더 글로리’ 속 그가 맡은 혜정은 박쥐같은 인물이다. 부모의 재력과 남다른 외모를 타고나 학교에서 여왕벌로 군림하는 연진(임지연)의 편에 서지만 그들 사이에서 동은(송혜교)이 아니었다면 다음 희생자가 됐을 ‘세탁소집 딸’이다. 가해자의 입장에서 약자들 앞에 군림하지만 늘 눈치를 봐야하는 비운의 인물이다. 그렇게 차주영은 ‘더 글로리’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자 복수의 도구로 쓰이면서 사실상 시즌 2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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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 지난해 12월 파트1이 공개 된 후, 지난 10일 파트2가 공개되며 이야기가 마무리 됐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제 인생 친구들을 만나게 한 작품이에요. 제 영광(Glory)은 사람에서 나오는 터라 누군가를 사귀는 데 굉장히 신중한데 이 작품은 그 틀을 깨게 해 준 작품입니다. 드라마의 인기를 떠나 배우들끼리도 여전히 친하고 끈끈해요.”

그는 이 작품이 ‘인생의 꼬리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극 중 가슴 노출장면에 대해서도 “엄마는 이미 알고 계셨지만 직접 보시고는 놀라시긴 하셨다.(웃음) 아빠는 아직 해외에 나가계셔서 못 본 상태”라면서 “일단 하기로 한 상태였기에 부담은 전혀 없었다. 다만 가슴성형을 한 몸매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제작진과 긴 상의를 거치긴 했다”고 말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 다리를 다쳐 깁스를 한 상태였던 차주영은 스튜어디스라는 직업에 맞게 날씬한 몸매에 가슴수술 ‘만’한 상태보다 타고난 몸매를 더욱 돋보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글래머러스한 체구를 더욱 돋보이는 선택을 한 것. 이는 ‘더 글로리’에서 제대로 통했다. 약쟁이 사라(김히어라)가 금단 증상을 느낄 때마다 폭식을 해도 늘 마른 상태이고 기상 캐스터로서 늘 다이어트를 해야 했던 연진에 비해 살집이 있는 차주영의 존재감은 남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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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를 앞두고 공개된 동은(송혜교)과 혜정(차주영)의 캐릭터 포스터. 두 사람 모두 다 왜 입을 막고 있는지가 가늠되는 결말을 맞았다.(사진제공=넷플릭스)

 

그에 따르면 모든 대본이 캐릭터에 맞게 배우에게 간 게 아닌 ‘모든 가능성이 열린 상태’에서 오디션을 봤다고. 그가 연진이가 될 수도, 사라가 될 수도 있었다는 의미다. 그는 “가해자를 연기했기 때문에 조심스럽지만 누구나 살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피해자나 가해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다만 분명한 시기에 확실한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진이와 재준(박성훈) 무리에서도 혜정이는 피해자에 가깝잖아요. 그런데도 왜 학폭에 가담했냐면 아마도 두려움이 시작 아니었을까요? ‘쟤 아니면 너 였어’라는 말이 얼마나 큰 공포예요. 하지만 알면서도 계속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건 큰 죄죠.”

차주영이 꼽은 ‘더 글로리’ 속 최고 대사는 재준을 사이에 두고 연진과 맞붙는 시즌 2의 한 장면이다. 늘 자신을 멸시해온 두 사람 사이에서 결국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혜정은 질펀한 베드신 직후 재준의 셔츠를 입고 있다. “그거 내가 사준 옷”이라며 조롱하는 연진에게 혜정은 “내가 뭘 가진 줄 알고 감히!”라고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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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상형은 ‘지조있는 사람’이라고 밝힌 그는 “극 중 캐릭터라면 차주영은 재준이보다 하도영(정성일)이 낫다”고 미소지었다.(사진제공=넷플릭스)

 

이 촬영 당시 현장에 있던 모든 스태프들이 모두 ‘멋지다. 최혜정’을 외쳤을 정도였다고. 살면서 다른 친구들을 단 한번도 이겨본 적 없고 가진 건 몸뚱이 밖에 없는 설정의 혜정이가 제대로 대드는 신이었다.

“저는 여기에서 ‘감히’라는 단어가 가진 자의 여유가 아닌 혜정이 가진 불안함을 증명한다고 봐요. 세게 나가지만 여전히 비굴한 느낌이 없지 않죠. 어렸을 때부터 늘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자주 받았어요. 인종차별, 성별 간의 이슈 등 타지에서 느꼈던 기억들이 어느새 혜정이와 저의 교집합이 되더라고요.”

무엇보다 넷플릭스 특유의 긴 캐스팅 과정은 되려 차주영에게 ‘고급진 날라리’ 역의 쐐기를 박았다. 김은숙 작가와 안 PD 작품이기에 출연하고 싶었지만 내색하지 못했다. 마지막 미팅 때 “어떻게 지냈어요?”라고 묻는 안 PD에 자신도 모르게 혜정이가 돼 “X같이 지냈어요”고 답한 것이 그를 혜정이 역할로 이끌었다.

“맞습니다. ‘ㅈ’이 들어가는 욕을 했어요. 이미 혜정으로 살고 있어서 그렇게 답했는데 현장이 빵 터졌고 지금의 결과로 이어졌죠. 사실 그 전에는 매사에 신중했다면 이제 과감하고 단순하게 표현하는 편입니다. 배우로서 굉장한 성장을 했다고 봐요. 그 전에는 뭐든지 심오했고 심각했다면 지금은 좀 유연해 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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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전 배우들에게 학폭에 관한것을 확인했다는 그는 “불의를 보면 못 참는 성격이다. 자녀들에게도 그렇게 교육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더 글로리’의 파트 2는 온라인 콘텐츠 서비스 순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집계에서 38개국 1위를 차지했고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를 지키고 있다. 10대 시절 해외로 떠나 한국인이 현저히 적은 유타주에서 대학생활을 보낸 차주영은 부모님이 바라던 “조용하고 차분한 딸”이 될 수 없음을 뒤늦게야 깨닫고 한국에서 연기를 시작했다.

 

비중은 작아도 확실한 캐릭터로 ‘그 배우 누구?’ 라고 되묻게 만드는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최근 ‘최종병기 앨리스’에서 뛰어난 해킹 실력을 발휘하는 양양으로 분한 그는 어떠한 감정도 담겨있지 않은 무표정으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찍었다.

“과거에 이방인으로 살면서 소외받는 외로움에 대해 남다른 감정을 겪었어요. 무엇보다 ‘더 글로리’는 학교 폭력이 주제지만 차별에 대한 모든 이슈를 담고 있다는 점과 살면서 한번은 겪는 이야기들을 연기로 소화한다는 점이 배우로서 가장 뿌듯했어요. 앞으로도 혜정이를 넘어서는 캐릭터로 대중에게 다가갈 테니 기대해 주세요.”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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