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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오건영 신한은행 팀장, ‘학원강사 꿈’ 은행서 1타강사로 이루다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오건영 신한은행 자산관리사업부 팀장

입력 2023-03-27 07:20 | 신문게재 2023-03-2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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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행한 지 19년차 오건영 신한은행 자산관리(WM)사업부 팀장(44). 그에겐 금융전문가, 갓건영, 거시경제·금융 1타강사 등의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현재 WM 고객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지원하거나 고객을 상담하는 프라이빗뱅커(PB) 팀장들을 교육하는 역할을 맡고 있으며, 각종 방송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깊이 있는 경제전망과 분석을 전하고 있다.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만난 오 팀장은 이웃집 아저씨처럼 소탈한 모습이지만, 경제에 대해 논할 때는 ‘1타강사’의 카리스마를 곳곳에서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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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자산관리(WM) 사업부 팀장이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 학원강사 꿈꾼 오건영, 은행 직원들을 교육하다


한번 쯤 그의 에세이나 강연을 접해본 이들은 그가 경제 비전공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놀란다. 사회과학 전공자인 그는 어떻게 은행 직원들을 교육하고 대중들에게도 경제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됐을까.

오 팀장은 처음 입행한 후 대부분의 행원들이 그렇듯 영업점에서 창구업무부터 시작했다. 2004년 은행에서 펀드판매가 시작되면서 자산관리 관련 창구에서 고객 상담을 하며 지식의 부족함을 느끼게 된 것이 새로운 계기가 됐다. 그때부터 다양한 전문가들을 만나고 강연을 듣는 등 적극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단다. 2008년부터는 직원들을 교육하고 시장을 분석하는 역할을 맡게 됐다. 그러다 2012~2014년 미국에서 MBA 공부를 하면서, 미 공인회계사(CPA) 자격도 취득했다. “비전공자라는 게 콤플렉스였다. 어떻게든 따라가려고 발버둥 치듯 공부를 했다. 전공도 중요하지만 실전에서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부족함을 하나하나 메우면서 조금씩 레벨이 올라갔던 것 같다.”

어려운 경제지식을 일반인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풀어주는 그의 경쟁력은 끊임없는 공부와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글쓰기를 통한 소통에서 다져진다고 한다. 그를 유명해지게 만든 방송에 처음 출연하게 된 것도 수년간 글을 통해 쌓아왔던 소통이 계기가 됐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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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자산관리(WM) 사업부 팀장이 최근 신한은행 본점에서 브릿지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이철준 PD)

 

◇ “거시경제 흐름은 돈의 가격을 아는 것”

오 팀장이 경제나 시장을 볼 때 중요하게 여기는 것 중 하나는 ‘돈의 가치’다. “돈의 가격에는 두 종류가 있는데 첫 번째는 대내적인 돈의 가격으로 ‘금리’이다. 두 번째는 대외적인 돈의 가격으로 ‘환율’이다. 예를 들어 어떤 자산에 투자해 3% 이익을 낸다고 가정해보자. 그런데 정기예금 금리가 5%다. 그렇다면 그런 투자는 하지 말아야 한다. 만일 정기예금 금리가 0%라면, 투자 수익률이 3% 정도만 돼도 꽤 ‘아름다운’ 투자가 된다. 무언가 투자를 하거나 경제의 흐름을 볼 때도 돈의 가격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하고, 그것을 알려면 금리나 환율의 추이를 같이 보는 것이 필요하다.”

‘돈의 가격’을 통해 경제의 흐름을 읽는다면, 올해 일반인들이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는 어떤 자산에서 나올까. 오 팀장은 일부 정기예금을 포함해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투자하는 것을 추천했다. “매크로(Macro·거시경제) 환경이 어떻게 변화할지는 사실 예측하기 어렵다. 다양한 자산군에서 상당히 빠른 회전이 나타난다. 어떤 때는 주식이 좋았다가 어떤 때는 가치주, 또 어떤 때는 성장주 등 섹터별로 차별화되다가 채권으로 몰려가기도 하고 원자재로 때리기도 한다. 다양한 자산군을 깔아놓은 다음에 올라오는 자산군에서 수익을 쌓아놓는 전략으로 접근해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위험으로 안전하게 베이스를 깔고 갈 때 4~5%의 정기예금 금리도 큰 도움이 된다.”

정기예금은 1년짜리도 있고, 4~5년짜리도 있다. 현 시점에선 어떤 예금이 고객입장에서 유리할지 궁금했다. “분산투자는 확률이다. 지금이 금리의 고점이 될 확률이 얼마나 될지를 보면 된다. 고점일 확률이 10%도 안 될 것 같고 금리가 더 오를 것 같다면 10% 정도만 정기예금을 가져가면 된다. 금리가 올라가는 시기에는 단기예금 비중을 늘리고 장기예금 비중을 적게 가져간다. 금리가 오르면 오를수록 정점에 가까워질 텐데 그때는 단기예금 비중을 조금씩 줄이면서 장기예금을 늘린다. 그렇게 하면 금리고점에서 장기예금 100%를 들고 있을 순 없어도, 누구도 모르는 고점을 지나갈 때 나는 장기예금을 갖고 그 구간을 지나가게 된다.” 오 팀장은 현재 정기예금의 경우 7대 3의 비율로 단기예금보다 장기예금을 더 많이 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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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자산관리(WM) 사업부 팀장 (사진=이철준 PD)

 

◇ 미 금리인하 기대… “한은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오 팀장은 앞으로의 원·달러 환율에는 미국의 긴축기조가 미치는 영향이 여전히 크다고 본다. “금리가 몇%냐의 레벨보다는 향후 방향성이 더 중요하다. 당장은 금리가 오르더라도 이후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지면 달러가 약세를 보일 수 있다. 시장이 긴축 종료 시그널을 강하게 읽을 때 달러 약세가 본격화될 수 있다. 다만, 달러 약세 과정에서도 안전자산으로서의 달러의 성격이 있기에 중간 중간 강하게 튀어오르는 국면들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최종 금리는 하단 기준 5~5.25% 수준으로 전망했다. 현 수준(4.75~5.00%)에서 베이비스텝(25bp 금리인상) 한 두 차례 정도 남은 것으로 본 것이다. “금리인상 사이클이 거의 끝났다는 얘기다. 이후 실물경기가 어느 정도 버텨준다면 현재의 높은 금리를 장기간 이어가는 이른 바 ‘롱거’(Longer·더 오래)의 스탠스를 지속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연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상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했더라도 환율이 안정되어 있다면 한은이 굳이 금리 인상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자본 유출이 안정된 경우 대외보다는 대내에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 흐름을 주목해야 하겠지만, 지금처럼 수출, 소비, 투자가 모두 식어가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도 있다.”



◇ “챗 GPT, 검증의 단계가 필요”


요즘 챗 GPT가 다양한 분야에서 화제를 몰고 있다. 경제이슈를 포함해 웬만한 질문에는 몇 초 만에 답을 내놓는 이런 인공지능(AI) 기술이 앞으로 일반인은 물론이고 전문가들의 자리도 위협하지는 않을지, 오 팀장의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챗 GPT를 ‘굉장한 혁명’으로 평가하면서도, 수많은 사람들의 부(富)를 결정하는 투자정보에는 검증의 단계가 필요하다는 점이 한계라고 지적했다. “챗 GPT의 그럴듯한 답은 사실 검증되어 있는 게 아니고 정보의 조합일 뿐이다. 앞뒤 문맥이 매끄럽다는 것과 로직(논리)이 정확하다는 것은 또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만일 챗 GPT가 정확하지 않은 정보가 돌아다니는 영역에서 학습을 했다면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의 그럴싸한 조합들을 보여주게 된다. ‘정확한 정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 같다.”

오 팀장은 챗 GPT가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영역을 ‘직관’과 ‘창의’라고 보았다. “제너레이트(generate·생성하다)와 크리에이트(create·창조하다)의 차이가 있지 않을까. 직관 속에서 창의라는 것이 만들어질 수 있다. 사람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부분이 존재한다.”

사람과의 소통도 차별화되는 점으로 꼽았다. “똑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챗 GPT가 1타강사처럼 할 수 있을까. 사람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영역이 존재한다. 대중들에게는 전달의 방식이나 문체도 중요하다. 챗 GPT가 순간순간 즉흥적으로 생성해내는 문장과 사람이 스터디를 통해 빌드업해온 것의 차이가 있다. 앞으로도 사람의 역할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인터뷰를 마칠 때 쯤 5년 후 그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거시경제 전문가라면 왠지 몇 년 후를 보며 살 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는 ‘오늘 하루’에 집중한다는 답을 내놨다. “언론과 인터뷰하게 되는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5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다. 5년 후 나의 모습도 알 수 없다. 솔직히 시장을 따라가는 것도 바쁘다. 하루하루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많은 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이 지금의 내게 주어진 행운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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