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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사진=연합) |
우리나라 최고 부촌인 서울 강남구의 전세시장 움직임이 최근 심상치 않다. 금리인상과 집값 하락에 더해 설상가상으로 입주물량까지 쏟아지면서 개포동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하락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보증금이 과도하게 낮게 거래되는 등의 특이 사례가 속출해 눈길을 끈다.
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 84.36㎡ 지난달 23일 보증금 7억4500만원에 갱신 거래가 성사 됐다. 최고가 18억5000만원과 비교해 약 59.72% 하락한 가격이다.
같은 달 1일 해당 아파트 전용 84.36㎡가 11억원에 신규 계약이 체결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22일 만에 전셋값이 4억원 가량 하락한 모양새다.
‘디에이치아너힐즈’과 개포공원을 사이로 두고 마주해 있는 ‘래미안블레스티지’ 전용면적 84.94㎡는 지난달 27일 보증금 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전세 최고가 18억3000만원 대비 약 78.14%나 급락했다.
지난 2월부터 해당 단지 인근 ‘개포자이프레지던스’(3375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개포동 일대 전셋값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고는 해도 이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개포래미안포레스트’에서는 지난 2월 17일 전용 84.86㎡가 계약 갱신 후 불과 4개월 만에 보증금이 13억3000만원에서 2억3000만원을 낮춘 11억원에 다시 갱신 계약되는 특이한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단지에서 길 하나를 건너면 6702가구 규모 대단지인 ‘디에이치퍼스티어아이파크’가 올해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다. 공교롭게도 특이 거래 발생하고 있는 단지는 입주 물량이 급증, 공급과잉이 우려되는 곳들인 셈이다.
부동산 전문가가 특이 거래와 관련해 증여 목적의 가족간 거래일 가능성이 있으나 전셋값 하락에 보증금을 돌려줄 형편이 되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보증금을 대폭 낮췄을 가능성도 높다고 추측한 이유다.
특이 거래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강남구 입주 물량은 6371가구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입주 예정 물량이 가장 많다. 전체 입주 물량(2만5729가구) 중 25%를 차지한다.
내년 입주물량도 6702가구로 가장 많다. 공급 과잉 현상이 지속돼 전셋값 하락세가 한동안 이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서진형 경인여대 MD상품기획비즈니스학과 교수(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는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의 전셋값이 수억원 넘게 빠지면서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한 집주인이라면 만기가 된 세입자 보증금을 되돌려주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짚었다.
서 교수는 이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세입자가 직접 강제경매를 신청할 수 있는 만큼 대폭 보증금을 낮춰 갱신 계약을 맺거나 급급매로 다음 세입자를 구해야 한다”며 “이런 현상은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지며 전셋값 하락을 가속 시킬 주요 원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성동규 기자 dongkuri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