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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꿈에도 보기싫은 미래? 행동하지 않으면 현실!

[브릿지경제의 ‘신간(新刊) 베껴읽기’] 바츨라프 스밀의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

입력 2023-04-29 07:00 | 신문게재 2023-04-28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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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저자는 세계적인 환경과학자다. 그는 숫자와 통계를 활용해 우리 문명의 현실을 과학적으로 파헤치고 미래를 전망한다. 기후변화부터 식량과 에너지 문제에 이르기까지 ‘위기의 시대’에 그가 제시하는 인류 미래의 모습은 우리의 상식이나 기대와 조금 다르다. 그는 “20~30년이면 탈 탄소화가 끝나고 재생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은 ‘얼토당토 않다”고 말한다. 희망고문이라는 얘기다. 저자는 “현실에 기반 않는 시나리오가 문제”라고 비판한다. 이어 “결국은 지금 우리의 행동이 우리의 미래를 만들 것”이라며 전 지구적 ’지속가능한 공조’를 촉구했다.



◇ 역사상 유례 없는 에너지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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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는 역사상 전례 없는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원 의존도가 높아지는 추세지만, 이에 완전히 의존하려면 전기를 대규모로 장기간 저장하는 장치를 개발해야 한다는 게 숙제지만, 이미 인류는 장기적으로 사회를 전기화하려는 추세에 돌입했다. 1970년부터 2020년까지 50년 동안 세계 전기 생산은 5배나 증가했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소비되는 최종 에너지에서 전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18%에 불과하다.


저자는 곧 대규모 전기저장 방법이 개발되지 못하면 원자력발전이 부활할 것이라고 말한다. 요즘 핵 원자로는 90% 이상의 효율성에 수명은 40년이 넘는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 한국만이 원전 확대에 열중할 뿐이며 미국이 개발한 소형 모듈 안전 원자로는 아직 상업화되지 않았다. 저자는 그러나 “EU도 원자력 없이는 탈 탄소화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음을 인정했다”며 원전 반대 목소리는 지속될 수 없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2040년이면 화석연료가 세계 일차 에너지 수요의 54%를 공급할텐데 이를 10년 내 제로로 떨어트린다는 것이 가능한가”라고 되묻는다. 50억 명이 소비하는 에너지량을 충족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그는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분명한 것은 화석연료를 느닷없이 포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화석연료는 갑자기 종말을 맞지 않을 것이고, 점진적으로 사용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 화석연료에 과하게 의존하는 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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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생산은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한다. 1970년 이후로 질소비료의 합성은 농업에 투입한 보조 에너지 가운데 으뜸이었다. 800g의 통밀 생산에 80㎖의 디젤유가 필요하다. 최종 소비 단계까지 총비용은 ㎏당 600㎖의 에너지 소비에 해당한다. 육용계 사육과 사료에 투입되는 총 에너지는 가장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1㎏의 식용류 당 약 200㎖의 디젤유에 해당한다. 채식주의자들은 야채 안에 화석연료가 잔뜩 담겼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모든 해산물의 탄소발자국 평균값은 놀라울 정도로 높아 ㎏당 700㎖에 달한다.

1900~2000년에 세계 인구는 3.7배 늘었지만 경작지는 40% 느는 데 그쳤다. 인간이 농업에 인위적으로 더한 에너지 보조(농약, 농기계 연료 등)는 90배나 증가했다. 식량을 덜 낭비해야 에너지 투입도 줄일 수 있다. 매우 높은 식품 손실률도 문제다. 뿌리 식물과 열매와 채소는 거의 절반, 어류는 3분의 1, 곡류는 30%가 폐기된다. 버려지는 음식물의 70%가 잘못 조리하거나 너무 많이 준비한 까닭에 버려진다.

저자는 지나치게 기름지고 육고기 중심적인 식단과 결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렇다고 채식주의를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는 “엄격한 채식주의는 소중한 생산량의 낭비”라고 말한다. 저자는 생산 측면에서는 합성 질소비료 의존을 줄이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지만 제한적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은 빵 덩이로든 물고기로든 변형된 화석연료를 먹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 대체 불가능한 시멘트와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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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시멘트와 강철, 플라스틱, 암모니아를 ‘현대 문명의 네 기둥’이라고 말한다. 엄청나게 쓰이지만, 가까운 미래에 대체가 불가능한 품목들이다. 네 물질 모두의 대량생산 시 화석연료의 연소에 크게 영향 받는다. 네 필수품목을 만들기 위해 세계 일차에너지의 약 17%가 쓰인다. 저자는 이 물질들을 채굴하고 가공하는데 쓰이는 부의 모든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얻을 때까지는 화석연료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암모니아 합성질소비료는 지금도 인류의 절반을 먹여 살린다. 비료 사용량을 줄여야 마땅하고 줄일 수도 있지만, 아프리카가 문제다. 최적의 대안은 비 콩과식물로 대체하는 것이지만, 유전공학이 아직 시행조차 하지 않은 방법이다. 플라스틱 생산량은 1925년 2만 톤에서 2019년에 3억 7000만 톤으로 치솟았다. 저자는 “플라스틱의 무분별한 폐기가 플라스틱의 적절한 사용까지 반대해야 하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바다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극세사도 마모된 합성섬유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라 90% 이상이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강철의 인장강도는 알루미늄의 7배, 구리의 4배 수준이다. 경도는 각각 4배, 8배다. 내열성은 섭씨 1425도로 최고다. 연간 철광석 생산량은 25억 톤에 이른다. 재활용하는 강철이 연간 총 생산량의 30%이며, 고철은 세계에서 가장 값비싼 수출품이다. 하지만 온실효과의 주범이기도 하다. 콘크리트는 ‘도시’를 가능케 해 주었다. 문제는 상태가 나빠진 콘크리트 구조물의 폐기 및 교체가 대규모로 임박했다는 점이다. 저자는 인구 노령화와 도시 이주, 경제 세계화, 지방 쇠락으로 세계 전역에서 콘크리트가 점점 더 많이 버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 무너져 가는 세계화

인류에게 진정한 세계적 통신수단을 제공한 것은 ‘전신’이었다. 여기에 디젤엔진과 비행, 무선이 더해지면서 세계화가 가속화되었다. 선박용 대형 디젤엔진, 항공기용 터빈 등으로 복합 수송이 가능해진 컨테이너, 정보처리 규모와 속도를 확장시켜 준 마이크로 칩 덕에 세계화는 최고조에 달했다. 세계경제 생산에서 국제무역 비중이 1973년 약 30%에서 2008년에는 61%까지 증가했다. 그 대부분이 1999년 이후에 거둔 성과였다.

하지만 얼마 전부터 친 세계화 정서가 뚜렷히 약화하고 있다. 가속화하는 북미와 유럽 일본의 탈 산업화와 중국으로 이동한 제조업 때문이었다. 가치 사슬의 세계적 확장은 2011년을 정점으로 완만하게 줄고 있다. UNCTAD(유엔무역개발회의)는 제조업을 아시아에서 북미와 유럽으로 되돌림으로써 거치사슬을 분화하지 말고 더 짧게 바꿔가자고 했고, 브루킹스연구소는 “첨단 제조업의 리쇼어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했다. 저자는 “어쩌면 우리는 이미 세계화의 정점에 올라섰을 수 있다”며 이 내리막이 수십 년 동안 계속될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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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기반한 탈 탄소 시나리오를”

저자는 “대기중 산소는 예나 지금이나 상당히 안정적”이라고 평가한다. 아마존 열대림을 일부러 태우더라도 그것이 지구로부터 산소를 빼앗아가는 짓은 아니라고 말한다. 부적절한 일반화, 편향된 해석, 명백히 잘못된 정보라고 반박한다. 매년 적어도 3000억 톤의 산소가 지상과 해양 광합성에 의해 흡수되고 비슷한 양이 배출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물 부족은 심각한 수준이라고 우려한다. “우리가 물을 펑펑 낭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물 부족의 영향을 받는 사람은 16억~24억 명에 이른다.

저자는 지금 누구나 탈 탄소화를 얘기하지만, 중국과 아시아의 다른 곳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그런 시도가 무색해 졌다고 비판한다. 그는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 화석연료의 연소는 지후 온난화의 주범으로 남을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요즘 탈 탄소 시나리오는 화석 탄소 시대를 신속히 끝내는 방법을 제안하느라 바쁠 뿐, ‘현실’에 기반한 설명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 “우리 행동에 미래에 달려있다”

우리가 직면하는 모든 위험 중에서 기후변화가 가장 화급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문제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저자는 “기후변화라는 난제를 상대하려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 노력을 상당한 규모로 오래 지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드시 국제적 합의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는 “적어도 두 세대 동안은 지속해야 온실가스 배출을 완전히는 못해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현실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과감한 감축은 수십 년 내에는 이끌어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기후-경제 모형에 따르면 2020년에 배출 완화 노력을 시작하면 손익분기점은 2080년 안팎이라고 진단한다. 그는 “미래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말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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