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위치 : > 비바100 > Money(돈) > 부동산

[비바100] "경매 100억 번 비결, 땀으로 빚은 '부의 그릇' 덕"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경매전문회사 모세컴퍼니 대표 투자N

입력 2023-05-15 07:00 | 신문게재 2023-05-15 11면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 밴드
  • 프린트
230514013
(사진출처=게티이미지)

“그날도 추레한 모습으로 멍하니 길을 걸었다. 동네에 전기 가게가 있었다. 친분도 없던 그 전기 가게 아주머니가 갑자기 나오더니 ‘김치 새로 담궜으니 갖다 먹으라’며 김치 한통을 싸줬다. 그 아주머니가 느끼기에 ‘이 여자한테 김치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나도 모르게 김치를 받아서 집으로 왔다. 우울증에 한참동안 음식 맛을 느끼지 못한 내가 그 김치를 먹었는데, 갑자기 맛이 느껴졌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보증금 500만원짜리 월세에 살던 흙수저를 100억원대 자산가로 만들어준 경매 전문회사 모세컴퍼니 투자N(45) 대표의 ‘김치’ 이야기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위치한 그녀의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는 내내 ‘이 느낌은 뭐지’ 하며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왔다. 기분 좋은 소름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경매를 시작하고 승승장구하기 시작할 때였다. 당시 지식만 믿고 자신만만하다 크게 실패한 적이 있다. 1년 가까이 심하게 우울증을 앓았고, 하루하루 눈을 뜨는 삶이 힘들었다. 그런데 그 김치가 다시 살아보고 싶게 만들었던 것이다. 아마도 연륜이 있으신 아주머니가 ‘저 여자 하나는 건져야지’ 생각했던 것 같다. 그 김치가 사람 하나 살린 셈이다.”

경매라는 한 분야에서 17년간 온갖 역경을 이겨내며 자신만의 현장 기술을 축적해 온 그녀. 그녀는 지금 누군가에게 그 김치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매일같이 쉬지 않고 뛰고 있다.
 

clip20230502150218
모세컴퍼니 투자N 대표

 

◇투자N은…

투자N은 서울·수도권을 집중적으로 매년 10건 이상을 17년째 낙찰 받으며, 지금도 일상 중 가장 많은 시간을 임장을 다니며 현장을 체크하는데 쓰고 있는 실전 투자자이다. 단기간의 지식으로 경매 전문가가 되는 시대에서 얄팍한 기술이 아닌 투자의 본질을 쫓는 투자자로 경매 업계에서도 흔치 않은 존재로 통한다. 경매 법원 현장에선 전문가 조차도 그녀를 쫓아 투자할 정도라고 한다. 때문에 그녀는 본명대신 투자N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법원에 갈 때도 분장을 할 정도다. 투자N에서 N은 나침반의 북쪽을 의미하며, ‘방향성을 잡고 투자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소개했다.

2007년 처음으로 경매를 시작해 한 달 만에 첫 낙찰을 받았고 3년간 승승장구하다 2012년 실패로 보증금 500만원 월셋집에 살면서 인생의 롤러코스터를 타왔다. 그리고 지독한 독서를 통해 마인드를 다잡았다고 한다.

“다시 살아야겠다 정신을 차리고 갈 때가 없으니 도서관을 찾았다. 1년간 도서관의 책들을 닥치는 대로 읽었다. 그러다 딱 한권이 내게 꽂힌 것이다. ‘시크릿’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이 나에 대한 부정적인 사고를 바꿔 놓았다. 뭐든 실패하는 부모님을 원망하며 ‘왜 나는 배움도 짧고 가난하고 이런 집안에서 태어나 되는 일이 없을까’하는 관점이, ‘와 이렇게 많은 재능을 주시고, 어려움 속에서도 끝까지 공부를 시켜주시며, 얼마나 애를 쓰셨을까’로 바뀌기 시작했다.‘감사’라는 다른 시각으로 보니 모든 일이 잘되더라.”

그리고 그녀를 다시 일어서게 만든 동기부여 책을 만나게 된다. 켄터기 할아버지의 ‘1008번의 실패 1009번째의 성공’이라는 책이다. 66세 노년의 나이에도 포기하지 않고 세계 정상의 치킨 프랜차이즈를 만든 그의 성공담이 그녀를 다시 경매 세계로 끌어당겼다. 최악의 조건에서도 오토바이 배달원부터 쓰리 잡을 뛰면서 모은 종잣돈으로 2015년 다시 경매를 시작해 재기에 성공하게 된 것이다.


◇그녀를 성공으로 만든 ‘기술’

오로지 경매투자만으로 종잣돈 5000만원을 순자산 100억원대로 일궈내며, ‘자산 1600배 상승’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이렇게 성공할 수 있었던 그녀의 경매 노하우가 궁금해진다.

“돈이 없어도 살집은 많다. 특히 요즘 평가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있는 곳들이 너무 많다.” 쉽게 말해 적은 돈으로 수익이 많이 나는 집을 얻는 것이다.

그녀는 서울을 집중적으로 경매 하는 서울 전문가라고 소개했다. “돈이 없으니 저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면 된다는 이들도 있지만 난 아니다. 단체로 임장을 가기도 하는데, 수익내기도 어렵고 경쟁자들이랑 경쟁하다 끝난다.”

앞으로 서울의 가치는 더 올라갈 것이며 지방과의 양극화는 더 심화될 것이라는 게 투자N의 전망이다. 그런 투자N이 관심 있게 보는 것이 토지 가치 기준이다.

집값이 가장 비싼 서울에서도 소액으로 투자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일례로 개발 계획 등 변화가 있을 만한 지역의 몇 천 만 원대의 전세 시세의 저렴한 반 지하를 구매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반지하의 경우 평수는 물론 창문높이, 하수구 배수시설 등을 살펴 역류하는지도 봐야 한다. 그리고 역세권인지 등 주변 환경을 살펴봐야 한다. 대지 5평이 재개발하면 추가 분담금이 나오고 땅값을 받게 된다. 이런 것 들은 종부세가 포함이 안 된다.”

알짜 경매 물건들은 경쟁이 치열할 것 같다. 다만 투자N은 경쟁이 심한 물건은 피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초보자들은 특히 특성물건은 내려놨으면 좋겠다. 무리한 도전 정신을 버리는 게 좋다. 남이 모르는 물건을 저렴하게 낙찰하거나, 모두가 아는 물건을 낙찰 받았을 때는 더 예쁘게 가꿔서 비싸게 파는 것도 노하우다.”

그런데 아무리 소액이라도 자금은 필요하다. 투자N에 따르면 경매의 경우 경락잔금대출을 통해 감정가의 70%, 낙찰가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레버리지를 활용해 좋은 물건을 투자하면 소액으로 높은 수익률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clip20230513215857
모세컴퍼니 투자N 대표

 

◇근육을 쌓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마라

“경매를 시작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런데 실행을 해야 한다. 경매 전문가들을 만나보고 학원 다니면서 초·중·고급 과정을 듣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 만으로는 쉽지 않다. 한 사이클을 돌려봐야 한다. 경매 입찰하고 낙찰받고, 명도 하고 수익을 내는 게 순서다.”

그녀 얘기를 들어보면 당장이라도 공부하면 경매에 도전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근육을 쌓지 않으면 시작도 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그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경매를 하기 위해선 종잣돈을 모아야 한다. 모으는 과정에서 내 노력이 담긴 그릇을 만들어야 부가 모아진다. 안 그러면 쉽게 깨진다. 부를 쌓으면 사람이 변하기 때문이다. 주변에서 그냥 쉽게 빌려오는 돈은 쉽게 깨지더라. 나도 종잣돈을 모으기 위해 배달이란 배달은 다했다. 지금 침을 맞아야 걸을 수 있다. 성실함이 필요하다.” 그녀는 경매 공부를 하기에 앞서 자기 성찰 책을 더 많이 보라고 조언한다. 부의 그릇을 먼저 채워야 실패가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식으로 접근하면 사고가 난다는 게 그녀의 논리다. “권리분석 공부는 한 달이면 가능하지만 인생 공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명도를 하기 위해선 타협이 필요한데 이는 삶의 노하우가 있어야 한다. 지식과 지혜는 다르다. 지혜롭게 접근하면 명도비가 안 든다. 명도비는 땡깡 부리는 돈이다. AI가 집을 나가주세요. 이렇게 지식으로 접근하면 사고가 터진다.”

그녀의 무릎을 보는 순간 지금의 성공이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는 게 보였다. 양쪽 무릎에 관절 보호대를 감싸고 있었는데, 발은 물집과 굳은살로 가득하다고 했다.


◇부자를 꿈꾸는 것은 인간의 당연한 본능

경매를 알면 큰일 나는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경매공부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경매는 공인중개사 공부랑 틀리다. 경매는 부동산 법률 모음집이다. 우리는 부동산을 모르면 부자가 될 수 없는 나라에 살고 있다. 일반인이 부를 축적하기 가장 좋은 것이 부동산 문화다.”

사기가 많은 것도 돈이 몰리는 시장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기를 안당하려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과서에 경매 교육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그녀의 생각이다. “아이들이 20대 청년들이 돼 사회에 내몰리면 임대차계약을 하고 살아야 하는데 부모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다. 자녀들한테 부자의 본능을 갖을 수 있도록 교육을 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갖을 수 있는 권리기 때문이다.”

그녀 사무실 테이블에 있는 30분짜리 모래시계. 그녀처럼 어려움 속에서 부를 꿈꾸는 사람들이 찾아올 때 그 모래시계를 올려놓는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데, 1000만원을 위해 근육을 만들었다면 그 사람을 도와준다. 모든 것을 오픈을 한다. 방법론을 알려줘도 못 따라오면 근육이 안 쌓인 것이란 생각이 든다.”

100억원대 자산가로 여유 있는 삶을 누려도 될텐데, 또 다른 목표가 있는 걸까. “(자산)숫자가 늘어난 것에 대한 생각은 없다. 3년 전에 지금의 절반정도 벌었을 때 농담으로 그만해도 되겠네 말했는데, 등골에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내 업보인 것 같다. 다 같이 잘살면 좋다. 내가 그들하고 경쟁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책도 그렇게 쓴 것이다.”

‘경매 초보가 꼭 알아야 할 질문 TOP88’라는 책이다. 흔한 경매 책처럼 그녀의 인생 성공담을 담은 책이 아니다. 그녀가 현장에서 경험한 기술을 담은 초보자들을 위한 경매 실전 교과서다. “이 책 하나 읽지 못하는 사람은 경매를 시작하지 말라고 할 것이다. 이 책 한권만 읽어도 경매에 도전할 수 있다.”

주말 무릎 보호대를 한 채 서울하프마라톤에도 참가하는 그녀의 열정에 또 한번 놀랬다. 누군가에게 김치 같은 사람이 되기 위해 ‘초심을 잃지 않겠다’며 달리는 그녀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듯 싶다.

채현주 기자 1835@viva100.com

 

  • 퍼가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 인스타그램
  • 프린트

기획시리즈

  • 많이본뉴스
  •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