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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송승헌이기에 가능한 연기!

[人더컬처] 넷플릭스 '택배기사' 송승헌, 부와 권력 거머쥔 재벌 후계자 역
애초 1인 2역 제안받았지만 아쉽게 캐릭터 전사 드러내
"시즌2 나온다면? 흔쾌히 참여할 것"

입력 2023-05-22 18:30 | 신문게재 2023-05-23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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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5
젊음을 유지하는 비결에 대해 송승헌은 “정말 모르겠다. 자세히 보면 주름이 가득하다”면서도 “늘 다행으로 여기는 건 일찍 금연한거다. 주변에도 늘 추천하는 방법”이라고 미소지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대한민국에서 ‘한류 1세대’로 구분되는 송승헌은 누구보다 ‘늙지않는 배우’다. 메가히트를 친 드라마 ‘가을동화’를 비롯해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영화 ‘그 놈은 멋있었다’ ‘무적자’ ‘인간중독’ ‘제3의 사랑’ 등 다양한 작품에서 변신을 거듭해 왔다. 

 

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택배기사’는 극심한 대기 오염으로 산소호흡기 없이는 살 수 없는 미래의 한반도, 전설의 택배기사 5-8(김우빈)과 난민 사월(강유석)이 새로운 세상을 지배하는 천명그룹에 맞서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이다. 송승헌은 극 중 사막화된 세계에서 지금의 질서를 세운 천명그룹의 후계자로 새로운 세상에서 “모두를 구할 순 없다”는 신념으로 살아가는 인물.

 

영화 ‘마스터’ ‘감시자들’의 조의석 감독은 첫 연출작 ‘일단 뛰어’에서 인연을 맺은 송승헌에게 냉철한 류석 캐릭터를 맡겼다. 당시 톱스타와 데뷔를 앞둔 입봉 감독으로 만난 두 사람은 20년 넘게 우정을 이어왔고 250억대의 대작으로 또다시 만났다.

 

송승헌은 “촬영기간이 전세계를 휩쓴 코로나19가 한창인 2021년이라 매일 촬영장 입구에서 PCR검사를 했다. 코가 헐 정도로 치열하게 촬영한 작품”이라면서 “배우들 대부분이 아무 것도 없는 블루스크린을 배경으로 연기했다. 다들 마스크를 쓰고 폐허가 된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실감하며 찍은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송승헌 택배기사
조의석 감독은 단테의 소설에 나오는 ‘지옥의 문’ 만큼은 셋트로 정교하게 지어 극 중 류석의 야망을 드러내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친구이자 감독인 조의석에 대한 믿음이 가장 컸어요. 그래서 3년 전 기획 단계부터 ‘어떤 역할이든 함께 하고 싶다. 맡겨만 달라’고 했었고요. 일단 ‘택배기사’의 세계관이 정말 흥미로웠어요. 배우로서 안 해본 영역이었거든요. 제가 가진 ‘선하고 반듯한 이미지’랑 정 반대인 메인 빌런이라 정말 신나서 연기했습니다.”

 

지난 12일 공개 후 단 3일 만에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에 올라선 뒤 내내 선두를 지키고 있는 ‘택배기사’는 한국형 SF장르의 도약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빈약한 스토리와 좋은 배우들을 소진시켰다는 캐릭터에 대한 아쉬운 평가가 엇갈렸다. 이에 송승헌은 “국내 시청자들은 캐릭터 서사를 중요시하는 편이다. 하지만 해외 시청자들은 산소가 없는 세계관 설정 자체를 새롭게 보고 즐거워 하더라”며 장단점을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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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택배기사’에 쓰여진 한국의 컴퓨터 그래픽(CG) 기술에 대해 “완성된 시리즈 6편을 보는 내내 감탄했다. 어릴 때 봤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작업에 뒤처지지 않아서 뿌듯했고 세계 어디를 내놔도 손색없다”며 남다른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극 중 류석은 산소를 무기로 삼아 사람들을 통제하고 방해가 되면 가차없이 제거한다. 난민출신 택배기사로 이뤄진 블랙나이트를 눈에 가시처럼 여기며 아버지도 모르는 자신의 불치병으로 괴로워한다. 천명그룹 회장인 아버지는 천재과학자였지만 혜성충돌로 인류가 살 수 없는 세상에서 단 1%의 사람만 구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자신의 젊은 시절처럼 패기 넘치고 이익과 결과만을 중시하는 아들을 늘 경계하고 다그치지만 하다 보니 부자관계는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렸다. 

 

“개인적으로 아버지와 세상에 대한 원망, 치명적인 병으로 인해 삶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집착을 느끼는 류석에게 연민이 컸어요. 6부작이라 생략된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거든요. 행성 충돌 전 상황에서 제가 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류석을 1인2역으로 연기하는 방식도 고려됐었죠.  ‘그랬으면 관객들이 류석을 좀 덜 나쁜 사람으로 알까?’라는 아쉬움은 남아요. 하지만 연기한 입장에서는 관객들이 단순히 ‘나쁜 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표현하는 숙제를 푸는 재미가 쏠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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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헌은 “어렸을 때에는 정의롭고 멋지고 착하게 보이고 싶은 게 있었다. 어린 마음에 악역은 싫다고한 적도 있지만 요즘에는 ‘배우 송승헌’의 모습을 깨는 역할에 더 시선이 간다”고 말했다.(사진제공=넷플릭스)

 

매 신 무표정한 얼굴, 간단한 손짓으로 모든 걸 처리하는 모습은 송승헌에게 ‘정적인 연기’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만들었다. 과거 영화 ‘인간중독’으로 부하직원의 아내와 사랑에 빠지는 장교 역할을 하며 느꼈던 해방감과 희열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그는 “당시 대중들의 반응이 ‘송승헌이 이런 역할도 하는구나’ ‘의외로 잘 어울린다’ ‘색다른 매력을 봤다’였다. 나에겐 터닝포인트가 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때부터 연기가 재미있어졌거든요.(웃음) 현장에서도 훨씬 편해진 제 자신을 느꼈고요. 데뷔 때부터 쭉 해왔던 정의롭고 착한 모습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좋게 봐주는 아이러니를 만끽했습니다. 갖춘 모습만 보여주지 않아도 되니 현장이 편해졌어요. 요즘은 제 작품 중 1시간 몰아보기 같은 콘텐츠를 찾아보기도 해요. 예전엔 절대 하지 않았던 행동들이죠.”

 

최근 ‘가을동화’를 보며 풋풋했던 과거를 다시금 발견했다는 송승헌은 “부끄럽지만 (송)혜교와 저의 연기를 보며 눈물이 나더라”고 말했다. 그때는 몰랐지만 죽어가는 여동생을 업고 해변을 걷는 장면이 그렇게 슬프게 다가왔다고. 

 

“제가 출연한 작품이 전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진다는 게 여전히 신기합니다. 과거에는 관객 수와 시청률로 반응을 확인했으니까요. 예전에도 한류가 있었지만 이제는 싸이나 BTS에게 글로벌 팬덤이 있고 한국 작품이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잖아요. 한국 콘텐츠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있어서 업그레이드 시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배우로서 더 잘해야겠다는 자극도 받는 요즘입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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