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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도 넘은 해외 기업의 상표권 남용

입력 2023-05-25 14:08 | 신문게재 2023-05-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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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최근 해외 유명 기업이 상표권을 남용하여 국내 소상공인, 스타트업의 상표를 선택할 권리를 축소시키고, 정당하게 상표권을 취득한 국내 기업에게도 막대한 자본력을 동원해 상표권를 무력화시키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부천에서 빵집을 운영하는 A씨는 평소 눈 밑 다크서클로 인해 생긴 ‘판다’라는 명칭과 함께 ‘빵을 판매한다’를 결합한 조어로 ‘빵판다 BANG PANDA’를 병기하여 사용 및 상표 출원을 진행했다. 그러나 A씨는 특허청 심사관으로부터 영문 ‘PANDA’를 상표에서 제외시키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이유인즉슨 미국 중식 프랜차이즈 판다익스프레스에서 이의신청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A씨는 글로벌 기업과의 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아 영문 ‘PANDA’를 포기했지만 놀랍게도 판다익스프레스는 한글 ‘빵판다’ 상표의 출원에 이의신청을 제기했다. 이후 대법원까지 분쟁이 이어졌고 A씨는 한글 ‘빵판다’에 대한 상표권을 최종 확보하기까지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다.

판다익스프레스 뿐만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 판매 회사로 유명한 미국 기업 몬스터 에너지도 국내 기업에 우후죽순으로 이의신청과 무효심판을 제기하고 있어 국내 소상공인의 상표 선택에 있어서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현상은 상표권을 취득하지도 못한 해외 유명 기업이 유사 업종에 대하여 국내 스타트업이 정당하게 보유하고 있는 상표권을 침해하고도 해당 상표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각종 심판과 소송을 남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의 고객 B사는 10년 이상 ‘국민앱’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해진 앱을 운영해 온 내실 있는 스타트업이다. 그런데 1년 전부터 게임업계에서 동일한 상표를 국내외에서 대대적으로 홍보하기 시작한 해외 기업 C로 인해 포털 검색 순위에서도 밀리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이에 정당한 상표권의 행사로서 경고장과 게임 유통 플랫폼에 지재권 침해 신고를 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으나, 해외 C기업은 국내 B사를 상대로 무효심판, 취소심판 등을 제기하고 미국에서도 이의신청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상술한 일련의 사태들은 자본력과 규모를 믿고 상표권을 보유와 상관 없이 소송을 통해 국내의 소상공인, 스타트업들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주목해야 하는 현상이다. 국내 기업이 합법적으로 상표권을 취득했음에도 막강한 자본력으로 복수의 소송을 제기하는 해외 기업에 대하여 울며 겨자 먹기로 법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든지, 그런 법률 비용을 부담할 수 없을 ·경우 소송에서 불리한 결과를 얻게 되는등의 피해를 입게 되는 것이다.

필자는 해외 기업의 이런 악의적인 행태를 막기 위한 실효적인 입법 조치를 당장 취할 수 없다면, 실효적인 사법 조치를 취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심판원이나 법원에서는 상표법의 본래 입법 취지와 목적으로 다시 돌아가 시장에서 상표의 출처를 오인·혼동 하는 것을 방지하는 공익적 목적과 상표권자를 보호하는 사익적 목적이 달성되고 있는지를 따져 물어 억울하게 소송 당사자가 된 처지에 놓인 우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 그들에겐 전향적이면서도 본질적인 법의 해석과 적용이 절실하다.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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