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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기대 없이 보게되는 영화가 있다. 웨이브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영화 ‘재혼의 기술’도 그렇게 시작했다. 지난 2019년 개봉한 이 작품은 돌싱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이혼이 ‘흠’이 아닌 시대, 솔로들의 연애탈출 만큼이나 재혼 가정의 관찰예능이 범람하는 이 시기에 걸맞는 의외의 수작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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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개봉한 ‘재혼의 기술’은 결혼에 실패한 남자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 다시 한 번 재혼에 도전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사진제공=하준사) |
호적상 이혼남인 경호(임원희)는 강릉에서 잘 나가는 인기강사다. 수려한 외모는 아니지만 위트있고 귀에 쏙쏙 박히는 그의 미술사 강연은 늘 수강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낸다. 시나리오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간만에 그를 찾아온 영화감독 현수(김강현)는 아끼는 학교 후배다. 전처와도 잘 알고 지내는 탓에 허물없는 사이라도 늘 경계해야 하는 대상이다.
20대 처음 만난 그 때처럼 “술 사달라”며 찾아온 그를 내칠 수 없어 하룻밤 재우지만 전날의 숙취가 여간 괴로운 게 아니다. 다음날 경호는 현수와 함께 단골 식당인 ‘그리운 바다 성산포’로 향한다. 집밥이 그리울 때마다 들리는 이곳은 정갈한 음식으로 유명한 곳. 이곳을 운영하고 있는 미경(윤진서)은 손 맛만큼이나 단아한 외모로 동네에서 뭇 남성들의 마음을 흔드는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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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서의 수수한 매력도 이 영화의 빠질 수 없는 매력이다. 경호가 찾는 음식이라면 메뉴판에 없어도 뭐든 뚝딱 만들어주며 이혼남들의 로망을 완성시킨다. (사진제공=하준사,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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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면 강릉으로 떠날 수밖에 없는 영화 ‘재혼의 기술’의 한 장면. (사진제공=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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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 출연으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제시한 이상민. (사진제공=웨이브) |
주연을 맡은 임원희와는 SBS예능 ‘미운 우리 새끼’ 에서 ‘궁하고 짠한’ 중년남자의 캐릭터를 완성해 온 사이. 실제로 이혼한 지 20년이 넘은 걸로 알려진 조성규 감독은 ‘재혼의 기술’에 두 여성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임원희를 통해 사회적으로 어른으로 구분되고 멀쩡한 직업을 가졌어도 늘 애 같은 남자들의 심리와 행동을 응축시켰다. 이혼남들의 로망은 조용하고 사려 깊은 이혼녀 미경을 통해 완성된다. 멀쩡해보여도 매사가 부끄러운 경호와 옆에서 훈수 두기에 급급한 현수의 좌충우돌 소동극은 미경의 결단으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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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희는 이혼 후 강릉에서 내려가 평범한 일상을 사는 남자의 매력을 뽐낸다. 평소 마음이 쓰이던 여자에게 용기를 내 고백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실수로 엉망이 된 프러포즈가 그의 인생을 바꾼다.(사진제공=웨이브) |
조 감독은 “실제로 임원희, 김강현 두 배우를 놓고 썼다. 배우들도 연기가 아닌 평소 모습을 보여줬다”면서 “사실 이혼한 지 10년이 넘으면 재혼의 가능성이 없다. 그래서 아직 이혼한 지 얼마 안 된 임원희 배우에게 기술을 알려주고 싶었다”는 말로 영화의 탄생 비화를 밝혔다. 시나리오를 받고서는 “빨리 읽고 거절하려 했다”는 임원희는 “제목이 마음에 안 들었다. 그래서 특별출연 정도만 하려고 읽었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었다”는 말로 운명적인 출연임을 강조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