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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국립무용단 ‘행+-’ 안애순 안무·연출 “땅에 발 디딘 우리 춤, 그 안의 컨템포러리를 찾아서!”

입력 2024-08-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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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애순
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

 

“사실 아주 단순한 몸짓, 본질로 돌아가고자 하는 서양의 움직임에서 현대사조의 하나인 미니멀리즘이 나왔어요. 이미 동양은 음악 자체에도 미니멀한 요소가 많죠. 이런 특징들이 전통에 이미 컨템포러리 요소가 존재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러한 음악에 영향 하에 우리 전통 한국춤에서도 미니멀리즘 같은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거죠.”

국립무용단과 신작 ‘행+-’(8월 29~9월 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를 준비 중인 안애순 안무·연출은 전통의 원형에서 현대적 움직임, 컨템포러리 요소를 발견하는 과정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안무자로서 저의 유니크함은 제가 가진 환경과 배경 그리고 내 몸의 역사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통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더 필요하고 그것을 가지고 나만이 가진 지금의 감각으로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죠. 또 다른 세계적 안무가들이나 작가들과는 다른 환경과 차별화되는 나만의 세계를 우리 전통에서 찾을 수 있어요. 그것이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행+-
‘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

 

‘행+-’는 안애순 안무·연출과 더불어 무대디자이너 김종석, 조명디자이너 후지모토 다카유키, ‘화차’ ‘불한당’의 음악감독 김홍집·이진희, ‘해어화’ ‘미스터 션샤인’ 의상디자이너 김영진 등이 의기투합한 작품이다.

1장은 오랫동안 이어온 춘앵무의 표본에서 발견한 기호적이고 기록적인 움직임을 이야기한다. 상체의 움직임 없이 치마폭 안에서 무수히, 끊임없이 진행하는 춘앵무 중 탑탑고(塔塔高)라는 제자리걸음을 모티프로 한다.

2장에서는 몸이 기억하고 자기 의속 속에 넣어뒀던 것을 꺼내 이 시대감각으로 표현하는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다. 음악에 맞춰 표기된 동작의 편집이 아닌 사람들이 가진 인상, 경험 속에서 나온 몸짓을 발전시키고 현대적으로 해석해 해체하는 작업들은 각 무용수의 몸이 가진 아카이브로서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한다.  

 

행+-
‘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

 

43명의 국립무용단원이 미니멀하고 입체적으로 추는 군무와 다채롭고 자유롭게 추는 개인 춤 등으로 구성된 ‘행+-’은 그렇게 무용수 개개인의 역사가 녹아든 움직임을 끌어내는 과정이다. 그 과정에는 전통과 현대, 과거와 현재, 시간과 공간, 집단과 개인, 규율과 자유 등 반대되는 개념들이 교차하고 얽히며 획일화된 행(Row)에서 다양한 행(Move)으로 이어진다.

그렇게 획일화된 행(Row)과 실천 혹은 변혁의 ‘행’(Move)이라는 이중적 의미를 지닌 ‘행+-’에는 우리 전통의 궁중무 중 유일한 독무인 ‘춘앵무’에서 발견한 미니멀리즘과 기호적인 몸짓 등 컨템퍼러리 요소들이 강조된다. 더불어 그 과정에서는 음악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1장 음악의 핵심은 미니멀이라고 봤기 때문에 최소한의 요소만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가운데서 무용수들이 구음을 내며 라이브로 음악을 만드는 게 시간을 기록하는 아름다운 행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음악적 요소로 활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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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 연습장면(사진제공=국립무용단)

 

이어 “더불어 이동성이 중요한 부분이었다”며 “민요에 새로운 자연 속 아주 작은 하나의 개체로 있던 개인이 내 몸의 의식 속에 있던 것들을 끄집어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며 모험을 즐기는 몸으로 변한다”고 부연했다.

“그렇게 하나의 주체가 되는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이 변화하고 함께 이동하게 되죠. 그래서 음악도 시간과 공간 두 가지가 이동하는 과정을 디벨롭하고 관객들도 음악을 통해 시공간의 이동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전통과 현대를 분리하는 자체가 무의미한 시대, 장현수 단원의 표현처럼 ‘행+-’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춤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각자의 춤을 미니멀하면서도 한국적으로 보여달라”고 요구했다는 안애순은 옥스포드 무용사전, 세계현대춤사전에 등재된 한국적 컨템퍼러리 무용의 대표주자로 그의 바탕 역시 한국적인 것이다.  

 

안애순
국립무용단 신작 ‘행+-’ 안애순 안무·연출(사진제공=국립무용단)

 

“형태적인 면에서 예를 들자면 서양의 춤이 하늘을 향해 추는 춤이라면 우리 전통춤은 땅에 디딤을 통해 신체의 움직임을 찾는 경향이 있어요. 땅을 중심으로 몸을 움직이는 한국 춤에 장착된 박자와 호흡이 있고 상체나 손의 흐름을 운영하는 방식, 철학이 있죠.”

그리곤 “사실 저는 한국적인 걸 고수한다기보다는 제 춤사위를 추적하다 보면 어디에 기본을 두고 내 신체를 운영하고 움직이느냐를 알게 된다”고 털어놓았다.

“이러한 요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유전적으로 내려와 자기 몸에 장착돼 있는 것들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들이 현대화 작업을 통해 과감하게 벗어나려고도 하지만 한국적인 요소들이 기본으로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지점들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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