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건조한 수상함. (사진제공=한화오션) |
방위사업청의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이 경찰 수사 지연으로 차질을 빚고 있다. 총 사업비 7조8000억원 규모의 KDDX 사업은 6000톤급 구축함 6척을 2030년까지 해군에 실전 배치하는 국가적 프로젝트다. 이 사업의 지연은 단순히 해군력 증강 일정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넘어 국내 방위산업 전반과 향후 방산 수출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는 요인이어서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15일 방산업계와 방위사업청에 따르면, 7월로 예정됐던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제작 발주가 연기됐다. 유력 입찰 후보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간 법적 분쟁으로 인해 방사청이 경찰 수사 결과 발표 이후로 사업자 선정을 미룬 것이 표면적 이유다.
KDDX 사업을 둘러싼 논란은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HD현대중공업이 개념 설계 사업자였던 한화오션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고 기본 설계 사업자에 선정됐다. 하지만 입찰 공고 8개월 전인 2019년 9월, 방사청의 보안 사고 관련 감점 규정 변경으로 HD현대중공업이 선정되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단순한 기업 간 경쟁을 넘어 국가 주요 사업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결과적으로 현재의 수사와 사업 지연이란 굴레를 만들었다.
현재 경찰은 왕정홍 전 방사청장의 직권남용 혐의와 알선수재 혐의 등을 수사 중이다. 여기에 HD현대중공업 직원들의 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행위와 관련 임원 개입 여부에 양사 간 명예훼손 고소·고발 건까지 난마처럼 얽혀있다.
문제는 경찰 수사가 지연되면서 KDDX 사업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해군 전력 증강 일정을 맞추려면 늦어도 올해 가을까지는 상세설계 및 초도함 사업자가 선정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사업 지연은 후속함 건조와 향후 방산 수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KDDX는 ‘미니 이지스함’으로 불릴 만큼 첨단 기술이 집약된 프로젝트로, 한국 해군력 증강은 물론 방산 기술 발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사업자 선정을 위해 하청사와 가계약 등 사업 준비에 수백억원을 들이기 때문에 지연기간 동안 손해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단순히 선정 업체뿐 아니라 연관 산업 전반에 걸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KDDX 상세설계 및 초도함 건조를 수의계약으로 할지, 경쟁입찰로 할지 논란도 문제다. 이는 사업의 공정성과 효율성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경찰이 지난 10년간 다룬 방산 관련 수사가 5건에 불과할 정도로 수사 역량 부족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방위산업의 특수성과 복잡성을 고려할 때 경찰의 전문성 부분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향후 유사한 사건 발생 시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를 위한 경찰의 전문성 강화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KDDX 사업은 단순한 군함 건조 프로젝트를 넘어 한국 해군의 미래 전력과 방위산업 발전의 핵심이다. 게다가 소나와 레이더 등 각종 무장까지 모두 국내 기술로 건조되는 첫 국산 구축함으로서, 성공적인 사업 완수는 한국 방위산업의 기술력과 경쟁력은 물론 관련 산업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방위청 관계자는 “KDDX 사업추진방안은 현재 결정된 바가 없으며, 국익을 최대한 생각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안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blu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