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 |
“전작인 ‘레미제라블’ ‘스위니토드’도 이번 ‘하데스타운’도 중간에 합류하다 보니 조급해지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미 탄탄하게 합이 잘 맞는 배우들이 있어서 분위기 파악도 빨리 할 수 있었고 더 좋은 시너지도 나는 것 같아요.”
뮤지컬 ‘하데스타운’(10월 6일까지 샤롯데씨어터)의 페르세포네(김선영·린아, 이하 시즌합류·가나다 순)로 출연 중인 린아는 “6주 남짓의 짧은 연습기간에도 이미 했던 배우들의 탄탄함 덕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하데스타운’은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이자 극작가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의 동명 앨범을 극화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성스루(Sung-through,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뮤지컬이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장면(사진제공=에스앤코) |
오르페우스(박강현·조형균·멜로망스 김민석)와 에우리디케(김수하·김환희, Orphee et Eurydice), 죽은 자들의 왕이자 저승의 지배자 하데스(김우형·양준모·지현준)·봄과 씨앗의 여신이자 저승의 여왕인 페르세포네 부부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사랑이야기다.
신들의 사랑이야기지만 “당신이라고 다를 것 같아”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노래를 시작하는 것, 이번엔 다를지도 모른다고 믿으면서” 등 내레이터 헤르메스(강홍석·최재림·최정원)의 말처럼 지극히 인간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작품이다.
◇강한 양준모, 모성애를 자극하는 김우형, 부드러운 지현준 하데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하데스 역의 양준모(왼쪽부터), 지현준, 김우형(사진제공=에스앤코) |
“양준모 하데스는 진짜 강해요. 자신만의 것으로 가득 찬, 올곧게 자신의 생각이 맞다고 생각하는 강한 하데스죠. 그래서 절로 화가 나요. 그런 사람이 변하고 노래를 시작할 때 그래서 더 감동이 큰 것 같아요. 절로 눈물이 나죠. 진짜 강한 그리고 정말 많이 변해버리는 하데스예요.”
이렇게 밝힌 린아는 김우형에 대해 “페르세포네를 사랑하는 마음이 너무 커서 지하 세계에 전선을 엄청 깔아 밝고 반짝반짝하게 하고 태양을 좋아한다는 아내를 위해 뜨겁게 달구는 하데스”라고 표현했다.
“이벤트를 엄청 많이 하는데 너무 잘못 짚는 하데스예요. 너무 눈치 없는, 페르세포네가 원하는 걸 전혀 몰라서 진짜 헛웃음이 나는 하데스죠. 노력은 알겠지만 ‘뭐 하는 짓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와요. 너무 허탈하고 한숨을 짓게 하는데 그 마음도, 사랑도 너무 잘 알겠어서 안타까워요. 그 사랑이 너무 안타까우니까 모성애가 가는 그런 하데스죠.”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 |
지현준에 대해서는 “되게 강할 듯 하지만 약한, 부드러운 하데스”라며 “그래서 오히려 페르세포네가 잘못한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하데스”라고 밝혔다.
“내가 잘못한 건가? 그가 아니라 내가 변했네 싶은 하데스죠. 이 사람도, 그의 사랑도 그대로인데 나만 변했나? 의심하게 돼요. 그는 원래 그랬고 한결같은 사랑을 주는데 페르세포네가 변해서 사이가 이 지경에 이르렀나 싶거든요. 왜 나만 나쁜 여자로 만들어! 좀 억울하기도 해요.”
◇대단한 오르페우스 박강현·조형균·김민석과 에우리디케들 김수하·김환희
“김수하 배우의 에우리디케는 엄청 강해요. 강력하고 변화가 극적인 배우 같아요. 극 중 조명이 비추지 않는, 어둠 속에 있는 상황에서도 굉장히 주는 게 많아요. 페르세포네한테 ‘어떻게 해요’ ‘우리 좀 봐주세요’ ‘도와주세요’ 같은 눈빛도, 원망의 눈빛도 엄청 많이 보내죠. 저 역시 거기에 힘을 받을 때가 굉장히 많아요.”
그리곤 “진짜 멋지고 열정 있는 배우”라며 “에우리디케 역의 두 배우 모두 그렇다. 둘 다 너무 고운 목소리와 아련한 눈빛 등 에우리디케가 가져야할 것들을 가진 배우들”이라고 전했다.
“(김)환희는 감싸 안아주고 싶은 에우리디케 같아요. 너무 안쓰럽고 정말 상처를 많이 받은 게 느껴져요. 그래서 너무 힘들었겠구나, 외로웠겠구나 싶어 안아줘야 할 것 같은 에우리디케죠.”
뮤지컬 ‘하데스타운’ 에우리디케 역의 김환희(왼쪽)와 김수하(사진제공=에스앤코) |
노래로 세상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결국 노래로 꽃을 피우는 “이 세상의 눈으로는 저런 사람이 있을까 싶은” 혹은 “너무 순진무구하기 짝이 없는” 오르페우스에 대해 “세 배우 모두 내면에 가지고 있는 순수함과 열정, 자신이 옳다고 믿는 신념과 의지 등을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그 중에서도 (박)강현 배우는 오르페우스가 가진 요소들을 본인 스스로가 많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노래할 때 감동받죠. 김민석 배우는 목소리 자체가 ‘이 작품은 그냥 이 사람 건데’ 싶어요. 음악 자체가 그의 목소리에 너무 잘 어울리데다 변주도 너무 잘하죠. 이걸 안했으면 어쩔 뻔 했나 싶어요.”
뮤지컬 ‘하데스타운’ 오르페우스 역의 조형균(왼쪽부터), 박강현, 멜로망스 김민석(사진제공=에스앤코) |
그리곤 “내면의 것을 내뱉는 대사에서 오는 감동도 너무 크다”며 “그래서 마지막에 뒤를 돌아보면서 에우리디케에게 ‘있었구나’ 할 때 진짜 슬퍼진다”고 덧붙였다.
“가감 없는, 연기가 아닌 그냥 뱉는 말들이 너무 가슴을 찌르더라고요. 조형균 배우는 말이 필요 없죠. 그냥 너무 잘해요. 연기도, 노래도 너무 너무 잘해서 어떻게 저러지 싶어요. 무대 밖에서도 완전 분위기 메이커고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 같죠.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배우들이 모였나 싶어요.”
◇참 따뜻한 최정원, 에너지와 음악을 살리는 강홍석, 무대를 장악하는 최재림 헤르메스
뮤지컬 ‘하데스타운’ 헤르메스 역의 강홍속(왼쪽부터), 최정원, 최재림(사진제공=에스앤코) |
“최정원 선배의 헤르메스는 너무 따뜻해요. 정말 이들을 너무 사랑하죠. 극 중 인물들의 모든 것을 알고 있고 그걸 몇 번이고 겪은 인물이잖아요. 이번엔 제발 해내기를 바라며 용기와 경고를 주는 헤르메스를 너무 진정성 있게 표현하시죠.”
초연부터 함께 하고 있는 강홍석에 대해서는 “자신이 가진 에너지와 음악적 재능을 십분 활용해 완전히 자기 걸로 만드는 헤르메스”라고 전했다.
“원래는 대사인 부분을 직접 랩으로 만들어서 하는데 너무 멋있고 덕분에 음악적으로도 풍성해지는 느낌이에요. 극을 이끄는 내레이터로서의 역할을 진짜 잘하는 헤르메스죠. 혼낼 때는 무섭게 혼내지만 따뜻한 면도 가진 헤르메스예요. ”
뮤지컬 ‘하데스타운’ 페르세포네 역의 린아(사진=이철준 기자) |
“그리고 굉장히 차가워요. 냉정하고 냉철하고…그 차가운 흐름 속에서도 기대를 걸며 다시 한번 해보라고 용기를 주는, 그런 헤르메스죠.”
◇무대에서 힐링, 체력이 될 때까지!
“저는 무대에서 힐링해요. 모든 걸 쏟아내고 내려오거든요. ‘하데스타운’은 특히 그런 것 같아요. 감정적으로 눈물이 나는 장면이 많거든요. (하데스의) 사랑을 받으면서, 그가 변화하는 걸 보면서 기뻐서 혹은 슬퍼서 눈물을 흘리다 보면 힐링이 되는 것 같아요.”
이어 “극에 완전 몰입할 때가 있다”며 “일꾼들이 오르페우스한테 마음을 뺏기고 그 메시지를 듣고는 나도 변화해야겠다면서 목소리를 내는 장면부터 ‘How Long’까지 엄청 몰입해 빠져들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배우로서 되게 충만해지는 순간들이죠. 제가 진짜 페르세포네가 된 것처럼 몰입하게 되는 그 시점들이 너무 짜릿하고 좋아요. 그래서 체력이 되는 한 무대를 계속 하고 싶은 게 제 꿈이에요. 아직은 어린 제 아이들이 뮤지컬을 보러 올 때까지요.”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