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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코멘트] 기원 아닌 예술로서의 굿판 벌이는 김매자 “죽은 자 아닌 산 자부터 정화시키는 마음으로!”

입력 2024-08-1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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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

 

“이번에는 망자가 아닌 산자를 위한 씻김을 하려고 합니다. 시대적으로 너무 시끄럽잖아요. 원래 죽은 자를 위한 것이지만 산자부터 깨끗이 정화시키자는 마음으로 표현하고 놀아보고자 합니다.”

김매자 예술감독이자 집행위원장은 올해로 30회를 맞은 창무국제공연예술제(8월 21~31일 세종예술의전당,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서울남산국악당, 포스트극장, 이하 창무예술제) 기간 중 공연될 ‘산자를 위한 씻김굿’(8월 28일 서울남산국악당)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산자를 위한 씻김굿’은 ‘옛 춤과의 대화: 전통춤과 창작품의 상호 접합과 충돌의 측면을 확인할 수 있는 공연’ 중 하나로 무녀 박미옥·박향옥·양용은과 김매자 감독을 비롯한 최지연, 김지영, 윤수미, 김미선 등이 어우러진다.  

 

(최종)포스터
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포스터(사진제공=창무국제예술제 집행위원회)
“4장으로 이뤄진 공연 중 3장이 진도 씻김굿이고 마지막 4장을 저와 제자들의 창작춤으로 길닦음을 합니다. 저희 나름대로 안무를 해놓고 전통 진도 씻김굿을 하시는 분들을 보는데 얼마나 춤도 잘 추시고 소리도 잘하시는지…그 분들의 춤이 훨씬 더 무게 있고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에 앞서 ‘서울 천신굿’(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과 일본 무속춤의 일종인 시네마현 ‘오키도우젠카구라’(8월 26일 서울남산국악당)도 연달아 공연된다.

“굿은 종교나 미신이 아닌 우리 민족의 옛 풍습, 관습의 하나죠. 이번 굿판은 종교적 기원이라기보다는 이런 것이 있었음을 알리기 위함입니다.”

그리곤 “굿에는 모든 것이 포함돼 있다”며 “굿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그 주체가 신이 내린 강신무와 조상에 물려받은 세습무(신들리는 현상 없이 조상 대대로 무업을 이어받아 형성된 무당)로 나뉜다”고 설명했다.

“서울 천신굿의 경우 궁중복식과 음식, 춤과 노래, 사설 등이 다 있죠. 진도 씻김굿도 그래요. 다양한 춤과 시나위 등의 장단, 음악 등이 있죠. 저희는 그들에 대해, 문화·예술 장르로서 연구하는 과정 중에 있는 거예요. 춤으로는 저희의 깊이가 한참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의미와 가치를 창작적으로 풀어내는 거죠.”

‘서울 천신굿’에 이은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에 대해 김매자 감독은 “일본에서 볼 수 있는 전통극 장르인 노(能, のう)나 가부키(歌舞伎, かぶき) 등이 아니라 아주 작은 섬에서 4살부터 굿을 하던 무당이 추는 춤”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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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

 

“그들의 삶도, 굿의 의미나 목적도 우리와 비슷해요. 가뭄을 해갈하거나 병을 막기 위해서 등 노래나 악사, 춤, 형식 등이 다를 뿐 그 의미나 목적은 우리와 다르지 않죠.”

그리곤 “천신굿과 오키도우젠카구라 사이에 비는 한 시간 정도는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진짜 축제처럼 굿판을 벌일 예정”이라며 “낮에는 한국의 천신 굿, 저녁엔 일본의 오키도우젠카구라, 한날 한국과 일본의 굿을 비교하고 공유하는 재미도 쏠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창무예술제 해외초청 무대에 오를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The New Zealand Dance Compay, 8월 2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는 마우리 족의 전통춤 ‘하카’(Haka)를 현대무용으로 변주해요. 짧게나마 그들도 함께 할 수 있을지 논의 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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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회 창무국제공연예술제 김매자 예술감독(사진=허미선 기자)

30주년을 맞은 창무예술제는 ‘서울 천신굿’ ‘오키도우젠카구라’ ‘산자를 위한 씻김굿’ ‘뉴질랜드 댄스 컴퍼니’ 공연을 비롯해 ‘땅구름, 몸구름, 하늘구름’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인다.


‘클래스가 있는 East meet West’에서는 뉴질랜드 댄스컴퍼니의 ‘레드 드레스, 변천, 하카 와이랑기’(Red Dress Duet, Excerpt from in Transit, Haka Wairangi, 8월 27일 이하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를 비롯한 국내외 초청작들로 꾸린다.

 

최상철 현대무용단의 ‘그들의 논쟁’(Their Argument, 8월 27일), 네덜란드 Niek Wagenaar’s Nymphs의 ‘애프터 올’(After All, 8월 29일), 99아트컴퍼니 ‘이야기의 탄생’(The Birth of a Story, 8월 29일), R.se dC의 ‘MOB’(8월 29일), 미국 Ephrat Asherie Dance의 ‘ODEON’(8월 31일), 김미란 댄스티어터 ‘엇’의 ‘중中독-독안의 여자’(8월 31일), 창무회의 ‘몸으로 외치다!’(8월 31일)가 공연된다.

더불어 배우 손병호, 이예린 작가 등 다른 장르와의 협업, 젊은 안무가들을 위한 ‘지금 뛰다’(Now Jump, 세종예술의전당)에서도 진취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김매자 감독은 “어떤 때든 모든 예술은 시대상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이번 굿판 역시 사설, 봉수 등을 통해 시대상을 표현하는 말이 절로 나올 것”이라며 “서울 천신굿에서는 작두도 탈 예정”이라고 전했다.

“사실 작두를 타려면 신이 내려야하기 때문에 가능할지 그 여부를 지켜보는 묘미도 있을 겁니다. 작두타기가 가능해지려면 굿판을 둘러싼 모든 사람들이 한마음으로 빌어야 해요. 화합하고 응원하고 스스로를 반성해야만 그분이 작두를 탈 수 있거든요. 한마음 한뜻으로 이 시대를 아우른다는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죠.”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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