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아플(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 |
그 기세가 다소 꺾이긴 했지만 여전히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끝자락에 프란츠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의 연가곡 ‘겨울나그네’(Winterreise)가 무대에 오른다.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가 빌헬름 뮐러(Wilhelm Muller)의 시에 곡을 붙인 연가곡집으로 24개의 곡으로 구성돼 있다. 한겨울 실연한 주인공이 정처 없이 떠돌며 느끼는 감정들을 담은 작품들로 그 중 5번째 곡 ‘보리수’(Der Lindenbaum)는 교과서에도 실리는 등 잘 알려져 있다.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Winterreise in Summer, 9월 5일 롯데콘서트홀)는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 최초의 음악 프로젝트다. 한세예스24문화재단은 글로벌 의류 ODM 한세실업, 문화 콘텐츠 플랫폼 예스24, 패션기업 한세엠케이 등을 거느린 한세예스24홀딩스의 김동녕 회장이 2014년 사재를 출연해 창립해 10주년을 맞았다.
벤야민 아플과 사이먼 레퍼가 꾸리느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 포스터(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이 경제 협력을 넘어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아시아의 미술작품을 소개하는 ‘국제문화교류전’, 각국의 현대문학을 엮은 ‘동남아시아 문학 총서’ 발간 등과 학술연구, 장학제도, 해외봉사 등 다양한 활동을 지원해 왔다.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클래식 음악 공연으로 미술, 문학에 이어 클래식으로 문화예술사업을 확장하는 신호탄이다.
‘2024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는 전설적인 성악가이자 지휘자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Dietrich Fischer-Dieskau)의 마지막 제자인 바리톤 벤야민 아플(Benjamin Apple)이 처음으로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백수미 한세예스24문화재단 이사장은 “피아노의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당대 위대했던 빌헬름 뮐러의 시를 들려 드리고자 본 공연을 기획했다”며 “국내에서 진행되는 성악공연이 오페라 또는 스타음악가의 리사이틀에 집중된 데 반해 저희는 당대의 위대한 시인과 작곡가의 작품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있는 음악을 경험하시길 바랐다”고 전했다.
“사망 1년 전 남긴 ‘겨울나그네’는 슈베르트의 삶과 가곡의 정수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채 외롭지만 자유롭게 걸었던 방랑의 길, 실연의 상처를 간직한 남성이 차가운 겨울에 떠나는 추억 여행 등 그의 삶과 정서를 표현하고 있죠. 죽음을 앞둔 슈베르트의 삶을 대변하듯 전체적으로 음울하고 고독한 24개의 곡들은 순진무구하면서도 죽음을 절묘하게 반영하고 있습니다.“
첫 음악 프로젝트 무대에 설 아티스트로 벤야민 아플을 선정한 데 대해서는 “그는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와 긴밀한 인연이 있는 성악가”라며 “2022년 영국 BBC 에서 ‘겨울 나그네’를 주제로 제작한 영화 ‘겨울기행’ 출연자이자 같은 해 런던에서 앨범을 발표했다”고 소개했다.
전설적인 성악가이자 지휘자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의 마지막 제자인 바리톤 벤야민 아플(사진제공=벤야민 아플) |
은행원을 꿈꾸는 경영학도였지만 공부를 하던 중 문득 내면과의 깊은 대화, 자신의 감정을 밖으로 끌어내는 시간이 없다고 깨닫고 음악가로 전향한 벤야민 아플은 그와 오래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이자 영국왕립음악원 교수 사이먼 레퍼(Simon Lepper)와 함께 첫 내한무대를 꾸린다.
그는 “가곡 무대에서 성악가와 피아니스트의 협업은 너무 중요하다. 동등한 파트너십을 이뤄야 하기 때문”이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신뢰”이라고 전했다.
“가곡 리사이틀에서 피아니스트는 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뒤편에 앉는데 마치 제게 날개를 달아주는 느낌이에요. 사이먼은 단순히 좋은 연주자가 아니라 저를 향한 지지와 친구로서의 우정을 보여주는 피아니스트죠.”
‘여름에 만나는 겨울나그네’에서 벤아민 아플과 무대를 함께 꾸릴 피아니스트 사이먼 레퍼 영국왕립음악원 교수(사진제공=한세예스24문화재단) |
‘겨울나그네’에 대해 “200년전에 쓰여졌지만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시대를 초월하는 작품”이라며 “지금 독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단어들도 있지만 엄청난 깊이가 있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이 작품이 한세예스24문화재단의 첫 번째 음악 프로젝트로 선정된 건 아주 좋은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해요. 이 작품은 시와 음악이 결합된 거의 완벽한 작품이거든요. 독일을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형태죠. 이 작품의 주인공은 자신 영혼의 깊은 곳까지 내려가는, 내면의 여행을 떠나는 용기있는 젊은이죠. 대부분 사람들이 두려움 때문에 자신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는 여행을 떠나지 못하잖아요. 24개의 작품을 통해 내면의 감정들을 들여다 보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