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디바이스 AI 성장으로 모바일계의 HBM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노근창 현대차증권 센터장의 발표 자료로 SK하이닉스과 삼성전자의 모바일 HBM 구현 기술이 간단히 적혀 있다.(사진=전화평 기자) |
삼성전자가 AI(인공지능)용 메모리로 각광받는 HBM(고대역폭메모리)처럼 모바일 제품에서도 AI를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강운병 삼성전자 마스터는 11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진행된 ‘반도체 첨단 패키징 산업 생태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모바일 온디바이스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적으로는 데이터 레이트가 지금보다 몇 배 더 많아져야 한다”며 모바일계에도 HBM과 같은 기술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D램을 쌓아 제작하는 HBM은 정보가 지나다니는 길목인 대역폭을 획기적으로 늘린 메모리 반도체로 AI 구현에 필수재다. 하지만 그동안 HBM은 서버용으로만 제작됐다. 서버용 HBM이 적용된 대표적인 칩이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다.
모바일에 HBM과 같은 넓은 대역폭을 구현시킬 기술이 있다. 이른 바 모바일계 HBM이다.
강 마스터는 “아직 제품화 단계는 아니지만, 앞으로 몇 년 내에 나올 것을 대비해서 준비하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수급 메커니즘은) 스마트폰 업체의 요구 사항을 받아서 준비하고 있는 기술로 보면 된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는 ‘VCS’ 기술을 통해 모바일계 HBM을 구현해 낸다는 방침이다. VCS는 D램과 기판을 와이어로 수직 연결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에서는 이 기술을 VFO라고 부른다.
기존 와이어 본딩은 칩의 옆으로 금속선이 배선됐다. 칩을 연결해주는 금속선이 짧아지며 칩의 간격도 줄어든다. 칩 간 물리적 연결이 가까워져 속도 역시 빨라지는 원리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모바일계 HBM에 VCS가 필요한 이유는 탑재되는 D램의 두께가 서버용보다 얇기 때문이다. HBM은 D램에 미세 구멍을 뚫어 상층과 하층을 전극으로 연결한다. 서버용 HBM에 탑재되는 DDR은 구멍을 뚫기 쉬운 반면 모바일용 LPDDR은 두께가 얇아 미세 구멍 구현이 힘들다.
이에 메모리 업체들은 모바일계 HBM을 기존 칩처럼 상하층이 아닌 계단 형태로 쌓는다. 이 때 기판과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VCS가 필요하다.
강 마스터는 “지금 연결되는 I/O(입출력)의 숫자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와이어 본딩 가지고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한 뒤 “(VCS는) 개별 I/O를 뽑아서 밖에서 분리하고 로직과 연결할 수 있다. 데이터 레이트의 통로를 많이 만들어주는 게 이 기술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모바일계 HBM은 실제 HBM과 차이가 있다. HBM은 적층한 D램을 TSV 공정을 통해 미세 구멍을 뚫어 와이어 없이 정보가 지나다니는 길을 구현한 반면, 모바일계 HBM은 TSV 공정이 활용되지 않는다.
이날 강 마스터 발표 이전에 연사로 나선 현대차증권 노근창 센터장도 모바일계 HBM 시장이 커질 것으로 봤다.
그는 “온디바이스 AI는 새로운 고대역 D램 수요가 창출될 수 있는 곳”이라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VR장비에도 고대역 D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화평 기자 peace20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