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차기 행장 인선 절차가 본격화 된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근 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 |
국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차기 행장 인선 절차가 조만간 본격화될 전망이다. 5대 은행장 모두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데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마련한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라 모든 은행들은 행장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현직 은행장들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성과를 냈지만 횡령, 배임, 부당대출 등 내부통제 부실 사건이 불거진 은행의 경우 연임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조병규 우리은행장, 이석용 NH농협은행장은 올 연말 첫 임기가 만료된다. 이재근 국민은행장은 유일하게 2+1 임기를 마치고 두번째 연임에 나선다.
가장 먼저 승계 절차를 시작한 곳은 신한금융지주다. 신한금융은 지난 10일 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자경위) 회의를 진행했다. 자경위는 회의에 앞서 개정한 ‘자회사 경영승계 계획’에 따라 자회사 대표 후보군을 선정했다.
업계에서는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본다. 정 행장 재임기간 신한은행은 4대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조원대 순이익 시대를 열었다. 임기중 내부통제도 강화해 별다른 사고도 없었다.
하나금융, KB금융, NH농협금융 등은 이달 말쯤 위원회 업무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회의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재임기간 하나은행을 리딩뱅크 반열로 끌어올린 점이 높게 평가된다. 소매영업은 물론이고 기업 대출에서도 안정적인 이익을 내고 있어 성과 측면에서 유리한 상황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차기 행장 인선 절차와 관련, “임기가 12월 말까지고 3개월 전에만 시작하면 되기 때문에 9월 말쯤 절차가 시작되지 않을까 하는 분위기”라며 “은행에서 행장추천위원회를 하고 금융지주 임원추진 위원회에서 한번 더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재임기간 동안 역대 최대 순이익을 낸 성과에 힘입어 두 번째 연임을 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다만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사태와 100억원 이상 배임 사고가 발생한 점이 부담으로 거론된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모범관행에 보면 행장 추천을 위한 롱리스트(1차 후보군)와 숏리스트(최종 후보군)를 만들어서 후보추천위원회에 제공하게 되어 있다”면서 “그 작업을 진행하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데 이제 그 프로젝트의 시작을 알리는 킥오프 회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일단 임기를 채우는 방향으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의 친인척 부당 대출 사건과 관련해 이복현 금감원장이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 행장의 중도 사퇴를 압박했지만 최근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기본적으로 우리금융 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판단할 사항”이라고 교통정리를 하면서 연임 여부로 시선이 옮겨졌다. 조 행장의 연임 여부는 호실적 달성에도 불구하고 내부통제 문제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정한 모범 규준에 따라 9월 말부터 절차를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용 농협은행장은 올 연말 임기가 만료되는 이석준 NH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동반사퇴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올 3월과 5월 농협은행에서 발생한 배임·횡령 사고가 이 행장 연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새로 취임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이 주요 금융 계열사에 대한 인사를 준비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김동욱 기자 east@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