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4년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한 번에 0.50%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이다. 그러나 한국 증시는 반도체 업황 우려 등으로 금리인하 효과가 상쇄되며 강보합 마감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 상승세 등이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연준은 18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후 기준금리를 기존 5.25~5.50%에서 4.75~5.00%로 0.50%포인트 내렸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반 만의 첫 금리인하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번 결정의 배경에 대해 최근 발표된 고용과 인플레이션 하락세를 거론하며, “미국 경제와 국민을 위해 올바른 결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준은 이날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전망치를 종전 5.10%에서 4.40%로 낮추며, 0.50%포인트 추가 인하 가능성도 시사했다. FOMC 회의가 올해 11월과 12월 두 차례 남아있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베이비스텝(0.25%포인트 인하)을 예상하고 있다.
또한 연준은 올해 실업률 전망치를 6월 시점(4.0%) 보다 높은 4.4%로 제시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개인소비지출·PCE)는 2.6% 보다 낮은 2.3%로, 경제성장률은 2.8% 보다 낮은 2.6%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
그러나 간밤 뉴욕증시는 예상보다 높은 점도표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다우·S&P500 등 주요 지수가 하락 마감했다. 19일 국내증시는 미국 금리인하에 따른 기대감에 상승 출발했으나, 추석연휴 기간 중 발표된 모건스탠리 보고서가 반도체 업황 피크 우려를 불러일으키며 SK하이닉스(-6.14%), 삼성전자(-2.02%) 등 반도체 대형주 하락을 이끌어 강보합으로 마감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26만원에서 12만원으로, 투자의견을 ‘비중확대’에서 ‘비중축소’로 조정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에 돌입했지만 종착점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상무는 “한국 증시는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큰 폭으로 하향 조정한 여파로 관련 종목군이 급락하며 전반적인 투자심리가 위축됐다”고 부연했다.
증권가는 미국의 금리인하 개시가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 침체 여부, 반도체 업황 우려 등이 국내증시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다.
서상영 상무는 “과거에 연준이 0.50%포인트 인하했던 경우는 닷컴버블이나 금융위기 등 큰 문제가 있었을 때였는데, 이번의 빅컷에 대한 정당성을 연준이 거의 제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며 “연준이 실업률 전망치를 4.4%까지 끌어올린 것은 고용이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둔화되고 있음을 시사하는데다, 향후 미 대선 정국과 국내 증시를 이끄는 반도체 업황 피크 이슈 등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의 빅컷으로 한미 금리차는 종전 2.00%포인트에서 1.50%포인트로 좁혀져 한은이 국내 경기나 금융안정 상황에 보다 집중할 여력이 커졌다는 평가가 있지만, 금리인하 시점은 10월보다 11월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빅컷 등으로 한은도 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 같다”면서도 “지난번 금통위에서 가계부채와 수도권 집값을 강조한 점도 있어서 10월 금통위 때까지 해당 이슈가 충족될 수 있을지를 감안하면, 10월보다는 11월 인하 가능성이 더 높지 않나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수환·이원동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