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스카본은 벼농사 탄소 감축 이행을 증명하는 서비스 '헤임달'을 개발해 기후 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소규모 농가가 탄소배출권 수혜를 입도록 공급망 관리 및 프로세스 혁신을 돕고 있다.(사진=땡스카본, 게티이미지뱅크) |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며 이를 위한 노력이 지속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에 따른 지구온난화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활동에 나서고 있다.
산업화 이후 현재까지 기후변화가 지속됐음에도 그 영향이 크지 않았는데, 이는 지구시스템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가 기후변화 영향을 완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기존 지구시스템의 상호작용 방식이 급변하면서 기후 위기가 시작됐고 이에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상승을 1.5℃ 이내로 기후저지선을 설정하게 됐다.
기후저지선은 인류 생존 및 생태계 보전을 담보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최후의 한계선이다. 이처럼 국제사회가 대기 중 온실가스 농도 증가를 낮추기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오는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의 기조에 발맞춰 기업들도 탄소배출량 감소를 위한 노력에 나서고 있다. 기후테크 스타트업 땡스카본(THANKS CARBON)은 토양 재생 전문가, 생태계 보전 전문가가 모여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프로젝트로 기업의 ESG·CSR 대응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땡스카본은 주로 자연기반해법(NBS, Nature based Solutiom)에 주목해 자연이 탄소순환 균형을 찾고 생물다양성을 회복할 수 있는 사업개발과 협력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자연기반해법은 자연을 그 자체로 보존하거나 변형된 생태계를 보호하는 지속가능한 ESG, CSR 실천 방법이다.
◇농업에서 찾아낸 기후위기 해결 열쇠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 (사진=땡스카본) |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가 창업에 나서게 된 것은 폭염과 폭우가 반복되던 5년 전 작물 재배법 발굴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던 중 얻게 된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그는 ‘자연재배’와 ‘자연농법’이라 불리는 농업을 적용하고 있는 여러 농부를 만나면서 과일과 채소들을 도시민들에게 연결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다. 자연재배 농법은 화학농약, 화학비료, 제초제 등을 쓰지 않고, 심지어 물도 주지 않는 4무(無) 또는 5무(無) 농법이다.
김해원 대표는 “단순히 사람 몸에 좋은 생산물을 많이 재배하는 차원이 아닌 땅을 살리기 위한 농법을 실현하는 농부들의 방법은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이를 상품으로 발전시키기 쉽지 않았다”며 “이후 ‘땅을 살리는 땅스 thanks’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전국의 생산자를 확보했지만, 판매 유통 모델을 매끄럽게 만들어내는 데 실패했다”고 회상했다.
이를 통해 농업이 땅을 살리고 기후위기를 해결하는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잠재력이라는 경험을 얻은 김해원 대표는 지금의 땡스카본을 만드는 출발점에 설 수 있었다. 농업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은 지난 2015년 파리기후협약에서 공표된 바 있다. ‘포퍼밀(4Pm)’ 이니셔티브는 매년 각 국가에서 탄소격리량을 0.04%씩만 늘려가면 오는 2050년까지 대기 중에 나와 있는 이산화탄소를 땅으로 돌려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땅이 바로 탄소의 집이라는 생각으로, 탄소를 원래의 자리로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농업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농업의 전환을 통해 우리는 기후위기를 위한 큰 한 걸음을 내디딜 수 있고, 식량위기도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생각을 담아 ‘땡스카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를 시작으로 땡스카본은 ESG 경영의 문제를 쉽고 빠르고 창의적으로 실행할 해법을 찾아 나섰으며, 생물의 다양성을 회복하고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는 다양한 해법들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인공위성·인공지능 기술 활용해 온실가스 저감 지원
땡스카본 메탄 측정 챔버. (사진=땡스카본) |
땡스카본이 개발한 ‘헤임달(Haimdall)’은 벼농사 탄소 감축 이행을 증명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인공위성과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기후변화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소규모 농가가 탄소배출권 수혜를 입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헤임달은 자연을 측정·보고·검증하기 위한 방법으로 ‘인공위성’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논에 물이 차 있는지 아닌지를 감별한다. 벼농사를 지을 때 논에 물을 항상 채워두는 ‘상시담수’로 논물을 관리하면 땅속에 산소가 들어오지 못해 메탄이 많이 배출되지만, 재배 중 2주 이상 논의 물을 빼 논바닥을 말리는 기간을 두면 메탄을 40% 감축할 수 있다.
실제 헤임달은 위성 사진을 통해 논바닥이 보이는지 확인하고 ‘저탄소’ 벼농사를 실시했는지 증명한다. AI를 활용해 논물을 탐지하는 딥러닝 모델은 92% 이상의 정확도를 보유하고 있다. 땡스카본은 “헤임달을 통해 저탄소 농업 전환 농업인은 식품기업에 저탄소 인증 농산물을 판매하고, 정부 및 기업 등 탄소배출권 수요자에게 배출권을 거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LG화학과 함께 진행한 ‘잘피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 눈길
엘지화학 잘피 사업 전경지. (사진=땡스카본) |
땡스카본은 자연자본을 활용하는 기업들에 자연에 기여할 기회를 소개하고, 이를 통해 자연 자본 복원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 대상지를 중심으로 멸종위기종이나 생태계 복원이 시급한 이슈들을 복구할 수 있는 자연기반해법을 기획하고, 고객사인 기업과 함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업에 △생물다양성 △탄소감축 △수자원보호 △지역상생 등의 요건으로 국내와 글로벌의 ESG 정책과 공시에 따라 보고할 수 있는 성과와 사회적 책임으로서 의미를 갖게 된다. 대표적인 프로젝트로는 작년 6월부터 LG화학과 진행 중인 ‘잘피 서식지 복원 및 연구 사업’이 있다.
땡스카본은 “해안가인 여수에 사업장이 있는 LG화학이 해양 생태 관련 프로젝트를 고민하던 와중 ‘잘피 서식지 복원’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게 됐다”며 “탄소를 흡수하는 해초류의 일종인 ‘잘피’를 심어 해양생태계 중요성도 알리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작년 여수 대경도 연안에 잘피 5만주를 이식했고, 올해 2만주를 추가로 심어 오는 2026년까지 축구장 14개 크기와 맞먹는 10ha(헥타르) 규모의 잘피 군락지 조성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약 2.8ha의 잘피 서식지가 복원됐으며, 이는 축구장 4개와 비슷한 규모다. 확장된 잘피 서식지에서는 퇴직층까지 포함 시 연간 1400톤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고, 해양 생물 서식지로서 생물 다양성에 기여할 수 있다.
땡스카본은 작년 6월 ‘잘피 서식지 복원’ 프로젝트를 알리기 위해 메타버스 제페토에 유저들이 나만의 바다숲을 만들 수 있는 ‘블루포레스트’ 월드맵을 개설했다. 현재 누적 방문객은 440만명으로, 해양 보호에 대한 인식을 MZ세대들에게 재밌게 심어주고 전 세계적으로 관심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국내 넘어 세계적인 탄소배출권 시장 주체로 성장 목표
캄보디아 시범사업 농가 설명회. (사진=땡스카본) |
올해 땡스카본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사업으로의 도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재 베트남, 방글라데시, 캄보디아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베트남에서는 정부 주최의 MRV 워크숍을 통해 ‘헤임달’을 소개하고 지역 성정부와 대규모 감축 사업을 준비 중이다. 땡스카본의 오는 2030년까지 아시아 7개국에 332만ha 규모의 사업을 진행해 2000억원의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해원 땡스카본 대표는 “기술 고도화를 통해 아시아 MRV(탄소배출 측정 보고 검증) No.1 기업으로 성장하고, 탄소배출권 시장의 주체로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자연기반기술 분야의 글로벌한 서비스 제공을 기업들에 진행하며 국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업의 지평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강은영 기자 eyk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