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
이는 일명 ‘줍줍(줍고 또 줍는)’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도 마찬가지다. 청약 후 부적격 및 계약 포기 등으로 잔여 물량이 발생했을 때 최초 분양가로 공급되는 데다 지역 조건까지 없는 경우 청약 신청을 받는 청약홈 사이트가 하루 종일 마비될 정도다.
이처럼 내 집 마련을 원하는 수요자가 아닌 사람들까지 ‘로또 청약’에 뛰어들면서 무주택 서민들에게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해 도입된 분양가 상한제, 무순위 청약 제도의 취지는 시장에서 이미 잊힌 지 오래다. 오히려 시세 차익을 노린 ‘현금부자’ 수요와 경쟁하며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 기회는 더 바늘구멍이 됐다. 실제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청약자는 4인 가족이 15년간 무주택을 버티며 기준 만점을 채웠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나온 강남권 분양가 상한제 단지마다 탈락을 거듭하며 좌절을 맛봤다.
아파트가 ‘로또’라 불리는 사이 오히려 진짜 로또는 고물가에 부동산 가격까지 상승하면서 ‘로또 1등에 당첨돼도 서울에 집 한 채 못산다’는 불만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를 두고 정부가 로또 당첨금 변경에 대한 국민 의견 수렴에 나서는 상황을 보고 있자니 요새 말로 웃기지만 슬픈 상황을 표현하는 말인 ‘웃프다’가 떠오른다.
시장 부작용에 정부는 또다시 청약 제도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에 대해 또 ‘누더기 청약 제도’라는 비판이 나올지라도 이번에야말로 무주택 서민이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문경란 건설부동산부 기자 mgr@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