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
한쪽에서는 국민평형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되며 ‘평당 2억 시대’를 열고 있지만,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더 이상 꿈이 아닌, 손에 닿지 않는 신기루가 되고 있다. 이게 지금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실제 전국 아파트 시장의 양극화가 끝없이 심화되고 있다. KB부동산의 9월 월간 주택시장 동향에 따르면, 상위 20%의 아파트 가격은 12억6035만원, 하위 20%의 가격은 1억1689만원이다. 이를 나눈 5분위 배율은 무려 10.8에 달해, 2008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불과 10년 전 5.0이었던 이 배율이 두 배 이상 커진 것은, 그만큼 고가 아파트로의 자산 집중과 서민들의 소외가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단지에서 국민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가 60억원에 거래됐다. 평당 1억7600만 원. 6개월 전만 해도 40억원대였던 이 아파트가 이제는 20억원 더 치솟은 것이다.
이와 같은 초고가 아파트의 폭등은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집중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서 여러 채를 보유하기보다, 투자 가치가 높은 고가 아파트 한 채에 자산을 집중하는 전략이 부동산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분양시장에서도 이러한 양극화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8월 전국 미분양 주택은 6만7550가구로 전월보다 5.9%(4272가구) 줄었지만,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지난달 1만6461가구로, 전월보다 2.6%(423가구) 늘었다. 13개월 연속 증가세다. 고가 아파트는 연일 거래가 이어지지만, 서민들이 살 수 있는 중저가 주택은 미분양 상태로 남아 있는 이 현실이야말로 부동산 시장의 심각한 불균형을 보여준다.
부동산 양극화는 단순한 자산 불균형을 넘어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는 사회적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똘똘한 한 채’로 부유층은 자산을 불리지만, 서민들은 그 아파트를 구경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젊은 세대들은 주거 사다리를 오르기도 전에 포기하는 현상이 늘고 있다. ‘영끌’로도 집을 마련하기 어려운 현실에, 청년들은 내 집 마련 대신 전세와 월세에 머물며 불안한 미래를 견뎌야 한다.
정부는 이제 이 문제를 더 이상 방관해서는 안 된다. 부동산 양극화는 단순한 시장 논리로 해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사회 문제다.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하며 투기적 수요를 촉진하고, 서민들의 주거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 정부는 고가 아파트에 대한 투기 수요를 억제하고,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대폭 확대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민들의 주거 불안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저가 아파트의 공급을 늘리고, 교통망과 같은 인프라를 개선해 서민들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서울에만 집착하는 투자 심리를 분산시키기 위해 수도권 외곽과 지방의 주거 환경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는 단순한 자산 격차를 넘어, 서민들의 삶의 질을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결단을 내려야 한다. 더 이상 부동산 시장을 투기 자본의 장으로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 양극화의 악순환을 끊고 서민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 속에서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채훈식 건설부동산부장 chae@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