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 마감일이 10월 4일로 다가왔다. 물러설 곳 없는 한판 승부가 되고 있다. 2일이나 4일 개장 전까지 대항 공개매수 여부 등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인 MBK파트너스에 맞선 마지막 카드가 초미의 관심사다. 재계를 뜨겁게 달군 고려아연의 지배력을 누가 가질지 ‘한 지붕 두 가족’ 싸움으로 태평하게 바라보기 힘든 측면이 많다. 동업의 균열로 외부 세력 공격을 부른 현 사태가 매우 안타깝다.
국회가 7일부터 시작하는 국정감사 증인으로 고려아연, MBK파트너스, 영풍그룹 등 경영권 분쟁 관련 기업인들이 줄줄이 나와 이유와 명분을 소명한다고 하자. 그때는 어쩌면 사후약방문이 돼 있을 시점이다. 외부 세력까지 얽힌 대규모 전면전에서 기업을 장악하는 1인 대주주가 없는 지배구조의 불안정한 단면이나 표본을 보는 듯하다. 실제로 사모펀드 본연의 사업영역을 이탈해 공개 매수를 통한 경영권 인수 시도가 드러나 보인다. 시장 독점과 과열 경쟁도 문제려니와 법적 테두리 일탈로 투자자 오판을 유도하는 사례도 없어야 한다. 공개매수 과정에서의 위법행위 등에 엄정히 감독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당국의 몫이다.
가장 첨예하게 볼 것은 글로벌 공급망에 위협이 될 요소다. MBK가 고려아연 지배력을 갖기 위한 적대적 인수 시도를 통해 경영권 인수에 성공한다면 중국 변수는 거대한 위협이다. 고려아연과 관계사의 점유율이나 시장 환경 등을 고려하면 중국으로의 매각이나 핵심 자원의 훼손은 결코 무리한 전망이 아니다. 블라인드 펀드 등 중국계 자본 혹은 중국의 대형 국부펀드가 개입할 여지를 경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에 하나 사모펀드까지 동원해 경영권을 빼앗는다면 시장 자율에 맡길 건전한 경영권 경쟁이라고 보긴 어렵다. 자본시장법 등 법이 정한 게임의 룰에만 맡기고 구경만 할 수는 없게 됐다.
현금 유입을 바라는 집안 측과 사업 다각화를 바라는 집안 간 싸움처럼 보이기도 하는 ‘막장 드라마’가 잘 끝나야 하는 이유다. 영풍과 손을 잡고 선관주의 의무를 말하는 MBK의 공개 매수 결과에 따라 경영권이 완전히 뒤집힐지 모를 상황이다. 경영이나 정치 논리를 쏙 빼고 생각해도 국부 유출 그 이상이 될 ‘경우의 수’다. 기업 내부 갈등을 틈탄 시장질서 교란이나 75년 동업 경영을 한 장씨와 최씨 두 가문의 사적인 영역일 수 없다. 극한 갈등의 종착지는 글로벌 비철금속 시장에서 시장 지배자적 누려온 고려아연의 위상이 타격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아름다운 이별’이 완전히 틀어진 지금 이후를 그래서 걱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