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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릿느릿 언덕길서 누리는 '아름다운 게으름'

[은밀한 서울 투어] ②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 산책길
구세군회관 역사박물관 사이로 걷다보면 한적해져

입력 2014-10-16 09:13 | 신문게재 2014-10-17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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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경적소리, 사람들의 웅성거림은 어울림이라고는 없는 변주곡마냥 제각각이다. 그곳 사람들의 움직임과 발걸음은 분주하고 얼굴에는 짜증과 피로감이 역력하다. 그렇게 여유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도시는 늘 부산스럽다.

그런 도시의 중심인 서울 광화문 소재의 구세군회관과 역사박물관 사이 길로 들어서 걷다 보면 낯익은 맛집들이 눈에 띈다. 곤드레 나물밥과 두부요리 전문점 ‘나무가 있는 집’, 더덕요리 전문점 ‘산채향’, 대구생태 전문점 ‘안성 또순이’ 등을 지나면서 주변이 고요해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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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로를 들어가는 입구를 지나면 예상치 못한 풍경을 만나게 된다.

 
길바닥에 커다랗게 쓰인 ‘일방통행’이라는 글자와 화살표를 지나면서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처럼 한적함이 잦아든다. 혼자 걸어도, 사랑하는 아내와 남편, 혹은 친구, 연인과 함께 해도 좋은 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 산책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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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혼자 동떨어진 듯 고요한 길을 걷다 보면 성곡미술관이 소박한 모습을 드러낸다. 본관, 별관, 기념관 외에 조각공원, 야외카페가 있다.

전시회와 조각공원 관람 후에는 야외 카페에서 차 한잔을 시키고 게으른 휴식을 가져도 좋다. 느릿느릿 마시는 차 한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연필로 무언가를 끄적거리는 이도 눈에 띈다. 전시회, 조각공원 관람 그리고 차 한잔을 마시는 데 드는 비용은 1인당 최고 6000원. 여유와 게으름의 대가로는 알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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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곡미술관 문을 나서면 왼쪽으로는 로스터리 커피숍 ‘커피스트’(Coffeest), 오른쪽으로는 와인바 ‘타인의 취향’(Le Gout Des Autres)이 자리 잡고 있다. 기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커피 혹은 와인 한잔을 즐겨도 좋다.

 

성곡미술관 문을 나서면 왼쪽으로는 로스터리 커피숍 ‘커피스트’(Coffeest), 오른쪽으로는 와인바 ‘타인의 취향’(Le Gout Des Autres)이 자리 잡고 있다. 기분에 따라, 취향에 따라 커피 혹은 와인 한잔을 즐겨도 좋다. 


특히 커피스트는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꽤 알려진 곳으로 10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밖 너머로 보이는 미술관의 4계절 풍경은 고즈넉하고 혹은 푸르며 또 혹은 을씨년스럽다. 핸드 드립 커피는 향기롭고 비엔나 커피는 감미롭다. 빈잔에는 다섯 가지 원두로 블렌딩한 커피를 리필해 주기도 하니 풍요롭기도 하다.

좀 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축구회관이 보인다. 2002년 한일 월드컵부터 본격적으로 불타오르기 시작한 대한민국의 축구열정이 무색하게 평온하기만 하다.

그 건너편 갤러리 겸 카페& 바 겸 게스트하우스인 복합공간 ‘뽕갈로’(BBUNGALO)가 눈에 띈다. 미술공모전까지 개최하는 곳으로 1층 갤러리에는 당선작이 꾸준히 전시되고 있다. 카페 겸 바인 2층 벽에도 오밀조밀 그림들이 전시돼 있다.

칵테일과 각종 맥주를 즐길 수 있는 바에는 매니저 겸 바텐더 박조아(26)씨가 서있다. 그는 중년부부가 데이트할 때 추천할 만한 칵테일로 블랙러시안(Black Russian)과 모스코뮬(Moscow Mule)을 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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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조아씨는 중년부부가 데이트할 때 추천할 만한 칵테일로 블랙러시안(Black Russian)과 모스코뮬(Moscow Mule)을 꼽는다.

 

“블랙러시안은 보드카 베이스에 깔루아를 추가하는 칵테일로 저희 가게에서는 일리 큐어라는 커피 리큐어를 써요. 커피 향이 더 진하죠. 커피 향 때문인지 남성 뿐 아니라 여성들도 좋아해요.” 

 

보드카 베이스에 라임과 진저(생강)힐을 섞은 모스코뮬에 대해 “진저 시럽을 직접 만들기 때문에 향과 맛이 진하다. 특히 중년 남성들이 좋아하는 칵테일”이라고 설명한다.

그 길을 오르다 만난 캘리포니아 재미교포 윤여순(58)씨와 두살 배기 시베리안허스키 코비는 평온하게 산책 중이었다.

“석유 관련 사업을 하는 남편을 따라 서울에 왔어요. 11월까지 이곳에 머무르죠. 조용하고 한적해서 산책하기 좋은 길이에요.”

하루 몇 번씩 코비와 산책을 즐긴다는 윤씨는 카페를 좋아하는 코비 때문에 머문 지 한달만에 단골집도 생겼다. 그 중 한 곳이 소개되고 알려지는 것을 꺼리는 레스토랑 ‘카페 드 마린’(Cafe de Marine)이다.

“바깥 자리에 우리 코비도 동석할 수 있게 해주셨어요. 파스타, 피자 등도 맛있어 남편, 코비와 종종 들리는 곳이죠. 그곳 뿐 아니라 구석구석 좋은 커피숍, 레스토랑들이 많더라고요.”

윤씨의 말처럼 그 길에는 보석 같은 공간들이 숨어 있으니 보물찾기를 하는 설렘과 은밀함도 느낄 수 있다.

이 길에 대해 “없던 사랑도 꽃 핀다”거나 “데이트 성공률 100%”라는 찬사와 증언이 이어지는 걸 보면 분명 특별한 공간이다.   

 

 

◇ 성곡미술관 = 쌍용그룹 창업자 ‘성곡’ 김성곤 회장의 옛 자택 터에 조성된 성곡미술관은 외국인 전용 숙소로 이용되다 1995년 미술관으로 개조해 문을 열었다. 

 

가능성 있는 작가를 지원하는 ‘내일의 작가전’, 지역 풍경과 삶의 자취, 현안 등을 다루는 ‘로컬리뷰전’ 등이 상시된다. 현재는 ‘로컬리뷰2014: 강화展’의 일환으로 ‘분단의 봄 박진화’ 전이 11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수십년 된 나무 100여종과 아름다운 조각이 조화를 이루는 조각공원에는 산책로를 따라 아르망, 구본주, 성동훈 등 국내외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고 야외카페도 자리 잡고 있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 마감은 오후 5시 30분,  매주 월요일은 휴무다. 전시회 관람료 3000원, 조각공원 입장료 3000원이다. 카페의 모든 음료는 5000원이다. 전시 관람객과 카페 이용객은 조각공원에 무료입장할 수 있고 전시 관람객은 음료를 3000원에 즐길 수 있다.


글=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그림=김동민 기자 7000-j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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