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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과 동화의 나라, 포르투갈 ‘신트라’

상상력 넘치는 미로같은 공간 ‘헤갈레이라 별장’ … 네오마뉴엘·무어 양식 혼재된 ‘페나성’ 전성기 위용 과시

입력 2016-07-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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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갈레이라의 별장에서 바란 본 포르투갈 신트라왕궁 전경

 

포르투갈 여행 6일차, 신트라(Sintra)의 아침이 밝았다. 높은 산중의 신트라는 마치 내가 동화 속 주인공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한다. 포르투갈 방문은 2013년 9월에 이어 두번째이지만 신트라와 리스본은 다시 한번 들르기로 했다. 그만큼 전에 방문했을 때 신트라에 대한 느낌이 아주 좋았다.

 

전날 알쿠바사에서 신트라로 왔지만 통상적으로는 수도 리스본의 호시우(Rossio)역에서 국철(CP : Caminhos de Ferro Portugueses)로 매시 1분에 출발하는 직행은 40분 걸리는 신트라에 도착해 인근의 카보 다 호카(Cabo da Roca), 카스카이스(Cascais)를 걸치는 당일여행을 한다. 리스보아카드나 신트라 1일권을 사면 왕복기차비(4.3유로)가 무료이고, 신트라 1일권(15.5유로)은 신트라 내 버스와 신트라에서 카보 다 호카와 카스카이스 가는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고심 끝에 이번 여행은 온전하게 하루를 신트라에서 보내기로 결정하였다. 다만 포르투갈 초심자라면 카보 다 호카와 카스카이스를 들러보길 추천한다. 볼거리와 감흥이 남다른 곳이다.

 

신트라는 리스보아현의 특별자치단체로 수도 리스본에서 북서쪽으로 24km 지점에 위치한 소도시(316㎢, 약 37.8만명, 2011년 기준)다. 신트라-카스카이스 자연공원 안에 위치해 있다. 3000여종이 넘는 나무가 꽉 들어차 한여름 기온이 리스본보다 3~4도 낮아 포르투갈 왕족과 귀족들의 여름 별궁과 별장으로 쓰여졌다.

 

1800년대에 무어성부터 신트라왕궁, 몬세라트정원 등 다양한 양식의 건물과 정원이 건축돼 유럽 로맨티시즘의 초점을 형성했다. 도시 자체뿐만 아니라 나또한 마법에 걸린 듯 신비한 느낌을 준다.  


영국시인 바이런은 프랜시스 호지슨에게 쓴 편지(1809년 7월 16일)에서 “신트라의 마을은…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일 터이네. 나는 이곳에 와서 매우 기쁘다네”라고 전하며 ‘찬란한 에덴’으로 예찬했다고 한다. 이심전심이던가! 유네스코는 1995년 그 다양성과 이색적인 모습을 인정해 ‘신트라 문화경관’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시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직 안개가 걷히지 않은 동네 한 바퀴를 돌고, 8시쯤 문을 연 피리퀴타(Piriquita) 2호점으로 향했다. 전에도 왔었는데 그 사이에 2호점이 생겼나보다. ‘베개’라는 뜻의 길쭉한 모양의 바삭한 페이스트리 트라베세이루(Travesseiro, 1.3유로), 치즈 타르트처럼 달걀크림이 들어간 퀘이자다(Queijada, 0.9유로)와 에스프레소 커피(우유 추가 1.4유로)를 시켰다. 속이 느끼한걸 보니 아무리 맛있어도 설탕까지 뿌려진 디저트를 아침에 먹는 건 좀 무리였나보다.  
   
간단히 요기하고 헤갈레이라의 별장(Quinta da Regaleira)으로 향했다. 첫번째 여행에선 방문하지 않았는데, 워낙 다녀온 사람들이 추천하는 터라 내심 기대가 컸다. 이곳은 19세기 브라질과의 무역으로 큰 돈을 번 카르발료 몬테이루(Carvalho Monteiro)가 지은 카르발료 가문의 여름별장이다. 카르발료는 브라질에서 태어나 코임브라대 법대를 졸업하고, 브라질과 교역해서 백만장자가 됐다. 과학, 문화, 예술에 조예가 깊은 그는 별장을 짓기 위해 돈과 정성을 아낌없이 투자했다. 당대 최고의 포르투갈 건축가와 조각가 6명을 섭외하고, 이탈리아의 무대 디자이너·화가·건축가인 루이지 마니니(Luigi Manini)에게 정원을 의뢰했다. 의뢰를 받는 예술가들은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해 네오마뉴엘 양식의 별장과 동굴탐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구성한 정원 등을 창조적이고 신비롭게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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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투갈 신트라 헤갈레이라의 별장 전경

 

숲이 우거진 오르막길을 따라 도착하니 개장(오전 10시) 30분 전에 갔는데도 주말이라서 매표소 입구에 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상당히 비싼 입장료(현금만 가능, 1인당 6유로, 리스보아카드 할인)에도 불구하고 표를 끊고 입장하는 데에만 30분이 넘게 걸렸다.

 

입구에서 지도를 챙겨서 안내하는 대로 오른쪽 건물로 들어갔다. 울창한 숲과 다채로운 나무, 꼬불꼬불한 길, 특이한 조각 등이 한눈에 펼쳐져서 아침안개와 함께 신비롭다. 예전에 소유주가 썼던 방, 거실, 서재 등과 다양한 전시물을 관람하고 밖으로 나오니 꼬불꼬불한 계단의 3층 테라스, 화려한 문양의 성벽, 특이한 모양의 조각 등 가는 길마다 이어져 테마파크에 놀러온 듯 신기하고 지루하지 않다.

 

가장 압권은 역시 동굴, 이곳에서 숨바꼭질을 했다는데, 정말 술래가 되면 하루 종일 못 찾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동굴입구는 여러 곳이고 다양한 형태다. 어떤 곳은 벽처럼 생긴 돌문을 밀면 다른 공간으로 연결되고, 어떤 곳은 동굴의 수직타워와 통하고 높이가 아찔하다. 또 어떤 동굴 입구는 연못 위에 돌다리가 놓였고 폭포가 조성돼 있는 등 마치 밀림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상상력과 구성이 기발하다. 신트라왕궁으로 이동하기 위해 서둘러 둘러봤는데도 적잖은 시간을 소요했다. 당초 생각보다 규모도 크고 볼 것도 많은 탓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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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갈레이라의 별장 중 미로 같은 석회동굴에 만들어진 폭포수

 

신트라왕궁(Placio de Nacional de Sintra)은 멀리서도 보이는 큰 하얀색의 돔이 인상적인 포르투갈 유일의 중세 왕궁으로, 신트라 관광중심지의 초입에 위치하고 있다. 입장료(1인당 8.5유로, 리스보아카드 할인)를 내고 들어갔다. 첫 여행에선 시간도 없고 입장료도 비싸 궁 안에 들어가지 않고, 외부에서 사진만 찍고 지나갔었다.

 

원래 이 궁은 무어인들이 지은 성인데 무어인들이 물러난 후 포르투갈 왕가에서 12세기부터 궁으로 삼았다. 중세에는 사냥을 위한 여름별장으로 사용했다. 그래서 화려하기보다 오히려 밋밋하지만 아랍풍과 마뉴엘 양식이 섞여있는 내부는 볼 만하다. 왕들의 좌상을 조각한 방을 지나니 백조의방(Sala dos Cines)이다. 왕실 무도회가 열렸던 홀로 아멜리아 여왕이 27살에 시집간 딸이 그리워 천장에 표정이 다른 27마리 백조를 그리도록 했다고 한다.

 

까치의 방(Sala das Pegas)은 천장에 176개의 까치가 그려져 있다. 이는 주앙1세가 하녀와 키스를 하다 필리파 여왕에게 걸리자 ‘짐은 선을 행한 것’이라는 결백을 주장하며 왕궁의 하녀 수만큼 까치를 천장에 그리게 했다. 까치 부리에는 ‘존경하는’ 이라는 글귀를, 발에는 필리파 여왕을 상징하는 장미를 그려 넣어 왕비의 화를 달랬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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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라왕궁 내 ‘까치의 방’

무어인 특유의 건축양식인 하얀색 주방 굴뚝의 엄청난 지름과 높이는 당시 식재료 양이 어떠했는지 가늠케 한다. 주방만 둘러봐도 무어양식과 포르투갈의 마뉴엘양식이 혼재했던 찬란한 시기를 단편적으로 볼 수 있다.

 

마지막에 들어간 문장의 방(Sala dos Brasoes)은 돔에 74개의 금빛 귀족 문양이 새겨져 있다. 벽은 말을 타고 외출하거나 사냥하는 왕족을 그린 푸른 아줄레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화려한 만큼이나 포르투갈 황금기와 당시 왕의 권력을 느낄 수 있다.

 

호텔 앞에 주차한 렌트카를 몰아 페나성(Palacio Nacional da Pena)으로 향했다. 주말이라 꼬불꼬불 올라가는 언덕길에 차가 많다. 페나성 입구 매표소는 여러 곳인데 페나성 정원 옆에 주차하고 정원을 들러본 후 성에 들어갔다. 만약 페나성만 볼 예정이거나, 신트라 기차역에서 버스(434번)를 탔다면 페나성 정류장에서 내리면 된다. 


정원 매표소에도 인파가 몰려 있다. 당초 카보 다 호카를 갈 예정이어서 촉박한 일정상 페나 정원은 건너뛰고 싶었으나, 입구 경비원이 정원도 볼만하다고 추천하고, 몬세라트 정원을 가진 못한 아쉬움을 대체하기 위해 통합입장권(페나성&페나정원&무어성, 1인당 17.11유로)을 사서 정원 입구로 들어갔다. 과거 사냥터였던 정원의 입구는 2개의 연못과 녹음이 어우러져서 마음의 여유를 준다. 천천히 오르막을 걸으면서 아기자기한 조경을 관람하면 어느새 언덕 끝 페나성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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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트라 페나성 오르는 길 중턱에 조성된 페나정원의 연못

 

페나성은 원래 1511년 마누엘 1세(ManuelⅠ)의 지시로 신트라 언덕 위에 지어졌던 수도원이었다. 1885년에 폐허가 된 수도원을 개축해 19세기 낭만주의 건축물로 다시 태어났다. 독일 노이슈반슈타인 성(Neuschwanstein Castle)을 만든 루트비히 2세(Ludwig Ⅱ)와 사촌이었던 페르난두 2세(Ferdinand II)가 그의 아내 마리아 2세를 위해 지은 성이다. 이후로도 왕실가족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되었다. 


빨간색, 노란색 등 원색의 벽, 둥근 첨탑 등은 동화 속에서만 존재할 것 같은 외관이다. 1910년 공화국을 선포한 아밀리아 여왕의 방, 터키인의 살롱, 아랍방 등 내부도 화려해서 포르투갈 전성기를 대변하고 있다. 이렇듯 페나성은 이슬람, 르네상스, 고딕 양식 등이 묘하게 조화돼 또 하나의 포르투갈 문화를 웅변한다.

 

페르난두 2세는 사촌보다 더 멋진 성을 만들기 위해 노이슈반슈타인성을 만든 건축가 루트비히 폰 에슈테게를 초빙했다. 나만의 느낌인지 몰라도 같은 건축가가 만들었지만, 두 건축물의 분위기는 완연히 다르다. 노이슈반슈타인성은 차갑고 세련된 느낌이, 페나성은 따뜻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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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 같은 분위기의 페나성 전경. 마뉴엘 양식과 무어 양식이 혼재돼 포르투갈의 전성기를 말해준다.

페나성 뒤편의 등산로와 전망대 관람은 시간상 포기했다. 대신 신트라왕궁 내부를 관람을 했다. 주말이라 입구부터 단체관광객으로 가득차서, 긴 줄을 서서 인내심을 지녀야 했다. 성수기나 주말에 방문할 예정이면 이런 점을 감안해야 할 것이다. 짜증 속에 내부를 둘러보고 건물 옥상의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와 청량음료(10.9유로)를 사서 테이블에 앉았다. 탁 트인 성 밖 풍경 사이로, 울창한 숲이 가슴을 편안하게 내려놓게 한다. 때우는 점심이지만 여유만은 호사스럽다.

 

이어 차를 입구 가까운 곳에 주차하고 무어성(Castelo dos Mouros)에 들어갔다. 이곳은 페나성과 아주 가까이 위치해 있지만 왠지 더 공기가 싸늘하다. 8~9세기경 무어인들이 리스본 외곽을 지키기 위한 사령탑으로 지었으며, 봉화대에 불을 피우면 아래 카스카이스에서 보인다고 한다. 입구에는 무어인들의 옛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묘지, 집터 등을 그대로 뒀고, 이런 생활상을 전시한 전시실도 있다. 중국의 만리장성처럼 산등성이를 따라 구불구불한 모양으로 성벽을 짓고, 이것을 쌓아올린 돌도 크고 둔탁해보여 마치 요새 같다. 성벽을 따라 입구 오른쪽으로 오르면 더 높은 곳에 있는 페나성이 작게 보이고, 입구 왼쪽 높은 곳에 오르면 신트라왕궁과 시내가 보인다. 크게 볼 유적은 없으나 신트라의 주요 건물과 경치를 관람하는 데는 이만한 포인트도 없다.

 

무어성을 관람하고 나니 벌써 오후 4시가 넘었다. 겨울이고, 주말이어서 도로에 차가 많을 것으로 예상돼 서둘러 리스본으로 향했다. 리스본의 렌트카 반납 장소를 찾아가는 길이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돼 신트라에서 약 28km(40분 소요) 정도 떨어져 있는 유럽 대륙 최서단인 카보 다 호카(Cabo da Roca)와 항구이자 아름다운 여름휴양지인 카스카이스(cascais)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주말 국내 고속도로처럼 카스카이스에서부터 리스본으로 향하는 차량 행렬이 주차장을 방불케 한다.

 

리스본에서 묵을 호텔은 HF페닉스뮤직(HF FENIX MUSIC)이다. 리스본 관광중심지인 호시우역(Rossio)에서 상당히 떨어져 있지만, 고급 호텔들이 몰려있는 리스본의 신 다운타운이다. 렌트카 반납 장소 인근의 호텔을 물색하던 중에 부킹닷컴 평이 좋은 이 곳을 찜해 할인도 많고 만족할 만한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이 곳을 예약했다. 지하철과 버스정류장도 걸어서 5분 이내에 위치해 있어서 리스본 시내로 이동하는 데도 전혀 무리가 없었다. 단 이 호텔은 주차공간이 10대 미만으로 협소해 주변의 HF계열 호텔에 파킹해야 하는 게 단점이다.

 

시내중심부라 차가 많아서 막히긴 했지만, 큰 대로변에 위치하고, 빤짝거리는 간판 때문에 찾기 쉬웠다. 화려한 외관과 현대식 젊은 취향의 내부시설이 부담스럽지 않다면, 중심가에서 먹고 놀다가 다시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다면 단언컨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는 가격 대비 최고 숙소인 듯하다.

 

일단 체크인하고 차를 반납하러 나왔는데 주유탱크를 ‘만땅’으로 채우려 주유소를 찾아 헤맸지만 결국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차량을 반납받는 직원은 주유 탱크를 풀로 채우지 않아도 그 차이만큼 유류비용을 지불하면 된다고 일러줘 주유소 찾느라 헤맨 시간이 아까웠다.

체크인과 렌트카 차량 반납을 마치고 홀가분해져 리스본의 첫날밤을 바다와 가까운 테주강 하구에서 지내기로 했다. 19세기부터 리스본 최대 규모의 생선·과채시장으로 알려진 히베이라시장(Mercado da Ribeira)에 위치한 타임아웃(Time out market)은 노량진 수산시장처럼 서민적인 곳이 아니라 세련된 스타일의 푸드코트였다. 이곳에는 입맛대로 골라 시켜먹을 수 있다. 리스본에서 가성비가 높거나 맛이 괜찮은 최고 수준의 식당·카페·식료품점 등 약 35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히베이라시장은 카스카이스와 에스투릴 등 대서양 연안의 서쪽으로 갈 때 이용하는 카이스 두 소드레(Cais do Sodre)기차역에서 가깝다. 역시 주말이라 오후 9시가 다 되었는데도 그 넓은 곳에 사람이 꽉 차 있다. 각 식당이나 카페 앞에 있는 좌석에 앉아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서 먹을 수 있다. 시장기가 발동해 피쉬앤칩(Fish&chips, 12유로), 와인1병(11유로), 굴 여섯 피스(11.7유로), 닭튀김&감자칩&치킨누들(18.6유로) 등을 시켜놓고 배를 채웠다. 와인 기운에 다 먹자마자 갑자기 피곤이 밀려든다. 숙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휘청거리지만 욕심껏 많이 들러본 하루가 아깝지는 않다.

 

황영기 여행칼럼니스트 zerotwo7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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