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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가난한 노인의 나라' 안되려면 소득 불평등 개선해야

초고령사회 진입 앞둔 한국 해법은

입력 2016-09-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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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를 알면 경제가 보인다’는 책을 쓴 인구통계 전문기관 글로벌 데모그래픽스의 창립자 클린트 로렌(Clint Laurent)은 “최근의 인구증가는 대부분 노인층이 주도하고 있다”며 “향후 20년 동안 가장 빠르게 증가할 연령 집단 역시 뜻밖에도 청년층이 아닌 64세 이상 집단”이라고 소개했다.

인구 고령화는 세계 모든 나라에 큰 부담이다. 전세계 65세 이상 인구의 28%가 모여 있는 ‘노인 천국’ 중국도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다지만, 2032년까지 가임 인구가 28%나 줄어드는 것으로 관측되는 등 장년 및 고령인구 비중이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로렌은 “중국이 1인당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지금 같은 속도의 경제발전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전남 고흥군과 경북 의성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은 36%에 이른다. 경북 군위군과 경남 합천군도 35%에 이르고 경남 남해군은 34%다. 전국 90곳에 가까운 지자체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어느덧 고령화 사회의 문턱을 넘어 고령사회로 성큼 들어선 셈이다.

고령화는 경제활력을 떨어트리고 소비를 줄이고 재정투입을 늘리게 만든다. 특히 의료비 증가 속도는 우려될 정도다. 노인 진료비의 경우 2000년대 초반만 해도 3조원 안팎이었는데 현재는 2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경제성장의 혜택이 가계소득으로 골고루 순환되지 못한다. 1996년 80%에 육박하던 노동소득분배율이 현재는 60% 중반대에 그치고 있다. 실질임금은 줄곧 노동생산성에 뒤처지고 있는 현실이다. 고령화사회의 단면이다.

우리 사회도 어느덧 ‘제론토크라시(gerontocracy), 즉 고령자 지배사회를 맞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경제성장 동력이 떨어지는 것 외에도 외부인과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 까지 배타적이 된다는 게 특징이다. 이웃 일본이 그렇다. 일본에서 오키나와 같은 특정 지역민이 따돌림을 받거나 사회 전체적으로 기부가 적은 것도 비슷한 이유 때문으로 설명된다.

하지만 저축이 많아 부자노인 천국인 일본과 달리 우리는 상황이 더 안 좋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 빚이 140% 안팎에 이른다. 미국이 2007년에 가계부채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와 금융위기를 겪었을 당시 수치와 일치한다. 노인빈곤율은 우려할 수준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이 50%대에 이른다. 세계 최고기록이다. 2위인 스위스가 24.0%에 불과하다. 노후를 보장해 준다던 기초연금은 1인 기준 최저생계비의 3분이 1도 안 될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는 뭘 해야 할까. ‘아버지의 나라, 아들의 나라’를 쓴 경제평론가 이원재 씨는 과거 미국의 뉴딜 정책을 벤치마킹할 것을 권한다. 그는 뉴딜의 핵심은 경제부흥 외에 불평등 해소에도 있었다고 봤다.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광범위한 경제제도 개선과 사회복지 제공이 핵심이었다는 것이다. 사회 전체적으로 성장과 나눔의 균형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선 ‘사회 재교육 시스템’을 정비 발전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을 재교육해 생산 가능인구로 만드는 적극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우리도 독일처럼 일하려 하지 않고, 일자리를 찾으려 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사회복지 혜택을 줄이는 방법도 검토할 만하다.

국민부담률을 지금보다 좀 더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부담률은 단순한 조세부담률과는 달리, 세금(국세 지방세)과 사회보장기여금(국민연금 건강보험료 고용보험료 등)으로 지출된 액수를 GDP 전체로 나눈 수치이다. 우리는 2017년 예산안 기준으로 26.1%에 이른다. 이는 OECD 30개국 중하위권이니 있는 사람들이 사회에 더 공헌토록 하자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또 사회적 합의 차원에서 스웨덴의 ‘연대임금 정책’을 눈 여겨 볼 것을 권하기도 한다. 이 정책의 핵심은 동일한 노동에 대해선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고, 대·중소기업 구분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익성 높은 기업은 지나친 임금인상을 억제하고 남은 이윤은 기술연구나 개발에 투자하도록 한다. 반면 수익성 낮은 기업은 경영합리화를 하든가 폐업 수순을 밟도록 한다. 기업이 파산될 경우 정부는 새 일자리를 찾을 때까지 평균 임금의 70~80%를 지원한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조선 3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입해 볼 만한 아이디어다.

일본처럼 ‘생전 증여’를 활성화해 고령사회의 소비부진을 타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인의 상속 평균연령은 67세인데, 일본은 이 정책을 펴, 한꺼번에 젊은 세대로 소득이전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 역시 최저 세율을 5~10%포인트 정도 과감히 낮춘다면 국민경제에 실질적인 피해 없이 고령부유층이 가진 재산이 자연스럽게 젊은 상속인들에게 넘어가도록 해 소비나 투자 등으로 이어질 수 있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화에 대처할 방안의 하나로 노인 연령을 70세로 상향조정하는 방안도 회자되고 있다. 2015년 5월 초 대한노인회가 노인 연령기준을 4년마다 1세 씩 올려 20년 뒤에는 70세로 조정하자고 만장일치 결의한 것에서 비롯됐다. 사실 현재의 65세 노인 기준은 독일 비스마르크 총통시절의 기준으로, 130년 넘은 옛 모델이다. 국가경영전략연구원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66.4%가 노인 기준 상향에 동의한 바 있다. 몇 세부터 노인이라고 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도 80%가 70세라고 답했다고 한다. 참고로 전세계 주요국의 공식 은퇴 나이를 보면, 노르웨이가 67세로 가장 높다. 이탈리아와 미국이 66세, 일본과 독일이 65세이고 OECD 34개국의 평균이 64.6세라고 한다. 우리와는 사회보장의 수준이 다른 것이 부러울 뿐이다.

인구 보너스(Bonus)와 인구 오너스(Onus)라는 용어가 있다. 인구 보너스는 생산가능인구가 매년 증가하는 상태를 말하고, 인구 오너스는 반대로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 고령자가 급증하는 상태를 말한다. 일본에서 2010~2015년 사이에 65세를 넘긴 단카이세대가 대부분 무직상태가 될 향후 2020년까지가 일본 사상 최대의 인구 오너스를 경험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우리도 그 같은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다양한 대응책을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상황이다.

김진호 기자 elma@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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