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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최악의 저출산' 벗어날 해법은?

입력 2016-12-15 07:00 | 신문게재 2016-12-15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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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가 몇 해 전 ‘2013년에 태어난 아기가 20년 뒤 살기 좋은 나라가 어디일까’라는 조사를 해 발표한 적이 있다. 

 

1위는 스위스였다. 10점 만점에 8.22점을 받았다. 2위는 8.12점의 호주, 3위는 8.09점을 얻은 노르웨이였다. 이어 스웨덴과 덴마크, 싱가포르가 8.0점 대로 근소하게 4~6위를 차지했다. 미국과 독일은 7.38점으로 공동 16위였다. 

 

그렇다면 한국의 순위는 어떠했을까? 7.25점으로 19위였다. 일본과 프랑스 영국이 우리보다 뒤진 25~27위였음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점수였다.


그런데 2013년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은 1.19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자녀수가 사실상 1명이라는 것이다. 선진국 가운데 우리보다 합계출산율 수치가 낮은 나라는 1.11명인 대만과 0.8명인 싱가포르 정도다. 그나마 우리의 경우 2015년에 1.24로 약간 높아지긴 했지만 올해 다시 떨어지지 않을 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문제는 15∼49세 가임여성 중 기혼 여성들이 실제로 낳고 싶어하는 자녀 수가 평균 2.3명이라는 점이다. 아이를 더 낳고 싶어도, 이런 저런 이유로 한 아이에 만족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지난 6일 대전 서구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저출산 극복을 위한 한 자녀 더 갖기 운동’ 선포식.(연합)

 

출산율이 낮은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그만큼 가임 여성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가임 여성은 향후 20년 동안 22% 늘 것으로 예상되는 인도나, 반대로 28%나 줄 것으로 관측되는 중국 등 일부 극단적인 나라들을 제외하고는 전세계적으로 대부분 감소하는 추세다.

중국의 경우 시진핑 체제 들어서 다시 인구 증대의 필요성이 인정되어 과거의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다. 하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려면 15년 가량은 소요될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농촌 사람이 자신의 출생지를 떠나 도시로 이주하면 모든 자녀의 의료비용과 교육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요인이 굳이 2명 이상 자녀를 갖지 않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근무 여건과 출산율의 상관관계를 얘기하는 이들이 많다. 그런 점에서 현대 경영학의 ‘그루’ 필립 코틀러가 우리 기업 ‘유한킴벌리’를 자신의 저서 ‘다른 자본주의’에서 언급한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이 회사의 독특한 근무제를 “새 시대를 위한 대안”이라고 까지 극찬했다. 무슨 사연이었을까?

유한양행 계열 기업들은 한 때 2명대 중반의 국내 최고수준 출산율을 자랑했다. 복지여건이 좋은 회사라는 것은 널리 알려졌던 일이고, 이 회사에서 추진했던 4교대 근무제가 각별히 눈길을 끌었다. 유한 역시 경영이 어려웠던 한 때, 구조조정을 생각했었다. 하지만 해고 대신, 낡은 생산라인을 없애거나 줄이고 하루 8시간씩 4개 조로 근무조를 편성했다. 2개 조는 예비조나 학습조로 운용하며 고용을 유지했다. 나중에는 4조 2교대제로 한개 조가 하루 12시간씩 4일간 일하고 나머지 두 조는 4일을 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한다. 당초 해고를 대신하려 했던 제도지만, 이 제도 속에서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비밀이 있었다.

우리 정부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각종 저출산 대책에 쏟아 부은 돈이 무려 120조 원에 이른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해 10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을 발표하면서 200조 원 가량이 투입되는 대책들을 쏟아놓은 바 있다. 전문가들은 과거에는 억지로 출산율을 높이려 재정으로 직접 지원해 해결하려 한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주거비 부담을 줄여주고, 특히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는 대책이 가장 확실한 저출산 대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이라는 책을 쓴 모타니 고스케 일본정책투자은행 특임고문은 “저출산은 출산률 저하가 아니라 출생자 수의 감소”라고 지적했다. 출생자 수가 줄어 출산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특히 이 수치는 부모 인구 수의 감소와 일치한다고 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출산적령기 여성인구수의 감소와 저출산이 일치한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났고 우리도 곧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모타니 고스케 고문은 후쿠이현과 시마네현, 야마가타현 등을 주목하라고 권했다. 모두 일본 내 출산율 최고 수준의 지역들이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이곳은 여성 취업률도 일본 내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높다고 한다. ‘여성 취업=출산율 저하’가 그릇된 인식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그는 강조한다. 더욱이 이들 지역에서는 맞벌이 가정의 자녀 수가 전업주부 가정의 아이 수보다 평균적으로 많다고 한다. 돈을 벌 수 있게 해 주면 저절로 출산의 꿈도 꾸게 된다는 것이다. 

 

대림산업,직장어린이집개원
가임 여성의 출산을 도우려면 직장 내 어린이집 투자같은 현실적 방안이 확대되어야 한다. 최근 종로구에 위치한 한 기업의 사내 어린이집 개원식의 모습(연합)

대한민국은 지금 미국 경제학자 헤리 덴트가 주창한 ‘인구 절벽’의 시대에 와 있다. 인구절벽이란 ‘한 세대의 소비가 정점을 찍고 감소해 다음 세대가 소비 주역으로 등장할 때 까지 경제가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덴트는 한국이 2018년에 처음으로 인구 절벽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런데 실제로는 2017년이 한국의 ‘인구절벽 원년’이 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생산가능인구가 2016년 3700만 명을 기점으로 급격히 줄어들 전망이다. 소비층이 줄면서 2017년부터 한국의 모든 소비가 위축되며 저성장기에 본격적으로 들어설 것이 확실해 보인다. 어차피 시작되는 인구절벽이라면, 우리의 과제는 얼마나 빨리 벗어날 수 있느냐이다.

인구학자인 서울대 조영태 교수는 “한 때 심각한 저출산 위기에 빠졌던 유럽의 경우 양성평등에 기반을 둔 휴가제도, 잘 정비된 공교육 제도, 육아의 사회화 등 출산과 양육이 직장생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꾸준히 제도를 정비해 출산율을 끌어올렸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보다 15년 이상 저출산을 경험한 일본은 1억 인구 유지라는 목표를 잡고 ‘1억 총활약상’이라는 장관급 총괄부처까지 신설했다”며 우리 역시 인구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할 정부 부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현실적으로 출산율이 높아지려면 가임 여성(15~49세)이 늘어야 한다. 올해 우리나라 가임 여성 인구는 1265만 6000명으로 2000년 1341만 8000명 이후 줄곧 감소세다. 가임여성 비율도 57.5%에서 49.5%로 낮아졌다. 전문가들도 이들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 30세로 높아진 여성의 초혼 연령을 억지로 낮추는 것 보다는 이것이 더 현실적이다. 일자리 창출과 경력단절 메우기가 그래서 중요하다.

가임 여성의 출산을 도우려면 눈치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직장 환경도 시급하다. 여성의 5.9%에 불과한 남성육아휴직이 보다 확대되어야 한다. 직장 내 어린이집 같은 복지시설 투자도 확대되어야 한다. 하지만 어린이집을 구비한 국내 사업장이 지난해말 기준으로 의무화 대상 기업 가운데 53% 수준에 그친다는 통계청 자료는 우리의 현실을 얘기해 준다. 우리도 일본처럼 ‘1억 총괄상’까지는 아니라도 저출산과 경쟁력 문제를 총괄할 번듯한 부서라도 하나 만들어 민·관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다.

 

노은희·박규석 기자 selly215@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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