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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서울의 아픈손가락, 아시아의 랜드마크로 입소문 '서울로 7017'

성공적인 도시재생 프로젝트
4개월만에 450만명 방문객 돌파

입력 2017-09-08 07:00 | 신문게재 2017-09-08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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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서울로 7017’을 방문한 시민들.

 

“40년이 넘은 도로 였다고요? 믿겨 지지가 않네요.”(미국인 마크 헤이든)

 

“서울에서 가장 인상 깊은 곳이에요. 곧 아시아의 랜드마크가 될 겁니다.”(홍콩에서 온 리우 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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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가 화려한 조명으로 빛나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조만간 한국을 방문할 캐나다 친구 한명이 사진을 보내왔다. 보지 못한 서울 야경을 담은 사진이었다. 독일에 사는 친구가 꼭 가보라고 한 ‘핫 스팟 인 서울’의 리스트 중 한곳이란다. 근처에는 남산과 남대문 시장이 있고 이태원이 가까운 장점이 있다는 설명까지 곁들여져 있다. 어딘가 눈에 익은 이곳은 배경 저 너머에 서울역이 보이고 도로 가득 자동차가 즐비하다. 이 정도 각도에서 찍으려면 고가도로 밖에 없는데…‘서울로7017’은 그렇게 해외에서 먼저 알아주는 명소로 입소문이 나고 있었다.

 

 

◇ ‘7017’의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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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을 시민들이 걷고 있다.(사진=양윤모 기자)

1970년에 준공돼 서울역 동부와 서부를 잇던 서울역 고가도로는 당초 안전문제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아픈 손가락’이었다. 오죽하면 해외에서 오는 외국인을 위한 안내책자에 ‘고가도로 이용은 안전을 위해 권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계륵 같은 존재였다.

급격한 인구증가와 교통난 해갈을 위해 서울역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형태로 설계된 이곳은 서울의 상징적 구조물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서울역 고가 도로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고 언젠가부터 도시의 흉물로 전락하기 시작했다.

서울시는 도시재생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고립됐던 서울역 일대를 연결해 ‘보행길’로 재생하기로 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서울로 7017’ 프로젝트다. 이 이름은 ‘1970년에 만들어진 고가도로가 2017년에 다시 태어나고 1970년대 차량길에서 17개의 사람길로 재탄생하는 1970년대에 만들어진 17m 높이의 고가’라는 의미를 모두 담은 이름이다.

이곳에는 관광안내소 및 카페부터 목련무대, 달팽이극장, 장미무대, 방방놀이터 등 다양한 체험시설과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어 쉬고 거닐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645개의 원형화분에 총 228종의 2만4085주의 다양한 수목을 식재한 아름다운 공중정원으로 조성됐다. 365일 24시간 개방돼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용이 가능하다. 사전에 서울관광 홈페이지에서 서울도보관광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서울로 7017과 함께 서울역 일대의 다양한 역사문화유산, 관광명소를 서울문화관광해설사의 전문적인 해설을 들으며 탐방할 수도 있다.


◇외국인 반, 내국인 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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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 야간 점등.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이 밤이면 별빛이 쏟아지는 은하수 길로 변신한다.(사진제공=서울시)

 

올해 5월 문을 연 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은 개장 100일을 훌쩍 넘어섰다. 시 관계자는 “약 450만명의 관광객이 다녀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3일 오전 서울로 7017 관광센터에 따르면 중국어권 방문객이 41%로 가장 많았고 유럽 28%, 일본 12.1%, 미주 11% 등이 뒤를 이었다.

실제로 호주에서 온 한 방문객은 “남산과 인사동과는 또 다른 서울을 느꼈다. 고가도로를 이렇게 아름다운 숲길과 안전한 산책길로 꾸민 아이디어에 감탄할 따름”이라며 사진 촬영에 열을 올렸다. 일본에서 온 한 커플은 서울역 철길이 고스란히 내려다 보이는 곳에서 포즈를 취하며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로 7017’의 장점은 각 산책로 마다 영어와 중국어, 말레이시아어 등 글로벌 시대에 걸맞는 맞춤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초가을 햇살을 밀짚모자로 가린 통역관들이 곳곳에 배치돼 안내책자와 더불어 친근한 설명을 더한다. 이곳에서 두달 가량 일했다는 한 중국어통역안내사는 “사드로 인해 중국인 관광객은 현저히 줄었지만 명동에 비해 몇배 이상의 외국인 관광객들을 만나는 것 같다. 팜플릿도 금방 동이 나고 반응도 남다르다”고 귀뜀했다.


◇ 서울로 7017 즐기기 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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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로 7017의 이동식 분수 풍경. (사진제공=서울시)


지금에야 국내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이곳도 사업 초기에는 싸늘한 시선을 받았다. 서울로 운영단 하태룡 주무관은 “2015년 4월 반대여론이 극심했던 당시 서울역 고가 시민개방행사에 5만명의 시민이 참여해 찬성으로 돌아섰다. 이를 계기로 문화재청, 국토부, 서울경찰청 심의과정에서 좌초직전까지 갔던 프로젝트가 극적으로 심의를 받아냈다.”며 냉정했던 당시의 분위기를 회상했다. 그랬던 서울로 7017은 현재 새벽 산책에 나선 동네 어르신들, 아침에 조깅하는 외국인 관광객들, 점심시간 커피한잔 들고 산책하는 주변 회사원들, 벤치에 앉아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등으로 북적인다. 이런 풍경에 “보람을 느낀다”는 하 주무관은 ‘서울로 7017’의 명소로 노을지는 만리동 고개길을 꼽았다. “일반적으로 서울로의 밤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노을이 물드는 해질녁에 회현동쪽에서 만리동쪽으로 서울로 7017을 산책하는 것이 가장 환상적이고 로맨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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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고가 보행길 '서울로 7017'에서 시민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제공=양윤모 기자)


계절에 어울리는 문화 행사도 가득하다. 만리동 끝자락에 위치한 윤슬에서는 윤이상 탄생 100주년 기념 ‘프롬나드 콘서트’(선착순 150명)공연이 오는 15일 진행된다. 이외에도 보드게임, 낮잠타임, 여행자북클럽 등이 상시 진행된다. 팍팍한 서울살이? 이제는 서울에 살아서 ‘다행’인 세상이 오고 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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