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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제주·태국·캐나다서 아이와 '한달 살기'

싱글들의 전유물이었던 '한 달 살기' 아이와 함께 열풍
제주도와 아시아,캐나다까지 떠난 엄마 아빠들 하나같이 "가길 잘 했다"입모아
아이들에게 결핍과 공동체 경험 알려주며 '한 뼘 성장'

입력 2018-10-19 07:00 | 신문게재 2018-10-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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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ㄴㄴ

 

다시, 한달 살기가 유행이다. 퇴사자 혹은 인생의 갈림길에서 휴식을 선택한 이들의 전유물이었던 ‘한달살기’. 이제는 아이를 동반한 해외 체류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육아휴직을 낸 아빠부터 방학을 이용해 떠난 엄마, 남매를 데리고 현지에 적응한 이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또 다시 떠날 것’임을. 제주도를 넘어 아시아, 멀리 캐나다까지 떠난 용기 있는 그들의 도전기를 들어봤다.  

 

 

◇다율(7)맘 김미라의 제주도 한 달 살기 “운전 실력 확 늘어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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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지에서 바쁜 삶 대신, 하루에 한 곳만 방문해 느린 일상을 보낸 제주도. (사진=김미라 본인제공)

 

이상하게 제주도와는 인연이 없었다. 흔한 수학여행이나 잠시 쉬러 들를 법도 한데 언제나 제주도를 피해(?)가기 일쑤였다.

“지금도 기억나는 게 항공권 결제일이 4월 5일 식목일이었어요. 뭐에 홀린 듯 극성수기인 7월 말부터 8월까지 숙소를 검색해 사진만 보고 ‘여기 좋겠다’하고 예약을 했죠. 그동안 제주도와 인연이 없었던 게 이렇게 살아보려고 그랬나 싶어요.”

제주도한달살기
제주도 특유의 정서가 살아있는 돌담길에서 오붓한 모자.(사진=김미라 본인제공)

렌터카를 알아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 소형차를 2박 3일 기준으로 빌리면 10만원 안쪽인데 25박이 넘어서며 보험료가 더 붙고 가격이 훌쩍 올랐던 것. 결국 남편이 차를 탁송해 운전해 주는 걸로 예산을 줄일 수 있었다. 


김미라(44) 씨는 “사실 그 돈이 그 돈이었지만 익숙한 내 차니 편했다. 게다가 전국 팔도의 사람들이 모인 제주도에서 한달을 운전하니 주차부터 운전실력이 일취월장했다. 무엇보다 서울에서는 가는 거리가 고만고만 했다면 섬 여기저기를 누비면서 아이랑 쌓은 추억이 더 많다”고 말했다.

하루에 한 곳만 둘러보겠다는 나름의 기준은 일상의 힐링이 됐다. 비가 오는 날은 숙소에서만 뒹굴거리고 사람이 덜 붐비는 평일에는 해변에 나가 하루종일 놀았다. 워낙 박물관이 많은 곳이라 골라보는 재미도 컸다.

“아들이 가장 많이 들은 말이 ‘혼자 왔니?’일 정도로 또래 엄마들끼리 많이 왔더라고요. 아이가 간혹 심심해 하긴 했는데 현지에서 친구를 금방 사귀기도 하고 좋았어요. 아마도 국내라서 부담없이 훌쩍 떠난 것 같지만 다음에는 해외 체류도 생각할 만큼 사전 경험 제대로 했습니다.”

 


◇유준(8)파 차귀연의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저렴한 물가라고 얕봤다가는 큰 코 다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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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전통음식 만들기 클래스에 참석한 아들의 사진. (사진=차귀연본인제공)

 

요즘에는 아빠의 육아휴직이 대세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많은 게 사실. 차귀연(47) 씨도 “맞벌이가 아니었으면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부모 선배들이 가장 고생하는 순간이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할 때라고 하더라고요. 미리 겁먹고 육아휴직을 냈는데 도리어 아들은 금방 적응하더라고요.(웃음) 제가 도리어 긴장하고 어리바리했던 거죠. 어느새 여름방학이 됐고 이렇게 보내면 안되겠단 생각에 검색한 게 ‘한달 살기 좋은 도시’였어요. 근데 그게 가족과 함께가 아닌 싱글 기준인 걸 나중에 알았죠.”

숙소는 숙박공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Airbnb)를 통해 구했다. 최대한 현지인의 삶을 경험하고 오는 게 남는 거란 생각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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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들을 직접 만질 수 있는 치앙마이 박물관에서의 하루. (사진=차귀연본인제공)

태국에서도 수도가 아닌 다른 도시들은 치안이나 교통면에서 신경 쓸 부분이 많다. 관광지로 유명한 치앙마이에서도 신도시로 구분되는 님만해민은 구시가지의 낭만은 덜해도 각종 수업과 쇼핑, 구경거리가 몰려있는 곳이다. 공항 근처라 비행기 소음이 잦은 걸 빼고는 차씨 부자도 대부분 이곳에서 시간을 보냈다.


“원데이로 진행되는 요리수업부터 한달 기준으로 10시간씩 쿠폰을 끊고 미술을 배울 수도 있어요. 수영장도 잘 구비돼 있는데 영어로 주 2회씩 진행되는 클래스를 막판에 알아서 아쉬울 따름이죠. 거리 곳곳에 갤러리가 있어서 부담없이 들어가 구경도 하고 전시회도 보고 그랬는데 나중에 아들이 그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더군요. 무엇보다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애매한 곳이라 교통사고는 항상 조심해야 합니다.”

3000원 미만의 저렴한 물가라고 사전 지식을 얻었지만 의외로 하루에 쓰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길거리 음식이야 1000원 미만이 많았지만 조금만 깔끔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은 서울 수준과 같거나 조금 저렴한 정도였다. 하지만 숙소에서 만난 다양한 인종과 성별, 나이의 사람들이 아들과 친구가 됐다. 아들의 낯을 가리던 성격을 고친 것만으로도 치앙마이에서의 한달은 값지기 그지 없다.

“부모로서 공동생활을 해 보지 않은 아이에게 색다른 경험을 하게 한 것도 중요하지만 개인적으로도 저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지안(5),우찬(3)맘 양래교의 캐다나 한 달 살기 “내년에도 또 이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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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사람의 즐거운 한때. 독박육아였지만 “여자로서 성장한 시간이었다”고 추억하는 양래교씨.(사진=양래교 본인 제공)

 

“해외연수 경험도 없고, 그렇다고 영어가 유창하지도 않지만 용감하게 떠났다.” 무용을 전공한 양래교(37)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이렇게 썼다. 다른 엄마들처럼 국내 경험을 베이스캠프 삼아 아시아를 거쳐 더 큰 대륙으로 나가는 단계를 밟지도 않았다. 게다가 5살, 3살짜리 남매를 품에 안고 태평양을 건넜다. 돌이켜 보건데 육체적으로는 너무 힘들었지만 동시에 정신적으로 가장 평온했던 한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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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월딸과 19개월 아들을 데리고 떠난 캐나다.(사진=양래교 본인 제공)

“떠나기 전에는 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걱정이었는데 의외로 도착하니 살아지던대요?(웃음) 캐나다는 유모차에 대한 배려가 남달라서 한국보다 더 편안하게 지냈어요. 질서정연하고 양보 잘 하는 운전 매너가 정착돼 있어 내비게이션만 보고도 안전하게 다녔죠. 옛날부터 다국적 인종이 뭉쳐 살아서인지 차별도 없고 음식도 너무 다양했습니다.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떠나라고 하고 싶네요.”


양씨의 블로그는 네이버에서 ‘송스맘의 소소한 보물상자’라는 이름으로 한달 살기를 떠나려는 사람들의 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5월 떠나 지낸 한달은 총 63개의 글로 세세하게 기록돼 있다. 처음에는 당시 너무 어린 아들이 기억을 못할까 추억 쌓기 형식으로 시작했다. 아이들을 다 재우고 휴대폰으로 올리던 포스팅은 어떤 기교도 없지만 가감 없는 현지 정보로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아이들을 교육시킬 목적은 아니었어요. 막상 도착하니 지역 커뮤니티 센터가 저렴하게 잘 돼 있어서 블로그에 공유하고 싶었달까요. 나만의 팁? 아이가 어릴수록 국적기 이용을 추천 드립니다. 일단 좌석도 넓고 장시간 비행일수록 아이들 컨디션 조절이 필수거든요. 엄마로서 떠난 여행이지만 사실 여자로서의 제 삶에 충실해진 느낌이에요. 첫 방문이라 장거리 운전은 도전하지 못했는데 내년엔 2시간 반 거리의 시애틀까지 갔다오려고요.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이희승 기자 press512@viva100.com 

 

# 시리즈 # 즐거운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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