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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길 錢카페] “금리 20%대 예·적금을 아시나요?”

입력 2019-04-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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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뭐 하러 돈 넣어. 금리가 15% 밖에 안 되는디.”

1980년대부터 1990년대의 시대상을 그린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나온 대사다. 지금은 상상하지 어렵지만 정말 저런 대화가 오가던 시절이 있었다. 경제호황기였던 1980년대에는 실제로 20%대의 고금리 예·적금 상품이 존재했다. 저축만 잘 해도 목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1979년에 시중은행에 입행해 지난해 명예퇴직 한 김모(59)씨는 “정부에서 이자를 지원해주는 적금상품이 있었는데, 이 상품들의 금리가 아주 높았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그가 은행에 입사하기 3년 전, 정부는 근로자들에게 목돈을 마련해 줘 중산층을 두껍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재형저축을 도입한다. 재형저축 금리는 1980년 최고 연 41.6%까지 올랐다. 5년만 돈을 넣으면 원금의 두 배가 넘는 목돈을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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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우리은행)

 

실제로 1979년 10월 한일은행(현 우리은행)의 재형저축 홍보 팸플릿을 보면 ‘금리 대폭 인상’이라는 문구와 함께 최고 연 33.1%의 이자를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김씨는 “80년대까지만 해도 퇴직연금을 저축성 예금이나 적금에 부어두고 매년 나오는 이자를 챙기면서 생활하는 게 가능할 정도로 이자 수입이 짭짤했다”고 그때 당시를 회상했다.

기업은행이 창립 40주년을 맞아 발간한 ‘기은광고40년’ 책자에 수록되어 있는 자료들을 보면 재형저축이 아니더라도 당시에는 1년 만기 정기예금도 최고 20.1%의 금리를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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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IBK기업은행)

 

지금은 왜 이렇게 금리가 낮아진 걸까. 전국은행연합회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예·적금 상품 중 금리가 가장 높은 것은 케이뱅크의 ‘코드K 자유예금’으로 최고 3%다. 시중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들도 각종 우대금리를 더해야 5% 안팎이다.

현재 예금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예금 보험료, 고객들이 예금을 인출해 나갈 때를 대비해 은행이 마련해 두는 지급준비금 등이 반영돼 결정된다. 80년대만 해도 기준금리라는 개념도 없었고, 초단기금리에 따라 이자율이 결정됐다. 금리산정체계가 변해 지금과 완벽한 비교는 어렵다.

1980년대 3저 호황 당시 경제성장률은 두자릿수. 지난해 성장률은 2.7%. 경제성장률이 미끄러지는 동안 은행의 금리도 깎였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GNI)이 처음으로 3만 달러를 넘어섰다. 선진국 반열에 올라섰지만 이자, 세금 부담이 더 빠르게 늘면서 실제 손에 쥐게 되는 여유자금은 줄었다. 3만 달러 시대를 체감하는 국민은 별로 없는 이유다. 김씨는 “그때만 해도 한 푼, 한 푼 아껴 돈 모으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1만, 2만 달러 초기 때와 비교하면 경제의 주 소비층인 중산층이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한다.

노연경 기자 dusrud1199@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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