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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그라운드] ‘최초의 시도’는 ‘시장’이 될 수 있을까…NFT와 예술의 만남 ‘X아트 프로젝트’

입력 2021-03-15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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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아트프로젝트
가상화폐인 NFT 작품화 및 판매를 진행한 엑스아트프로젝트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왼쪽부터), 작가 마리킴,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대표(사진=허미선 기자)

 

“저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작업하지도 않고 미술 전공도 아닌, 디지털이 강점인 작가예요. NFT 작품화에 유리하기도 하죠. 더불어 여러 방식으로 시도하는 걸 좋아하기도 해요. 그래서 NFT 방식 판매가 좋은 프로젝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 장점을 살려 전시할 수 있다는 데 매력을 느꼈죠.”

얼굴의 반을 차지하는 커다란 눈을 한 아이돌(Eyedoll) 시리즈, 유명 K팝 걸그룹 투애니원(2NE1) ‘내가 제일 잘 나가’ 앨범재킷 및 뮤직비디오 등으로 사랑받고 있는 마리킴이 피카프로젝트와 손잡고 NFT 미술 작품 개발 및 판매를 위한 ‘엑스아트 프로젝트’(X Art Project)를 진행한다.

트위터의 창업자 잭 도시가 지난 6일(현지시간) 2006년 3월 22일 했던 자신의 첫 트윗을 경매에 올리면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한 ‘NFT 거래방식’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암호 디지털 자산이다. ‘Non-Fungible Token’의 줄임말로 NFT 설명에 따르면 토큰에 고유한 가치를 가진 코드값을 부여해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으로 유무형 대상의 진위 여부를 알려주는 증명서 역할을 한다.  

 

마리킴
마리킴의 ‘Missing and found’(사진제공=피카프로젝트)
대부분 가상화폐 이더리움 기반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물리적인 물건이나 원본 파일이 없어도 NFT가 소유권을 입증해 주는 방식으로 복제할 수 없는 희소성, 사라지지 않는 영구성이 핵심가치다.

최근 글로벌 경매사 크리스티가 세계 최초로 NFT 미술품 경매를 진행하는가 하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아내가 NFT 작품으로 65억원을 벌어들이는 등 국제 미술시장에서의 열풍이 거센 상황이다.

‘엑스아트 프로젝트’에 대해 NFT 거래방식을 도입한 “한국 최초”라고 밝은 마리킴은 11일 피카프로젝트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그림을 사기 위해서는 미술관에 가야하고 비싸기도 하며 큐레이터도 알아야 한다. 요즘 방식과는 안맞는다는 생각으로 미술계의 전통적인 시스템을 바꿔보는 시도”라고 표현했다.

송자호 피카프로젝트 공동대표는 “워낙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미술계에 한계를 많이 느껴 왔다”며 “미술의 대중화, 저변 확대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블록체인과 미술을 연계하고자 자체 암호화 화폐(피카아트머니), 거래 플랫폼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국내에서 NFT가 미술품에 적용된 사례는 없어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통해 국내 최초로 유명 아티스트와 NFT 작품 개발 및 판매 등을 조율했고 다음주 초 마리킴과 김봉수 작가의 작품이 론칭 예정입니다.”

‘엑스아트 프로젝트’와 더불어 공식 유튜브 채널을 론칭해 그림을 그리는 과정과 튜토리얼 형식의 콘텐츠를 바로 사고팔 수 있는 프로젝트도 동시에 진행한다. 이에 대해 마리킴은 “디지털 작가이다 보니 제가 진짜 그림을 잘 그리는 건지, 컴퓨터 기술이 좋은 건지 의문을 가지시기도 한다”며 “유튜브에서 그리는 과정을 보여주고 버튼을 누르면 바로 살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옥션에서는 제 작품이 얼마에 팔리는지 저조차도 몰라요. 하지만 NFT 작품은 그 과정들을 투명하게 볼 수 있어요. (유튜브에서 진행하는) 튜토리얼의 NFT 판매는 세계 최초예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그림을 살 수 있죠.”

마리킴
마리킴은 NFT 작품화와 더불어 유튜브 튜토리얼 거래를 진행한다.(사진=허미선 기자)

 

마리킴의 말에 송자호 대표는 “두 가지 프로젝트는 다르지만 대중을 대상으로 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다”며 “우리 미술계는 기로에 서 있다. 미국 미술시장에는 NFT 플랫폼 회사도 있고 크리스티 경매에서도 NFT를 사용할 수 있다. 대중들이 좀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미술 콘텐츠가 생겨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해요. NFT 미술품 자체가 또 하나의 장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리곤 앤디 워홀의 예를 들며 “처음 등장했을 때 평론가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지만 현재 팝아트는 빼놓을 수 없는 장르 중 하나”라며 “지금은 플랫폼의 시대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하면서 NFT 작품이 더 적합한 예술품으로 취급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을 보탰다.

“NFT는 대체불가능한 토큰이에요. NFT 거래는 토큰 자체에 들어있는 작가의 정보와 이미지 자체를 사고파는 행위죠. 음악저작권, 영화 판권, 애니메이션 IP 등을 사고팔 때 NFT를 많이 쓰고 있지만 미술품에 적용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아요.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해 IT기술과 미술품을 접합시켜 대중에게 소개하는 것이 시대적 방향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술평론가인 이택광 경희대학교 교수는 ‘엑스 아트 프로젝트’에 대해 “예술작품과 블록체인 기술이 결합한 개념”이라며 “비트코인 열풍으로 한국에서는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보는 분위기지만 NFT는 현대미술이 가진 딜레마, 복제 가능성을 해결하는 동시에 대중화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의 설명처럼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NFT 작품은 누구나 볼 수 있는 대중적인 시장이지만 위조나 복제가 불가능한 블록체인 형태로 소유권을 행사하거나 쉽게 사고팔 수도 있다. 이 교수는 “NFT 작품 거래는 실물이 아닌 소유권을 구매한다는 의미에서 작가의 본래성을 사는 것”이라며 “실존성 소유로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현재의 미술시장 거래와는 다른 길을 열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김봉수
NFT 작품 개발 및 판매에 동참한 김봉수 작가의 작품들(사진=허미선 기자)

 

“복제 문제점 해결을 위한 기술적 가능성 뿐 아니라 NFT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비디오아트나 미디어아트는 설치가 끝나면 더 이상 볼 수 없었어요. 관리도, 보관도 어려워 대부분 폐기되죠. NFT는 이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온라인에 게시하고 작가의 저작권과 소비자의 소유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소장까지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이택광 교수를 비롯한 마리킴, 송자호 대표의 주장처럼 NFT를 비롯한 가상화폐 예술의 등장은 적지 않은 가능성을 가진다. 문화자본으로서의 작품 거래에 편중된 미술의 대중화 및 다각화, 복제 및 위조 문제의 해소, 미술시장이 활황이어도 여전히 배고픈 작가들의 생계 및 저작권 보장, 누구나 싸게 사고 팔 수 있는 또 다른 시장의 개척, 코로나19로 위축된 미술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르고 있는 온택트·비대면에 발맞춘 시장 개발, 예술과 기술 사이의 긴장 완화 등.

하지만 몇초 몇분 단위로 그 가치가 달라지는 가상화폐로 인해 투자가 아닌 투기로 변질될 가능성, 전세계에서 감지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한 제제 및 규제 움직임, 마냥 쉽지만은 않은 가상화폐 이용, 누구나 볼 수 있는 작품을 소유하게끔 하는 좋은 작품의 개발 등 가능성 만큼이나 풀어야할 숙제들도 적지 않다.

기발한 아이디어, 업계 최초의 도전이 ‘현실’이 되기 위해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그럼에도 이번 ‘엑스 아트 프로젝트’가 가치를 가지는 건 시도가 없다면 새로운 시장의 도래도 없기 때문이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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