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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경제칼럼] 무엇이 자유주의의 운명을 결정하는가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를 읽으면서

입력 2021-03-22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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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중섭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자유주의 경제학자 김영용 교수의 지적 관심이 민주주의로 옮겨갔다. 그는 우리에게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김영용은 민주주의ㆍ국가ㆍ자유의 삼각관계에 지적 역량을 쏟아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2021, 자유기업원)를 출간했다. 그는 ‘민주적’이라는 말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고 국가가 자신의 영토를 거침없이 확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유’를 옹호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이 책을 집필한 것이다.

‘자유’를 가장 중요한 근본 가치로 삼아온 자유주의자는 얼마 전부터 공동체주의와 공화주의라는 이론적 도전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자신의 이익에 몰입하는 대중과 영합하여 자신의 이익을 챙기면서 대중과 함께 민주정을 타락시키는 정치인을 막아야 하는 긴급한 과제에 직면했다. 자유주의자는 이론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삼각파도를 만나 악전고투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판화를 찍어내듯 반복하여 자유주의의 가치와 원칙을 외쳐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하는 허탈감이 든다. 그러나 인간이든 이론이든 시련 속에서 단련된다. 어둠이 진할수록 별은 더욱 빛난다. 김영용도 아마 그런 심정에서 이 책을 집필했을 것이다.

김영용에 따르면 개인은 자신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받기 위해 국가를 설립하지만 일단 설립하고 나면 국가의 대행자인 정권 집단이 개인의 삶을 가장 위협하는 기구로 변신한다. 김영용의 이러한 주장을 이해하려면 우선 개인, 국가, 정부에 대한 그의 입장을 살펴야 한다. 이론적으로는 개인의 목적과 국가의 목적은 일치한다.

그런데 국가는 추상적 존재이고 실제로 국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정부다. 정부는 행정ㆍ입법ㆍ사법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민주주의 아래에서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다. 개인은 선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해 줄 국가의 대행자인 정부를 구성한다. 문제는 개인과 정부 사이에 존재하는 선거에서 발생한다. 선거가 개입됨으로써 국가의 목적과 정부를 구성한 사람들이 추구하는 실제 목적 사이에 괴리가 발생한다. 정부를 구성하는 사람들은 국가의 목적인 공익을 추구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사익을 추구한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김영용은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을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에서 진지하게 모색한다.

김영용은 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라는 질문을 인간은 어떤 존재인가, 이기적 인간이 어떻게 국가를 만들어 평화로운 세상을 살아가는가, 앞으로 민주정이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지키는 국가의 기능을 가능하게 할 것인가라는 3개의 질문으로 나눈다. 이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질문은 기존의 정치철학에서 다양한 설명을 제공해 왔다. 이 책은 이미 제공된 다양한 설명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정리하였다.

따라서 우리가 이 책에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자유와 평등에 관한 모순된 감정과 민주정체의 타락으로 인하여 국가가 붕괴되지 않을까라고 우려하는 세 번째 질문이다. 세 번째 물음에 대한 저자의 입장은 비관과 낙관이 교차한다. 저자는 우리가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민주정을 채택하고 있는 국가가 개인의 생명과 자유와 재산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왜 그런가 그리고 특단의 조치는 무엇인가?

김영용은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은 근대 사유 재산권의 확립에서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사유 재산권이 보장된 사회에서 자유민주주의가 발전하고, 개인은 자신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받았다는 것이다. 김영용은 자신의 정치철학에서 사유재산권에 가장 높은 가치를 부여한다. 사유재산권이 잘 지켜지는 국가는 발전하고 그 안에서 구성원들이 편안한 삶을 누리지만, 사유재산권을 보장하지 않는 국가는 몰락의 길에 들어선다는 것이다. 민주정을 채택한 많은 국가들과 함께 우리나라도 쇠락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그가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가장 큰 동기다.

김영용에 따르면 민주정의 타락을 막고 개인의 자유와 평등을 보존하고 국가의 수명을 최대한 연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국가의 기능을 최소한으로 제한하는 ‘제한된 정부’의 실현에 있다. 그가 말하는 ‘제한된 정부’는 “개인의 자유와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국방과 치안, 법치를 통해 역사적으로 진화하고 발전해 온 사회질서를 유지하는 것, 스스로 최소한의 삶도 유지할 수 없는 가난한 사람을 돌보는 일을 국가의 업무로 제한하는” 정부이다. 이것은 아담 스미스가 주장했던 국가의 역할이고,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사상가들의 공통된 생각이다. 그러나 어떻게 제한된 정부를 실현할 수 있을까? 김영용은 제한된 정부는 대부분의 자유주의자들과 같이 헌법을 통해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헌법에 제한된 정부를 명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운용되는 과정에서 다시 ‘적극적 자유’와 ‘양적 평등’을 원하는 사람들과 이에 영합하는 정치인이 개입하기 때문이다.

김영용은 <경제 현상의 경제학적 이해>에서 보여준 경제적 지식의 확장이 경제적 지성을 갖춘 시민이 자유주의를 부흥시켜 이 나라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에서 좀 더 심화시킨다. 제한된 정부에 대한 우리의 희망은 부질없는 것이 아니라고 믿는다. 대중이 새로운 지식과 깨달음을 통해 민주정의 실체와 존립에 대한 폭넓은 지혜를 갖게 되면 제한된 정부가 올바른 길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인간이라는 종이 자연 재해 등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면 ‘제한된 정부’의 실현도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가 인간 세상에 대해 한 가닥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민주주의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김영용에 따르면, 우선 헌법에 ‘제한된 정부’를 명시함으로써 정부가 생명과 자유와 재산의 보호라는 국가의 본래 사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고, 정치인과 유권자가 올바른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지식과 도덕을 갖추게 하는 것이다. 결국 올바른 지식과 도덕성을 갖게 하여 사람의 마음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경제 현상에 대한 참된 이해를 바탕으로 지적으로 무장하면,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를 잘 파악하여, 근거 없고 성숙하지 못한 정의감으로부터 해방되어 옳은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사람들의 감정에 호소하여 선동하는 정치인들을 잘 선별할 수 있는 유능한 유권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김영용은 후자가 정의감에서 해방되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성이 아니라 감성이 지배하는 이 시대에, ‘법치적 민주정’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지성을 겸비한 시민이 탄생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는 <경제 현상의 경제학적 이해> ‘지성을 겸비한 시민’의 탄생을 ‘법치적 민주정’의 선결조건으로 설정하였다.

시민이 경제의 운영에 대한 지식과 민주정의 실체와 존립에 대한 폭넓은 지혜를 갖게 되면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설 자리를 잃고 제한된 정부가 실현되어 인간의 자유가 지켜지고 문명이 번영한다는 믿음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경제학자 김영용은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에서 민주정의 역사와 이념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를 통해 스피노자가 ‘영원의 관점에서(sub specie aeternitatis)’에서 세상을 바라본 것처럼 긴 안목에서 역사와 세상을 조망할 수 있는 지혜를 갖게 된 것이다.

철학(이념)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사상가, 활동가, 정책입안자, 용기와 지성을 겸비한 정치가들 사이에 효율적인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협업을 통해 시민의 동의와 지지가 형성될 때 이념은 현실이 된다. 사상가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자유주의가 활동가와 정책입안자의 손을 거쳐 정치가들의 신념을 형성하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어야만 ‘제한된 정부’를 실현할 수 있다. 자유주의의 대한 믿음은 약해지고, 사람들의 마음이 떠나자 정치인들도 등을 돌린 현재 상황에서 자유주의가 다시 사람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100년 전에는 이 땅의 사람들 마음에 ‘자유주의’, ‘제한된 정부’라는 개념조차 없었다. 100년 사이에 우리 사회가 이룬 경제와 민주주의의 발전은 기적에 가깝다. 이 과정에서 개방성과 유연성과 창조성이 작용했을 것이다. 이것은 모두 자유주의의 특성이다. 세상을 자기 뜻대로 움직이려는 사람들에 저항한 철학이 자유주의다. 자유주의자라면 세상이 자기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세상의 흐름을 탓하지는 말아야 한다. 자유주의의 위력은 바로 이것을 인정하는 여유와 지혜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김영용의 <경제 현상의 경제학적 이해>(2019), <민주국가는 당신의 자유를 지켜주는가>(2021)에 이은 후속 작업을 기대한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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