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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집중탐구] 학대 아동 보호 종료 이후 "촘촘한 자립 지원 필요"

입력 2021-04-10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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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입구에 차려진 정인 양 추모 공간<YONHAP NO-3501>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5차 공판이 열린 4월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법원 입구에 정인 양을 추모하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연합)

 

한 주 동안에도 정부 부처에서는 많은 현안에 대한 대책과 사업계획 등 정책이 마련·발표된다. 정부 정책 가운데에는 많은 관심을 받는 사안도 있지만 정보의 홍수 속에 주목받지 못하는 정책도 있다. 정책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꼼꼼히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브릿지경제는 매주 주목해야 할 정책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정책이 나온 배경과 주요 내용은 물론 문제점과 더 필요한 대책을 집중탐구하고자 한다. ‘정책 집중탐구’는 다양한 정책으로 매주 독자 여러분을 찾아간다.


지난해 9월과 10월 인천 미추홀구 방임 아동 화재사건과 16개월 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면서 아동 학대 대응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그 결과 그간 지지부진했던 학대아동 즉각분리제도가 도입돼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되기도 했다. 하지만 학대 이후 부모와 분리된 아동의 보호조치 이후 대한 대책은 여전히 제자리다. 매년 약 2500명에 달하는 아동이 보호종료된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재정·주거지원 등을 하고 있지만 지난해 12월 28일 보호종료를 앞둔 청소년이 투신하는 등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현재 ‘아동복지법’에서는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않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에 대한 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보호조치 이후에 원가정으로 돌아가는 아동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 완전히 분리되는 경우 대리양육을 원하는 연고자가 아동을 돌보거나, 가정위탁, 아동복지시설입소, 입양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다만 보호조치됐던 아동은 만 18세가 돼 보호가 종료된다.

2016년 보호종료아동 자립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호종결 후 가장 어려운 점은 ‘경제적 부족함’(31.1%)이었고 가장 필요한 서비스는 ‘생활비 지원’(41.1%)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2018년에는 보호종료 아동 중 불과 33.4%만이 정부지원을 통해 주거를 해결하고 있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도 이런 필요성을 인정해 주거·생활·교육·취업 등의 지원, 자립에 필요한 자신 형성 및 관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지자체 별로 상이하나 300~500만원 수준의 자립정착금이 주어지고 2019년 3월부터 보호종료아동 경제적 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사회 정착을 위해 매달 30만원을 지급하는 자립수당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에는 지원 대상을 기존 2년에서 3년으로 늘리고 아동일시보호시설과 아동보호치료시설 보호종료아동도 지급 대상에 포함키로 했다. 이를 통해 수당을 지급받는 아동은 직전 해에 비해 2800명 가량 늘어 지난해 78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또 보호종료아동의 주거 지원을 위한 주거통합서비스 물량도 2019년 240호에서 지난해 360호로 늘리고 시행 지역도 7개 시·도에서 10개 시·도로 확대하기로 했다.

하지만 2019년 기준 보호종료 5년 이내의 사후관리 대상 청소년 1만2796명 중 3362명(26.3%)는 근황 조차 파악되지 않는 점은 무엇보다 큰 문제다. 진학 또는 취업상태에 있는 청소년의 수도 48.7%에 불과해 무업상태의 청소년이 적지 않다. 자립지원전담요원이라는 제도가 있으나 이들은 1년에 한 번 연락해 현황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그치는 등 관련 제도 개선이 시급한 지점이다.

국가인원귀원회는 2019년 ‘보호종결아동의 자립증진을 위한 정책개선 연구’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우 각 주정부에서 보호 종결 이전부터 위탁보호 아동에 대한 사례관리와 월 1회 아동 방문을 의무화하며 종결 이후에는 당사자의 동의 하에 주택이나 건강보험, 교육, 고용 등과 같은 다차원적 자립 욕구에 대응한다”며 “보호종결 초기에 일정기간동안 지역사회의 보호종결아동에 대한 사례관리 서비스 제공을 통해 자립을 촉진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도 지난 7일 공개한 ‘자립지원의 공백: 보호종료청소년을 위한 개인 자립지원 상담사 도입과제’ 현안분석 보고서에서 영국의 개인상담사 지원제도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 조사관에 따르면 영국은 모든 보호종료청소년에게 자신을 담당할 특정 개인상담사를 지정해줌으로써 보호종료청소년 자립지원 문제를 해소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립지원전담요원 제도는 아동양육시설 내에서 만 15세에 이른 보호대상아동의 자립을 준비시키는 역할에 집중돼 있다. 또 지난해 기준 자립지원전담요원은 267명이지만 이들이 볼봐야 하는 아동의 수는 2만2807명으로 자립지원 전담요원 1명당 85.4명의 보호대상아동 및 보호종료청소년이 배정돼 있어 보호종료 이후 촘촘한 자립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

허 조사관은 “(우리나라의 경우) 보호종료청소년에 대한 자립 지원 기반이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기존 제도들을 더 정교히 하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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