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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경제 신간(新刊) 베껴읽기] ‘부족국가 대한민국’ 강준만

부족주의의 노예가 된 한국 정치의 민낯

입력 2021-04-1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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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엄청난 다작가이기도 하지만 뛰어난 조어(造語) 생산 및 유통의 달인이기도 하다. ‘강남좌파’ 등 귀에 쏙 들어오는 단어들을 끄집어내 공감을 이끌어낸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족주의’라는 말을 새롭게 언급하며 “대한민국은 부족주의로 팽배한 사회”라고 일갈한다. 제 식구 감싸기 문화가 이성을 지배하는 나라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의 여러 실증 사례들을 들어 “집단에 대한 소속감이 강할수록 폭력적이고 적대적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정치권에 대해선 “국정운영을 부족주의 정서로 하지 말라”고 일침 한다.



* 문재인 정권은 진보가 아니다 - 문재인 정부는 세 번째 진보정권이다. 이 정도면 우리 진보는 자신에게 더욱 엄격하고 ‘성찰’을 주요 덕목으로 삼아야 했다. 하지만 저자는 “지금의 진보는 지지리도 못난 보수의 분노를 자극해 더 못나게 굴도록 만드는 일에 집중하면서 자신들의 장기 집권을 꾀하며 나라를 망치고 있다”고 질타한다. 심지어 “문재인 정권은 기껏해야 ‘보수 응징 세력’일 뿐, 진보가 아니다”라고 비판한다. ‘경악스럽게도’ 성찰도 전혀 없다고 내몬다. 모든 잘못된 것은 보수의 탓이라며 적반하장과 후안무치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한다.

* 집권 진보진영의 ‘증오 마케팅’ - 저자는 “진짜 진보진영에서는 반성과 성찰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민주당 당원들이나 지지자들은 성찰을 전혀 모른다”고 비판한다. 누군가 성찰의 목소리라도 내면 ‘배신자’나 ‘변절자’로 낙인을 찍어버린다고 지적한다. 문재인 정권의 집권은 보수의 수준이 워낙 한심했기 때문에 거저먹은 것이지만, 문 정권 주체들이 집권 후에 심혈을 기울여 한 일은 ‘보수의 악마화’를 노린 증오 마케팅이었다고 일갈한다. 그러면서 “문재인의 비전은 ‘보수에 정권을 넘겨주어선 안된다는 수준이었다”고 비판한다.

* ‘정신적 대통령’ 김어준의 비극 - 김어준은 세월호 고의 침몰설, 18대 대선 개표 조작설 등의 음모론을 남발해 많은 비판을 받는다. 저자는 “문제는 김어준과 부족동맹 관계인 민주당이 장악한 서울시와 교통방송, 민주당이며 결국 문재인 정권이 문제”라고 비판한다. 우상호는 “김어준은 성향은 드러내되 사실관계에 기초한다는 철학이 분명한 방송인”이라며 비상식적 감싸기로 일관했다. 편파방송을 비판하면 김어준은 힙리적 반론보다 “TV조선을 너무 많이 보신 것 아니냐”는 식의 궤변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오죽 했으면 친문 성향의 최승호 전 MBC 사장마저 “김어준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 발견되면 ‘취재’하기 보다 상상하고 추론하고 음모론을 펼치다가도 반박이 나오면 무시한다”고 비판했을까.

* ‘문빠’들의 영적 지도자 김어준 - 저자는 지속적인 김어준 영향력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닥치고 지지’에서 나온다고 일갈한다. “김어준은 문재인 지지자들의 영적 지도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조차 “김어준 유튜브를 모두 본다. 그가 민주당을 위해 큰 일을 한다”고 극찬했다. 금태섭은 당 대표가 김어준을 당의 브레인으로 생각하는 것을 보고는 당을 나와버렸다. 도저히 고칠 수 없는 수준이라는 판단한 것이다. 진중권은 “이 나라에선 대통령이 제 구실을 못하는 사이에 김어준과 유시민이 정신적 대통령 노릇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저자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소극적인 문제인의 리더십 공백이 김어준을 불러들였다”며 “이제라도 김어준은 정치적 탐욕을 버리라”고 촉구한다.

* ‘우리 이니’는 항상 옳다? - 저자는 “문재인 정권은 부동산 정책 실패라는 죄만 저지른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무오류의 존재로 간주하거나 우기는 독선과 오만에 사로잡혀 도무지 현실을 인정하는 법이 없다”고 비판한다. 책임을 지는 사람도 없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도 고위 인사들은 한결같이 개인적 삶에서는 부동산 재테크의 달인들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꼬집는다. 저자는 “국민들이 언제까지 ‘우리 이니는 항상 옳다’거나 ‘부동산 문제에서도 우리 이니가 옳다’는 말을 들으며 살아야 하겠느냐”며 진보도 이제 더 이상 시장을 무시하면서 당위와 열정만 앞세우며 독선적인 고집을 피워선 안될 것이라고 말한다.

* ‘낮은 곳의 시대정신’을 외면한 문재인 정권 -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부동산 정책 참사로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큰 고통을 안겨주었다고 비판한다. 또 중대재해법처럼 스스로 내걸었던 ‘삶이 먼저다’는 슬로건을 허황되게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그는 “문재인 정권의 민생 실패는 ‘구체’와 ‘디테일’을 무시하는 진보의 오랜 습속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한다. 국민적 지지와 함께 치밀한 전략과 전술, 영악한 정치력이 필요했던 상황에서 문 정권은 그런 것들을 정권 안보에만 탕진함으로써 오히려 지지율을 까먹고 말았다는 것이다.

* ‘평등’을 희생으로 한 ‘적폐청산’ - 문재인 정권은 출범때부터 ‘적폐청산’을 내걸면서 민주화의 완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저자는 하지만 평등 문제에선 보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못한 점도 있는 무능을 드러내고 말았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정권은 평등을 희생해 적폐청산을 애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마저 적폐청산의 일환으로 추진되었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지적한다. “그걸 모르는 건 문재인 정권 뿐”이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덧붙인다.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 ‘신 적폐’의 주범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고, 이마저 우선순위를 내세워 수구세력 타도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며 맹 비난한다.

* ‘우주 최강 미남 문재인’과 나선의 침묵 - 2021년 2월5일에 열린 해상풍력단지 투자 협약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남도청 직원들은 ‘문재인 보유국’, ‘유윳빛깔 문재인’, ‘우주최강 미남 문재인’ ‘문재인 너는 사슴, 내 마음을 녹용’ 같은 플래카드로 환영하는 낯뜨거운 장면을 연출했다. 호남지역에서 문 지지가 엄청나다는 반증이지만, 저자는 호남인의 100%가 문재인 혹은 민주당을 지지하지는 않음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이른바 ‘침묵의 나선 이론’을 언급한다. 사람들이 소수에 속한다고 생각할 때 자신들의 의견을 감추어야 한다고 느끼는 점차적인 압력을 말한다. 과거 호남 소외를 경험했던 호남인들도 지금 민주당의 1당 독재 폐해에 대해선 개탄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 문재인표 ‘가부장제 페미니즘’ - “사람이 먼저인 세상은 곧 성 평등 세상”이라며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다짐했던 문 대통령이 일련의 민주당 지자체장의 성추행 성폭행 사건에 대해선 공개입장을 표명하지 않아 논란을 빚었다. 오히려 가해자를 동정하는 듯한 침묵이 무언의 신호를 보낸 것이란 비판도 제기되었다. ’정인이 사건‘ 때는 아동학대가 분명한 사건을 뜬금없이 입양의 문제로 프레임을 바꿔치기하려 했다는 비난도 받았다. 저자는 이에 “문재인은 페미니스트가 될 수 없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한다. 한국의 많은 진보적 남성이 그렇듯 어떤 면에선 진보적일망정 여성과 가족을 보는 기본 시각은 가부장제에 찌든 수구적 남자일 뿐이라는 얘기다. ’선택적 페미니스트‘라는 말도 나오지만 사실은 ’가부장제 페미니스트‘라고 불러야 맞을 것 같다고 일갈한다.

* 4년째 공석인 청와대 특별감찰관 - 대통령 친인척과 청와대 고위 참모들의 비위를 감시하는 청와대 특별감찰관이 현 정부들어 4년째 공석이다. 문재인 정부 DNA에는 친익척과 고위 참모들의 비위란 없는 것인데, 감히 감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문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청와대의 공식 입장은 “공수처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흡수통합될 조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공수처 수사 기능과 특별감찰관의 감찰 기능이 엄연히 다른데다,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언제 생길 지도 모르는 공수처 핑계로 미룬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공박한다. 박근혜 정권을 압박해 특별감찰관 법안을 발의하고 성사시킨 주체가 민주당이었고, 그 법안의 최초발의자가 친문 핵심 박범계 전해철 등이었다. 심지어 감찰 대상 확대가 필요하다며 개정안을 냈을 때 당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저자는 “특별감찰관이 제대로 운용되었다면 박근혜 탄핵도, 문재인 정권 탄생도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 문재인 정권의 컨트롤타워 ‘문빠’ - 문빠는 개혁과 문재인 정권을 동일시한다. 문 정권이 잘되어야 개혁도 가능하니, 문제가 좀 있더라도 비판보다는 지지에 충실하자는 주의다. 저자는 노무현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을 누군가에 덮어씌우려 희생양 찾기를 했던 것과 같은 행태로 본다. 그는 진보 진영의 ‘기울어진 운동장론’도 이제 그만 멈추자고 말한다. 여권이 앞다퉈 윤석열 탄핵을 촉구했던 것도 ‘문빠에 대한 아부 경쟁’이라고 정의하면서, 사실상 문빠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 왔기에 이런 비정상적인 행태가 나타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문빠 개개인은 훌륭한 사람들일망정, 책임을 질 수 없는 감성 집단이 지배하는 국정운영은 매우 위험할 수 밖에 없다”면서 문빠의 혁신을 촉구한다.

* 문빠의 아산 반찬가게 주인 공격 - 2020년 2월9일 문 대통령이 충남 아산 온양전통시장의 반찬가게에 들러 “경기가 좀 어떠세요”라고 물었다. 주인은 “거지같아요. 너무 장사가 안돼요”라고 답했다. 문재인 지자자들은 즉시 인신공격성 댓글을 달고 가게 상호와 주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공개하는 신상털이로 불매운동까지 벌였다. 문재인은 예의 문빠들이 그런 행태에 내내 침묵했다. 정치적 해석이 나올만한 비슷한 일이 있을 때마다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같은 것”이라고 일축했다. 저자는 문빠들의 ‘피포위 의식’을 언급한다. 자신들이 ‘깨어있는 시민(깨시민)’이라는 자부심 하나로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는 것이다. 또 자신이 속한 집단에서 인정을 받으려면 어떤 일이건 따라해야 한다는 ‘소속감의 욕구’가 그들을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는 “국민 통합이나 화합은 정치인을 자신의 분신이나 우상으로 대하는 팬덤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 부족국가 대한민국 - 저자는 “한국에서 편애와 연고주의를 포함하는 부족주의는 이념의 좌우를 초월하는 최상위 개념이며, 고소득 고학력일수록 그런 성향이 강하다”고 말한다. 윤미향·박원순 사건을 예로 들면서 정치권 부족주의, 나아가 ‘운동권 부족주의’가 보편화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진보 부족주의 전성시대’라고도 말한다. 진보 부족주의 전성시대에는 명분과 당위의 포장을 앞세우고 더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 부족 전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의 정치적 부족주의는 쉽게 말해 내로남불을 밥먹듯이 저지르는 정치적 이념, 즉 자신의 정치적 부족 또는 패거리 이익을 가장 중시한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인사에서 특히 그런 경향이 뚜렷한데, 문재인 정권에서 ‘야당 패싱’이 29건으로 이명박(17건), 박근혜(10건)을 압도한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문재인 정권의 부족주의는 자신들이 선한 권력이라고 착각에 기반한다”면서 “엄밀히 말하면 그것은 진보가 아니라, 밥그릇 공동체에 가까운 가짜 진보”라고 일갈한다.

* ‘밥그릇 범죄소굴’ 역할하는 청와대 - 한국에서 통합이 제대로 안되는 이유를 저자는 ‘승자 독식주의’에서 찾는다. 승자가 모든 것을 가져가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는 체제에선 원초적으로 통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부족주의적 ‘조폭의리’도 가세한다. 무조건 복종을 요구하는 문화가 자리잡았고 어느새 언론이나 많은 국민들이 이에 오염되어 버렸다고 비판한다. 문재인 정권 출범 2개월 만인 2017년 7월에 민주당은 부국장급 이상 당직자들에게 공공기관이나 정부 산하기관으로 갈 의향을 묻는 조사를 벌였다. 2020년 총선 때는 비례대표 후순위 인사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조사를 하며 ‘3지망’까지 적어내라고 했다. 저자는 “청와대가 밥그릇 범죄 소굴 역할을 했다는 것 아니냐”고 공박한다.

* 검찰총장 윤석열의 악마화 -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에게 검찰총장 임명권을 주면서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살아있는 권력에도 엄정한 법 집행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석열을 국정 농단, 사법 농단 잔재세력를 완전소탕할 ‘최종 병기’로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조국 법무장관 후보자의 집을 압수수색하자 문 정권 사람들은 ‘검찰 쿠테타’라는 프레임을 씌웠다. 검찰의 칼 끝이 구적폐 뿐만이니라 문 정권의 신적폐를 향하자 이들은 이성을 잃어버린 듯 윤석열을 악마로 만들어 버렸다. 자업자득의 결과가 나타나자 일순간에 안면몰수하고 선과 악의 프레임으로 몰아갔다. 윤석열이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 저자는 “문재인 정권이 사실상 대선 출마하라고 그의 등을 떠밀었다”고 평가한다.

* 대법원장 김명수의 천사화 - 대법원장 김명수도 춘천지방법원장에서 수직상승하며 파격적인 발탁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이후 행보는 윤석열과 정반대다. 2018년 사법부 70주년 기념식 때 문재인이 “잘못이 있다면 사법부 스스로 바로잡아야 한다”고 질타하자 즉시 “통렬히 반성하며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사과했다. 삼권분립에 대한 평소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사례로 뽑힌다. 대법원장 취임 때도 확고한 사법부 독립을 공언했으나 공허한 의전용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임성근 판사에 대한 국회 탄핵과 관련해 거짓말 공방까지 빚어졌다. 김명수의 잦은 말바꾸기에 임 판사가 ‘국회를 의식해 사표 수리를 미루겠다’는 김명수의 녹취록을 공개하자 여권은 오히려 ’김명수 천사화‘를 시도했다.

* 이미 대통령 레임덕? - 진중권은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에서 “검찰개혁이 사적 원한을 갚기 위한 보복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한탄했다. 검찰 개혁과 경찰 개혁을 동시에 추진하려던 약속은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경찰은 확실히 통제 가능하지만 검찰은 그렇지 못했다. 2020년 말까지만 해도 검찰 수사권의 완전 폐지는 중장기적 과제였는데 어느 새 민주당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수사청’을 설치해 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 등 6대 범죄 수사권을 넘기겠다고 나섰다. 완전히 검찰을 공중분해시키겠다는 것이다. 2021년 2월24일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박범계 법무장관에게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의 ‘속도조절’을 대통령이 당부했다고 전했는데도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등은 “그런 뜻이 아닐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거부하는 모양새가 되자 당장 “대통령 레임덕 현상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제 대통령도 제어하지 못할 정도로 강성 콘크리트 지지층의 과격함이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 ‘영혼없는 공무원’ 양산은 안돼 - 2017년 8월 문재인은 “공직자는 그저 정권의 뜻에 맞추는 영혼없는 공무원이 되어선 안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비록 좌절됐지만, 여당은 집권 초기에 공무원의 불복종을 용인하는 법 개정까지 추진했었다. 그러다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사건’과 ‘김학의 출금 공문 조작 의혹사건’이 터졌다. 공무원들을 영혼 없는 꼭두각시로 만드는 중대 범죄행위가 이 정권에서 자행된 것이다. 저자는 두 사건에 문재인 대통령의 법적 책임이 없을지 몰라도 도의적 정치적 책임은 져야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문 정권은 ‘절차적 정당성’에 매우 둔감해 절차적 정당성을 어긴 일에 대한 감사원 감사나 검찰 수사에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 운운하며 적반하장의 행태를 보인다”고 비판한다. 강요된 충성심이 관행이 되면 공무원 조직은 무사안일·복지부동·철밥통의 수렁으로 빠져들 수 밖에 없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특히 예산을 퍼부어 공무원 ‘숫자’만 늘릴 것이 아니라 공무원의 ‘영혼 문제’ 같은 질적인 고민도 해 달라고 당부한다.

* 백신 접종 지연에 대한 솔직한 사과 필요 - 한국이 전 세계 196개국 가운데 102번째로 코로나 백신 접종국이라는 것은 명박한 팩트다. 그럼에도 K-방역 자화자찬에 중독된 탓인지 정부와 여당은 사실을 왜곡하고 잘못한 것이 없다고 우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늦어진 백신 공급의 핑계를 찾다가 ‘급한 접종’보다 ‘안전한 접종’이 우선이라는 주장에 그치지 않고 안면 마비 등 부작용을 강조하며 아예 ‘백신 공포’를 부추기기 까지 했다. 저자는 “정부가 백신 불안감을 키운 주범”이라고 비판한다. 백신 늑장이 잘못이 아니라고 우기려 국민의 백신 불안감을 부추기는 행태를 어떻게 선의로 이해하겠느냐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잘못한 일은 잘못했다고 말씀드리겠다. 거짓으로 불리한 여론을 덮지 않겠다”고 약속했었다.

* ‘공익신고 탄압당’으로 변신한 민주당 - 저자는 “내로남불은 민주주의의 중대 위협 요인이자 국민성을 타락시키는 악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공익 제보에 대한 민주당의 이중적 태도를 ‘배은망덕형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한다. 현 정부는 공익 신고자 보호를 100대 국정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런데 집권 하자마자 자신들이 공익 제보 영웅들의 희생 덕분에 탄생한 정권임을 잊어버리고, 정권에 불리한 공익 제보만 나오면 온갖 비난에 음모론까지 불사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보를 하면 ‘의인’이고 불리한 제보를 하면 도박꾼이나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놀라운 변신”이라고 꼬집는다.

* ‘협치’를 ‘밀실 합의’라는 문빠들 - ‘협치’라는 단어 자체가 문빠들에게는 거센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야당은 몹쓸 짓을 많이 한 역대 독재정권들의 후예이니, 상종할 가치조차 없는 그들과의 협치는 필요가 없다는 식이다. 2020년 1월 정세균 국무총리가 협치와 사회통합을 표방하며 ‘한국판 목요클럽’을 출범시켰을 때 이들은 “지금이 한가하게 협치 놀음이나 할 때나”며 비난을 퍼부었다. 저자는 “문재인은 의전용 연설에서만 협치를 내세울 뿐 ‘후천적 DNA’ 자체가 협치와는 거리가 먼 대통령”이라고 일갈한다. “협치 거부는 나라를 망치는 짓”이라며 협치를 ‘밀실 합의’로 생각하지 말라고 주문한다. “노무현 대통령도 15년 전에 ‘우리 정치도 이제 적과 동지의 문화가 아니라 대화와 타협, 경쟁이 문화로 바꿔 나갑시다’라고 주문했었다”고 상기시킨다.

* 언제까지 ‘토착왜구’ 타령인가 - 우리 사회에서 진보들이 툭하면 내던지는 프레임이 ‘토착왜구론’다. 정의연과 윤미향의 황령배임 의혹사건이 대표적이다. 윤미향을 비판하면 토착왜구다. 공적인 회계투명성 의혹을 제기하는 것마저 망국적인 친일행위로 매도되기 일쑤다. 2020년 4.15 총선에서 선관위는 ‘민생파탄 막아주세요’라는 미래통합당 지지자들의 피켓 문구 사용은 불허한 반면 ‘100년 친일 청산 투표로 심판하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투표 독려 문구는 허용해 편파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저자는 “사실 민주당의 죄악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젊은 세대의 의식까지 친일 반일 프레임이 자리잡도록 집요한 선전선동을 한 데에 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제발 토착왜국 타령은 그만두자”고 촉구한다.

* 위선에 둔감한 진보 -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에서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저자는 “역사에 길이 남을 명언이었지만 과욕이었다”고 단언한다. 그는 ‘문재인과 더불어민주당 정부’를 빼고 ‘우리 대한민국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를 추구하는 나라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도로 만족했어야 했다고 말한다. 문재인 정권이 추진한 ’최저임금제‘나 ’주52시간제‘,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아름답고 훌륭한 정책이지만, 의도치 않은 부작용에 대한 대처방안 없이 단지 진보가 선호하는 추상적 당위성의 함정에 빠진 정책들이었다고 비판한다. 때문에 ’결과적 위선‘으로 지탄받기 마련이라고 지적한다.

* ‘사람이 먼저다’라는 허황된 슬로건 - 여당은 중대재해법 지연을 자주 야당 탓으로 돌린다. 2020년 12월24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신농성중이던 고 김용균의 어머니에게 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이 “야당인 국민의 힘이 협조하지 않아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 어머니는 “여태까지 (민주당이 원한 법안은) 여당이 다 통과시켰으면서 왜 이 법은 꼭 야당이 있어야 하느냐”며 면박을 주었다. 결국 2021년 1월8일에 법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원안에서 대폭 후퇴한 누더기법이 되고 말았다. 국회의원 이해충돌방지법을 놓고 미적대는 것도, 정략적 이익이 없으면 나 몰라라 하는 민주당의 기본 자세 탓이라고 꼬집는다. 저자는 “‘사람 죽이는 경제’는 이제 안된다”면서 ‘사람이 먼저다’라는 허황된 슬로건을 공삭 절차를 거쳐 폐기하라고 요구한다.

* 민주당 당명을 ‘수도권정권’으로 - 저자는 “역대 수도권 정권들은 수도권 비대화를 저지르면서 늘 민생을 내세우는 토건 사기극을 펼쳐왔다”고 단언한다. 교육정책과 일자리정책을 비롯한 주요 정책들을 통해 서울로 인구가 몰리게 한 다음, 서울 인구 집중으로 인한 주거 문제해결을 핑계로 서울 주변에 신도시를 건설하고, 고통난 해결이라는 핑계를 내세워 수도권 교통 시설에 국부를 탕진해 왔다는 것이다. “입으로는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인구 집중의 강력한 유인인 교육정책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쪽으로 나아가는 것, 이것이 명백한 사기극”이라고 말한다. 지방소멸이 임박했음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서울의 부동산 문제를 수도권 비대화 전략으로 풀겠다는 정권의 근시안적인 정략에 지방도 동조하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 국가균형발전을 선거에 써먹는 후안무치 - 저자는 민주당을 ‘철판 정당’이라고 비난한다. 2019년 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밀어붙여 법까지 개정해 놓고는 손해가 예상되자 약속을 어기고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었다. 공수처법을 강행처리하면서는 ‘야당에 거부권을 주었다’고 했다가 가볍게 뒤집었다. 이런 ‘프리 패스’의 백미로 저자는 가덕도 신공항 건을 든다. 이미 전 정권에서 타당성 없음이 결론난 것을, 야당도 선거 때문애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며 밀어붙였다. 문재인은 대선 후보 시절엔 경기부양을 위한 토목사업 불허를 공약했다가 정권을 잡은 후에는 ‘예비타당성 면제의 수호신’으로 둔갑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부산 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현장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묵은 숙원”이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 것도 모자라 “국토부가 책임없어 보인다”며 질책했다. 저자는 “명백한 선거개입이며 탄핵감”이라고 비난한다. 그렇게 매도했던 박근혜가 ‘선거개입의 여왕’이라면 문재인은 ‘선거개입의 왕’이라고 비꼬았다.

* 세습자본주의를 정당화하는 교육 - 저자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투명 칸막이는 교육과 노동을 분리한 칸막이”라고 지적한다. 교육 문제가 바깥 세계와 칸막이를 친 채 오직 교육의 영역에서만 다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바깥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교육 문제는 교육제도나 입시 방법을 개혁하면 해결될 수 있다는 착각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저자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사교육비 격차가 9배까지 벌어지는 교육 양극화 상황에서 정상적인 교육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한다. 교육은 그저 세습 자본주의를 정당화해 주는 도구에 불과할 뿐이라는 얘기다. 교육을 노동과 분리해 기존 임금격차를 그대로 두고서 그 어떤 교육 해법도 나올 수 없다고 확언한다. 그는 “차라리 교육부와 노동부를 합해 교육노동부로 개편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한다. 노동문제 해결없이 교육 문제 해결은 없다는 점을 국민들이 공감케 하자는 것이다.

* ‘누가 더 나쁜가’ 보다 ‘누가 더 잘하나’ - 저자는 “과거에는 누구건 사회적 발언을 할 때에는 진영 논리에 충실할망정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제는 적에 대한 증오를 맹렬히 부추기는 막말과 궤변일수록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는 게 현실이 되었다고 개탄한다. 이에 “진영 논리에 따른 정파적 투쟁을 하더라도 ‘누가 더 나쁜가’를 따지기보다 ‘누가 더 잘하나’를 따지는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 보자”고 촉구한다. 아울러 국민이나 상대방을 ‘가르치려’ 하지 말고 서로 배울 수 있는 좋은 가르침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권고한다. 그러면서 “소통 불능은 정치권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언론에 대해서도 시·공간적인 소통 능력의 회복을 촉구한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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