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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웹툰을 웹툰이라 부르지 못한다?

입력 2021-04-12 14:07 | 신문게재 2021-04-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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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소정 변리사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0년 1월 네이버는 녹색 로고 형태의 ‘webtoon’ 상표에 대해 특허청으로부터 상표 공고 결정을 받았다. 2개월간 이의신청이 제기되지 않는다면 네이버는 ‘webtoon’에 대한 상표권을 가지게 된다. 상표권으로 등록되면 해당 상표에 대한 독점배타권이 인정된다. 즉 네이버는 경쟁업체가 ‘웹툰’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합법적 권리를 인정 받은 셈이다. 경쟁업체로서는 ‘웹툰’을 ‘웹툰’이라 부르지 못하는 안타까운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다행스럽게도, 특허청은 ‘webtoon’이는 단어에 독점권을 부여한 것이 아니라 녹색 로고 디자인 자체에 대한 권리를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이버 역시 서비스를 대표하는 브랜드 로고라서 출원한 것일 뿐 웹툰이라는 단어 자체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받으려 한 의도는 아니라고 해명했다.하지만 최근 네이버의 ‘webtoon’ 해외 상표 출원 현황을 살펴보면 경쟁업체로서는 특허청의 설명도, 네이버의 해명도 찝찝하기만 하다. 네이버는 세계 최대 만화 시장인 미국과 일본에서 ‘webtoon’에 대한 상표 등록에 성공한 데 이어 최근에는 대만과 인도네시아에서도 상표 등록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되면 카카오,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등 해외 시장에 진출하고 싶은 경쟁업체들이 해당 국가에서 ‘webtoon’을 사용하는 행위는 법적 차원에서는 엄연히 네이버 상표권의 침해를 구성할 수 있다.

왜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걸까? 사실 이런 일들은 webtoon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다. ‘Caffe Latte’, ‘Jeep’, ‘스카치테이프’ 등은 원래 물품의 명칭이 아니라 특정 회사의 ‘상표’였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표시기능과 타사 상품과 식별하게 해주는 기능을 가져야 상표법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제품이 높은 유명세를 타면서 해당 상표가 마치 제품의 ‘명칭’과 같은 역할을 하기에 이른다면, 그 상표는 출처표시기능과 식별력을 잃어버리고 만다. 이러한 현상을 상표법적으로는 ‘보통명칭화’가 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웹툰’은 보통명칭화가 되었다고 볼 수 있을까? 네이버 사전은 웹툰을 “인터넷을 통해 연재하고 배포하는 만화. 웹(web)과 카툰(cartoon)의 합성어”로 정의하고 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사전적 정의만 보더라도 웹툰이 네이버에서만 제공하는 특정 만화 컨텐츠를 표시하는 상표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경쟁업체도, 소비자들도 웹툰은 웹이라는 특정 장소에서 제공되는 만화에 대한 ‘명칭’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실정임에도, 네이버의 ‘webtoon’ 국내외 상표 등록 행보는 어딘가 석연치 않다.

해외 유명 기업들은 자사의 상표가 보통명칭화가 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 모든 어린이가 사랑하는 ‘LEGO’는 반드시 대문자로만 사용하도록 하는 것을 포함하여 세부적인 사용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자신의 브랜드가 공익 브랜드처럼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 아니라면, 기업들은 브랜드가 보통명칭화가 되지 않도록, 초기부터 브랜드 관리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네이버가 자신들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만화에 대해서만 웹툰이라 부르도록 서비스 초기부터 신경을 썼다면, 지금의 국내외 상표 등록 현황에 경쟁업체들이 긴장할 필요도, 네이버로서도 상표에 대한 복잡한 속내를 가질 필요도 없었을 터이다. 그나저나 웹툰을 웹툰으로 부르지 못하면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고민스럽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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