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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띠’리뷰+This is Moment]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 3막 쉐이드 군무…‘발레 블랑’의 진수

입력 2021-05-02 1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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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롭고 아름다운 무희 니키아(박슬기·김리희·신승원·박예은), 사랑하는 여인과 권력욕 사이에서 고뇌하는 용맹한 무사 솔로르(김기완·박종석·허서명·하지석), 권력의 정점에 선 당당한 공주 감자티(정은영·박예은·심현희), 니키아에 대한 사랑으로 신과의 맹세를 저버린 제사장 브라만(송정빈·강동휘).

네 남녀의 얽히고설켜 사랑을 갈구하거나 지키고자하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5년만에 무대에 올랐다. 강수진 예술감독이 이끄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1887년 프랑스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러시아 왕실을 위해 무대에 올린 초연을 1991년 유리 그리고로비치(Yuri Grigorovich)가 재해석한 버전이다.

마린스키 극장 무용수 출신인 유리 그리고로비치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 ‘호두까지 인형’ ‘백조의 호수’ ‘지젤’ ‘돈키호테’ ‘스파르타쿠스’ ‘이반대제’ ‘황금시대’ 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무대에 올리며 볼쇼이 발레단의 황금기를 이끌었고 러시아 발레의 새로운 경향을 주도한 인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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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바야데르’사진제공=국립발레단)

유리 그리고로비치 ‘라 바야데르’의 매력은 다양하다. 주요 네 캐릭터가 만들어내는 서사는 흥미진진하며 연인인 니키아·솔로르의 파드되(2인무)는 로맨틱하고 사랑과 배신 등 복합적인 감정들이 표현되는 니키아의 독무는 처연하다. 

 

상징적인 스카프를 활용한 군무는 의미심장하고 한 남자를 두고 팽팽하게 격돌하는 니키아와 감자티의 대립 장면은 긴박감이 넘친다. 무용수들의 기량이 한껏 발휘되는 솔로르·감자티의 바리에이션, 2막 인도무희들이 선사하는 부채춤·양동이춤·앵무새춤, 전사들의 북춤, 황금신상 춤 등 디베르티스망(Divertissement, 이야기와는 상관없이 선보이는 춤)은 화려하고도 인상적이다.  

 

라 바야데르ⓒ국립발레단
‘발레 블랑’의 진수를 선보이는 ‘라 바야데르’ 3막의 쉐이드 군무(사진제공=국립발레단)

 

국내에서 손꼽히는 최고 기량의 프리마돈나와 발레리노의 고난도 테크닉과 섬세한 연기력은 여지없이 발휘돼 감탄할만한 장면들을 만들어내는 ‘라 바야데르’의 백미는 단연 3막이다. 니키아의 죽음에 좌절한 솔로르가 환영처럼 빠져드는 망령의 왕국에서 선보이는 쉐이드 군무는 ‘지젤’의 2막, ‘백조의 호수’ 2·4막과 더불어 ‘발레 블랑’(Ballet Blanc)의 진수로 꼽힌다.

백색 튀튀를 입은 32명의 발레리나들이 순차적으로 가로 9미터, 세로 6미터, 높이 22미터, 경사각 9도에 이르는 장치 위를 아라베스크를 하며 등장하는 장면이다. 첫 번째 무용수는 46번의 아라베스크를 수행해야 하는 고난이도 장면이며 가장 클래식발레다운 장면이기도 하다.

발레단의 역량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으로 꼽히기도 하는 ‘라 바야데르’ 3막 쉐이드 군무에 임하는 국립발레단의 무용수들은 권력욕과 찰나의 선택으로 사랑하는 연인을 잃고 회한에 빠진 솔로르 뿐 아니라 관객들 모두를 환상의 세계로 인도하기에 충분하다.

허미선 기자 hurlkie@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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