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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6개월 동안 260배↑ 시총 100조”…호랑이 등에 탄 머스크의 도지코인

입력 2021-05-10 07:05 | 신문게재 2021-05-10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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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트위터에 도지코인 밈을 올렸다.(사진출처=일론 머스크 트위터)

 

시바견을 마스코트 삼아 흥미로 만든 가상화폐 ‘도지코인’이 가상자산 시장을 흔들고 있다. 최근 미국 CNBC에 따르면, 도지코인 시세는 6개월 만에 약 2만5000%인 260배나 뛰어올랐다. 덕분에 도지코인의 시총은 4위(9일 오전 기준·약 93조4700억원)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시총 1, 2위인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상승률은 각각 286%, 698%다. 전문가들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잇따른 지지 발언이 시세 상승의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도지코인의 아버지’라 자청한 머스크가 흡사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과 같다고 경고했다.

◇‘머스크 코인’ 된 도지코인

도지코인은 2013년 미국 IBM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일하는 빌리 마르쿠스와 미국 어도비에서 근무하던 마케팅 전문가 잭슨 팔머가 합심해 만든 프로젝트다. 당시 가상자산 시장에 불이 막 지펴지자, 이를 풍자하기 위해 일본 대표 견종인 시바견의 밈(Meme,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것을 모방)을 캐릭터로 내세웠다. 네이밍인 ‘도지’(Doge)는 인기 플래시 애니메이션에서 개(Dog)를 잘못 표기한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렇게 장난으로 만들어진 도지코인은 지난 7년 동안 평균 5원대의 시세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이 총 발행량을 2100만개로 제한한 것과 달리 무제한 발행이 가능하며,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다. 다수 전문가가 내재가치 없는 ‘농담 화폐’라 일컫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등을 통해 도지코인을 언급하면서 급등세를 탔다. 글로벌 가상자산 시황사이트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올해 1월 1일 5원에 불과하던 도지코인은 9일 오전 기준 717원을 기록하고 있다.

머스크는 지난해 12월부터 “한 마디, 도지”라는 트윗을 시작으로 “도지코인은 대중의 가상자산”, “Ð는 도지코인”, “만약 도지코인 소유자가 코인을 팔아도 나는 지지할 것이다. 너무 많이 집중되는 것이 단점”, “도지 방패는 밈, 전설적인 아이템”, “도지, 거꾸로 하면 E하느님”, “도지데이(4월 20일), 그들은 왜 도지에 열광하냐고 묻지”라는 등 도지코인을 수차례 언급했다. 
 

머스크의 도지코인 발언이 나올 때마다 도지코인 시세는 폭발적으로 치솟았고, 공교롭게도 시세가 가라앉을 시점에서 머스크의 발언이 등장했다. 이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는 머스크의 도지코인 투기 조장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달 7일 “투자자(일론 머스크) 등장에 투기꾼들이 휘발성 주식(가상화폐)에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CNN 역시 “머스크는 지금까지 그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별 생각 없이 트위터에 말해왔다”면서 그의 진중하지 못한 발언이 도지코인 투기 수요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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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코인 스캠사이트로 알려진 ‘와우도지’ 사이트 화면.(사진출처=웹아카이브)
◇스캠사이트까지 활개

최근에는 도지코인의 시세 상승을 겨냥한 스캠(SCAM, 사기) 사이트까지 활개를 치고 있다. 도지코인 대표 스캠 사이트는 ‘와우도지(Wowdoge)’와 ‘마인도지(Minedoge)’가 꼽힌다. 두 사이트는 도지코인을 일정기간 예치하면 이자를 크게 불려주겠다는 방식으로 투자자를 유인했다.

와우도지는 붐버 상품을 구입해 50만 도지코인을 30일 동안 예치하면, 64만8000 도지코인을 확보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여기에 추천인을 끌어들이면 7% 보상까지 더해준다는 말에 수많은 이들이 몰렸다. 그러다 지난달 17일 사이트를 갑자기 폐쇄하면서 ‘먹튀’를 시현했다. 이와 비슷한 성격의 도지코인 채굴 사이트인 ‘마인도지’도 지난달 사이트를 내려 스캠 사이트임을 입증했다.

지난달 29일에는 미국 연방준비위제도(Fed)의 제롬 파월 의장까지 도지코인을 거론해 투기 과열을 경고했다. 그는 게임스탑과 도지코인이 금융 안정성을 저해시킬 수 있느냐는 질문에 “도지코인과 게임스톱은 시장의 거품을 반영한다”면서 “사람들이 자산의 가격이나 시장에서 일어나는 몇 가지 일들만 보고 있지만, 우리는 이에 책임질 수 있게 노력하는 중”이라고 답했다. 파월 의장의 이례적 언급은 미국 금융당국의 간접적 시장 개입도 이뤄질 수 있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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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도지코인 홈페이지 메인화면

◇美 개미, “제2의 도지코인 찾자”

시장에서는 도지코인 시세가 크게 주저앉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도지코인이 일부 ‘고래(다량 보유자)’에 집중한 점과 폭등세를 이끌고 있는 머스크가 도지코인을 얼마나 보유한지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점, 단기 투자자 수요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등 ‘폭탄돌리기’ 징후가 높다는 분석이다.  

 

주기영 크립토퀀트 대표는 “도지코인 등 개인투자자 중심의 폭탄 돌리기 장이 이어지는 등 버블 붕괴 조짐이 보인다”고 진단했다. 카르다노(에이다) 창시자인 찰스 호스킨슨는 “지속가능하지 않은 도지코인의 거품은 기정사실로, 이로 인해 개인투자자들이 막대한 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일부에서는 시장이 도지코인을 떠나 제2의 도지코인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 ‘세이프문’과 ‘비체인’, ‘디지바이트’ 등이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며 단기 투자자들의 대대적 이동을 언급했다. 세이프문은 올해 3월에 탄생했으며, 도지코인과 비슷하게 프로젝트의 방향성보다 대중의 지지를 업고 급등세를 타는 중이다. 계속 보유하고 있으면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끌어 모으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도지코인은 테슬라에게도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 “재미삼아 도지코인을 언급했다기에 시장 과열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버블이 터지면 미국 금융당국이 어떠한 방식이든지 머스크에게 책임을 물으려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도지코인이 적은 매수 부담에 남들이 다 살 때 사지 않으면 안 된다는 포모(FOMO) 현상이 일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트코인처럼 인플레이션 헤지 효과가 없어 투자 종목으로 권유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김상우 기자 ksw@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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