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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ESG와 시민사회

입력 2021-05-13 14:07 | 신문게재 2021-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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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머리문자를 딴 ESG가 연일 화제이다. 과거에는 기업이 얼마나 성장하고 얼마나 이익을 남겼는지 등의 재무적 요소만 중요하게 여겼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기업의 활동이 얼마나 친환경적인지, 감당해야 할 사회적 책임은 제대로 지고 있는 지와 지배구조가 주주 뿐만 아니라 고객, 공급자, 채권자, 경영자 및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제대로 반영하는지 등의 비재무적 요소, 즉 ESG 요소가 기업에 대한 중요한 투자 판단기준이 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의 경영활동이 장기적 수익추구와 동시에 기업 행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도록 기업을 감시해 나가는 것이다.


유럽은 2000년 영국을 시작으로 스웨덴, 독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 등 여러 국가들에서 연기금을 중심으로 ESG 정보공시의무제도를 도입했다. UN은 2006년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UNPRI)을 통해 ESG 이슈를 고려한 사회책임투자를 장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금융위원회에서 오는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ESG 공시를 의무화했고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확대된다. 우리나라 기업에서도 이미 ESG 경영이 도입되고 있다. 일례로 풀무원은 동물복지 계란을 생산해 팔고 있다. 물론 동물복지를 실천하기 위해 상당한 원가부담이 수반되는 것이 사실이나, 소비자가 이에 호응해 보다 비싼 가격을 수용해 줌으로써 가능했다. 동물복지 계란의 사례는 ESG 경영이 기업의 원가부담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정적으로 볼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문제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결정할 때 여전히 중요한 준거인 지금의 재무적 요소의 평가 기준은 시장 메커니즘, 정부 규제 그리고 시장과 정부의 상호작용 속에서 긴 시간에 걸쳐 진화해 온 것인 반면,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부상하고 있는 ESG 평가 기준은 이제부터 누군가가 나서서 새롭게 만들고 또 실천되도록 적절히 감시해야 한다는데 있다.

정부는 ESG 공시 의무화에 맞춰 지난 4월 21일 한국형 ESG 표준 시안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제시한 ESG 표준 시안을 기준으로 기존 기업을 평가한 결과를 살펴보면 결코 ESG 평가가 높을 것 같지 않은 기업이 최상위등급을 받게 되는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따라 ESG 표준을 만드는 일은 물론 그 실천을 감시하는 일에 정부가 나서는 것은 답이 아닌 것 같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그렇다고 우후죽순처럼 생긴 민간업체한테 평가기준을 세우고 감시하도록 맡겨두는 것도 바람직하지는 않아 보인다.

규제 또는 간섭이 무기인 정부가 갖는 한계와 무한경쟁 속에서 민간업체가 갖는 공공성 훼손의 위험성을 감안할 때, 이 두 가지 문제 발생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면서 ESG라는 시대정신을 늦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시민사회가 내 놓아야 할 것 같다. 민주화는 물론 환경, 보건 등 아주 다양한 분야에서 그 탁월한 역량을 보여준 시민사회가 ESG 표준을 만들고 또 실천을 감시하는 데도 떨쳐 나서기를 기대하며 촉구한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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