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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 칼럼] MZ세대가 '윤며드는' 이유

입력 2021-05-12 14:04 | 신문게재 2021-05-1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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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면서 74세 윤여정의 매력이 재조명되고 있다. 권위를 벗고 솔직함을 입은 윤여정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드는 이들이 속출하면서 ‘윤며들다’(윤여정에게 스며들다)라는 신조어까지 탄생했다. 특히 MZ세대들의 워너비로 떠올랐다는데 2030 젊은 세대가 나이든 할머니 배우에게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가 뭘까. 입담에서 드러나는 솔직함과 권위적이지 않은 태도, 이혼녀나 아시아인이라는 불리한 위치에서도 주눅들지 않는 당당함 그리고 세련된 매너와 유머감각으로 소통하는 능력까지. 한마디로 요약하면 그녀는 ‘꼰대처럼 굴지 않는다.’

꼰대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타인에게 강요하는 어른을 일컫는 말이다. 꼰대 옆에는 아무도 오려하지 않는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하기 때문이다. 나이와는 상관없다. 젊은 꼰대들도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건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시야가 좁다. 편협한 사고방식을 고집하고 주장하기에 대화가 힘들다.

한 멕시코 여자가 남편의 불륜사진을 발견하고 남편을 칼로 찌르고 보니 자신의 젊은 시절 사진이었다는 황당한 해외 토픽이 있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자기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함으로써 상황을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고 주관적 편견을 확신하는 심리적 기재다. 이들은 자기 보고싶은 대로만 보고 듣고싶은 대로만 듣는다. 저 사람은 저럴 거라고 미리 판단해버린다.

이처럼 편협한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생각과 말이 옳기 때문에 ‘늘’ ‘항상’ ‘아무도’와 같은 단정적인 말을 자주 사용하며 어떤 사실이나 경험을 검증 없이 절대적인 것처럼 일반화한다. 다른 사람의 얘기는 끼어들어 자르고 자신의 생각을 ‘왜냐하면’이라며 계속해서 설명하고 싶어한다. 이처럼 고집스러운 태도는 경직된 사고, 좁은 시야에서 비롯돼 고착되어버린다. 부부싸움이나 자녀들의 훈계에서도 흔히 ‘왜 맨날’ ‘한 번도 제대로’ 식의 말들을 무심코 내뱉곤 하는데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곧바로 억울함과 반발심이 생겨 마음을 닫게 하곤 한다.

흑백논리로 모든 것을 양분하는 이분법적 판단도 이들의 대표적인 모습 중 하나다. ‘전부 아니면 전무’식의 무지막지한 사고방식이다. 이들에게는 내편이 아니면 모두 적이고 내 의견에 찬성하지 않으면 모두 반대하는 사람이다. 중간이 없다. 종종 커플들이 상담실에 와서 ‘상대가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으니 날 좋아하는 게 아니다’라고 단정하며 호소하는데 합리적 사고방식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가족의 달 5월이다. 세대 간에도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요즘 애들은 왜이래’ ‘라떼는’이 아니라 ‘요즘 애들은 이렇더라구’ ‘이렇게 달라졌어’라는 차이를 인정하고 상대방이 말하려는 의중을 파악해야 한다. 좋은 의도로 이야기해도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것을 유념하면서 남의 말은 안듣고 내 말만 하는지, 자기 경험만 강조하는지, 상대에게 솔직하게 말해보라면서도 속으로 답은 이미 정해져 있지 않은지 자신을 먼저 돌아봐야 한다. 서로에게 스며들 수 있도록.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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