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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지켜진 아이' 다시 찾는 부모… 새로운 희망 보았죠"

[맘 with 베이비] 주사랑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
“미혼모까지 세상 모든 엄마와 아기들이 행복했으면 해요”

입력 2021-11-23 07:00 | 신문게재 2021-11-23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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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락 목사가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소중하게 안아드는 모습. 이 목사는 주사랑공동체를 통해 지난 2009년 12월부터 베이비박스를운영중이다.

  

태어나자마자 버림 받는 아기들. 우리는 그를 버린 부모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베이비박스를 운영 중인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는 오히려 감사해 한다. 아기만은 불행해선 안되겠기에, 아이만은 꼭 지켜주려 한 엄마의 절절함을 알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으로 그는 2009년 12월부터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며, 부모가 없거나 장애를 겪는 아이들의 친 아버지가 되어 주었다. 이 목사는 자식과의 인연을 끊었던 미혼모가 다시 아이를 찾으러 오는 것을 보면서 새로운 희망을 보고 있다.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는 자립주도형 공동체마을 건립에 앞장서면서 그는 ‘엄마와 아기가 모두 행복해지는 세상’을 꿈꾼다.

 

 

- ‘주사랑공동체’의 대표 사역이 아기의 생명을 지키는 ‘베이비박스’로 알려져 있습니다. 베이비박스에 관해 설명 부탁 드립니다.

“주사랑공동체교회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1999년 2월에 장애인생활공동체 사역을 위해 가정교회로 세워졌습니다. 부모가 없고 장애로 인해 죽을 수 밖에 없는 장애인아이들의 친부모가 되어 아이들을 사랑으로 돌보았습니다. 이후 ‘위기 영아’의 생명을 살리고 미혼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상담하고 지원하는 베이비박스를 2009년 12월에 처음 설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습니다.”



- 안타깝게도 베이비박스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밖에서 유기되어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베이비박스는 어떤 계기로 만드신 것인지요.

“저에게는 둘째 아들(故 이은만)이 있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를 가지고 나와 침상에 누워 33년을 살았습니다. 당시에 아들을 극진히 돌본다는 소문이 났는지, 일면식도 없던 할머님이 자신의 손녀딸도 제 아들과 같은 장애가 있다며 아이를 맡아주면 당신이 믿는 하나님을 믿겠다는 말에 그 손녀딸을 데려와 아들과 함께 돌봤습니다. 이런 소문이 병원과 온 동네에 퍼지면서 장애가 있어 키우지 못하는 아이들을 저희 집 앞에 놓고 가는 이들이 생겼습니다. 2007년 4월 새벽에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기가 굴비 상자에 담겨 집 대문 앞에 발견된 적도 있었습니다. 다행히 아이는 살았고 지금 제 딸이 되었습니다. 당시 ‘아이들이 늦게 발견되면 밖에서 죽겠구나’ 하는 걱정하던 차에, 2008년에 어느 언론사를 통해 체코의 베이비박스를 보게 되었습니다. 이후 용기를 내어 2009년 12월에 한국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교회 벽에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 베이비박스에서 ‘지켜진 아동’, ‘보호된 아동’, ‘엄마로부터 지켜진 아동’ 이라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요.

“유기란 생명을 돌아보지 않고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이 유기입니다. 하지만 출생 신고가 어려운 아이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사정으로 아이도 불행하고 엄마도 불행한 경우에 아이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어 아이를 살려달라고 요청 하는 곳이 베이비박스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엄마가 이 아이만은 지켜야 되는 간절한 마음으로 오는 곳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엄마로 부터 지켜진 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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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모두 192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이 목사의 보살핌을 받았다. 아이를 두고 떠났던 미혼모들과 상담을 통해 30%의 아동이 친부모의 품에 다시 안겼다고 한다.

 

-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와 달리, 상담과 지원을 통해 미혼모가 다시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목사께서 만드신 베이비박스는 다른 나라와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처음 운영할때 베이비박스는 유기 위험에 노출된 아기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인식이 강했다면, 지금은 베이비박스에 오는 엄마들을 위로하고 상담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인식이 변화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베이비박스가 유기 위험에 노출된 아기를 살리는 역할에 집중한다면, 한국형 베이비박스는 아기를 살리는 역할을 포함해 아기를 놓고 간 미혼부모를 만나 어려운 사정을 듣고 상담하며 아기를 다시 키울 수 있도록 모든 물적, 인적자원을 지원하는 것이 다를 겁니다. 아기를 키우겠다고 하는 가정에 3년간 매월 양육키트(베이비케어키트)가 1~2회, 생계비, 주거비 등을 지원해 아기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 12년 동안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면서 몇 명의 아이들이 보호를 받고, 상담을 통해 몇 명이 가정으로 돌아갔습니까?

“출생신고를 강제하는 입양특례법이 2012년 8월에 시행되면서 출생신고가 어려운 미혼모가 생겼습니다. 이들이 아기를 살리기 위해 베이비박스에 놓고 갔습니다. 매년 200여 명의 아이들이 보호되었고 12년 간 1926명의 아기가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받았습니다. 또 상담을 통해 30%의 아동이 친부모의 품에 안겼고, 16%가 입양을 통해 가정에서 보호받게 되었습니다. 안타까운 일은 입양특례법으로 인해 나머지 아이들은 시설에서 자라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아동은 가정에서 자라야 가장 행복합니다. 하지만 국가에서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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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사랑공동체가 최근 서울시 승인을 얻아 재단법인이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앞으로 법인을 통해 하고 싶은 계획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서울시에서 전문적인 사역을 할 수 있도록 지난 10월 26일 재단법인 주사랑공동체를 승인해 주었습니다. 국내를 넘어 한국형 베이비박스를 세계의 중심 모델로 전파하여 아기를 키울 수 있는 상담과 지원을 하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UN에 한국형 베이비박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편견을 없애고, UN산하 단체를 만들어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세계 기구를 만들고자 계획 중입니다. 미혼모가 자립할 수 있도록 자립주도형 공동체마을을 세우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습니다. 태아의 생명, 태어난 생명, 미혼부모가 아기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키우기 위해 생명을 살리는 전문 사역을 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아직까지 도움을 받지못해 아기를 안고 힘들어하는 미혼모들을 위해 위로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생명을 품은 엄마들이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합니다. 태아의 생명, 태어난 생명, 미혼부모가 아기를 키울 수 있도록 법과 행정 모두가 이들에게 집중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주사랑공동체 베이비박스는 엄마들의 편에서 엄마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해결해가도록 하겠습니다. 아기를 품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세상 모든 부모와 아기가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고 축복합니다.”

이금재 맘스커리어 대표 겸 브릿지경제 객원기자 ceo@momscare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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