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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바100]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장, 반주자(伴走者)이자 종합예술가의 삶

[열정으로 사는 사람들]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장

입력 2021-11-29 07:00 | 신문게재 2021-11-29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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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중인 홍진주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장 (사진=홍진주 센터장)

 

반주(伴走). 마라톤이나 역전 경주 따위에서 경주자가 아닌 사람이 경주자의 옆에서 함께 달린다는 뜻으로 상대방을 도와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는 협력행위를 의미한다. 마포구고용복지지원센터(이하 센터)의 홍진주 센터장은 지역주민과 보호종료 청소년, 고령층, 경력단절 여성들의 자립을 도우며 10년 넘게 그들의 ‘반주자’가 됐다. 

 

홍 센터장은 상담, 경제지원, 가족지원 등 전통 복지 영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확장된 복지를 추구하기 위해 바쁜 10년을 보냈다. 매너리즘(mannerism)은 느낄 겨를이 없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고용복지지원센터를 이끌고 있는 ‘종합예술가’ 홍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선한 영향력·인문학에 대한 관심으로 시작…“중요한 건 자립”

홍진주 센터장은 공부에 전념했던 학창 시절에도 막연하지만 ‘선한 영향력’에 대한 소망을 품었고, 인문학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에서 역사를 전공하던 홍 센터장은 선배로부터 우연히 ‘사회문제론’ 수업을 접하게 된다. ‘사회문제론’은 홍 센터장이 학창시절부터 고민해오던 길을 명확히 제시했다.

이후 관련 수업을 찾아 듣다가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게 된다. 현장실습을 마치고 졸업한 뒤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석사 과정을 밟으며 아동, 청소년, 청년, 저소득층 등 취약 계층과 빈곤 문제에 대한 고민을 해오던 중 이화여자대학교 내부에 있는 종합사회복지관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는 그 곳에서 지역주민들 중 청소년, 성인들의 자립, 자활을 지원했다. 홍 센터장은 “운 좋고 감사한 경험”이라고 회고했다.

센터는 2007년 9월에 개설됐으며, 지자체가 운영하는 첫 고용복지지원센터다. 마포구가 만들고 이화여자대학교가 위탁운영을 맡고 있다. 홍 센터장은 이 곳에서 근무를 시작한 시점은 2010년 1월이며, 올해로 12년차다. 센터가 일자리 지원에서 가장 높게 추구하는 가치는 ‘자립’이다. 홍 센터장은 “전통 복지에서는 상담, 경제지원, 가족지원의 형태지만 센터에서 지향하는 가치는 복지와 일자리를 결합한 것”이라며 “지원을 받는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리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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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의 ‘수리마포’에 비치돼있는 공구들 (사진=이은혜 기자)

 


◇ 마포만보·수리마포·반주자·뷰티풀라이프


홍 센터장은 마포구의 지역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우선 ‘마포만보’는 지역주민들로 구성된 이른바 ‘로컬 큐레이터’가 외지인들에게 마포구를 소개한다. 로컬 큐레이터들은 전문 훈련을 받아 오디오북 등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사이트에 관광 상품을 게시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한다. 이 과정에서 전문화와 상품화는 필수다.

‘수리마포’는 지역 내 주거돌봄을 필요로 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집수리 및 관리를 지원하기 위해 시작된 사업이다. 지역주민들 중 주거돌봄 전문가를 양성해 일자리를 만들고, 이들은 지역의 주택관련 의제를 발굴해 주택 생활 개선과 도시재생을 추구한다. 센터에서는 수리마포 활동가를 대상으로 전문성 강화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내용에는 주택 및 상점 점검, 주택 내외부 설비 등 기술 향상 교육과 함께 지역에 대한 이해와 공간 관리, 도시재생에 대한 이해 교육이 포함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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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의 ‘수리마포’에 비치돼있는 공구들 (사진=이은혜 기자)

 

‘반주자와 함께하는 시행착오 이야기’는 보호종료 청소년, 즉 보육원과 그룹홈 등 보호시설에서 만 18살이 돼서 퇴소해야 하는 아이들이 지역에서 스스로 취업하거나 대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돕는다. ‘뷰티풀라이프’는 경력단절이나 폭행 트라우마 등의 이유로 취업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구직역량을 강화하고,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며, 직무별 직업기술을 훈련시키고, 현장실습에 내보낸다. 센터는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자립할 수 있는 카페 등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홍 센터장은 “결과는 취업과 자립이며, 자립은 과정이 중요하다”며 “센터가 반주자의 역할을 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맨 땅에 헤딩하는 종합예술가…“함께 만드는 예술 작품”

홍 센터장의 노력은 많은 이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마포만보’는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하겠다며 찾아왔고, 홍 센터장은 곳곳에 강의를 나가기도 했다. ‘로컬 큐레이터’는 새로운 키워드가 됐고, 마을여행 검색 사례가 많아졌다.

몇 년전부터는 센터 사업에 공감하는 모 대기업으로부터 큰 금액의 지정후원을 받기도 했다. 홍 센터장은 “우리의 사업과 계획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감동받고,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사실이 감사했다”며 “덕분에 더 많은 여성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이 위로와 격려가 됐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본인의 일을 ‘종합예술’이라고 표현한다. 매해 격변하는 사회환경과 주민들을 파악해 새로운 걸 기획하고 시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홍 센터장은 “정신 없고 바빴지만 매력적인 10년을 보냈다”고 말했다. 그는 “때론 맨 땅에 헤딩하는 기분이 들어 두렵기도 했지만 그 과정들이 역동적이고, 당사자들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 힘이 난다”며 “창작의 고통과 함께 예술이 주는 감동을 느낀다. 이것은 우리만 잘해서는 안 되고, 당사자들과 함께 만드는 예술작품”이라고 강조했다.



◇ 제로웨이스트·탄소제로…향후 센터가 걸어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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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하고 있는 홍진주 마포구 고용복지지원센터장 (사진=홍진주 센터장)

격변하는 사회환경에서 홍 센터장이 주목하는 가치는 ‘제로웨이스트’와 ‘탄소제로’ 등 환경 문제다. 홍 센터장은 “시민들의 일상과 맞닿아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날로 추가되는 신기술에서 지역주민들이 소외받지 않도록 기회를 여는데도 관심이 크다. 그는 “센터 내에서 완결성을 가질 수 없어 지역의 좋은 파트너들, 기업이나 대학과 적극적인 산학 연계를 통해 신기술이 꼭 필요한 취약계층과 어떻게 만나고 기회를 확장할 수 있을 지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 센터장은 “향후 어떤 걸 하고 있을지, 내가 어떤 곳에서 쓰임 받을 수 있을 지 고민하곤 한다”며 “당장 눈 앞에 놓여있는 사람들, 과제들, 기회들에 집중하고 충실하다보면 센터도, 나도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이은혜 기자 chesed71@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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